자유경제원이 대학에 돈까지 주며 개설한 강좌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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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로 누가 이득보나?’ 황당한 대학 기말고사 문제

지난 6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치르던 A씨는 출제된 문제를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여자, 남자, 군대에 안 가는 청년, 그리고 장애인 중 징병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시장경제와 법치’라는 강의명과 관련이 적은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참여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신장하는 핵심 원리가 된다.”,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주민참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와 같이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질문에 ‘예’, ‘아니오’ 둘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 시험 문제를 서울의 다른 대학교 학생들에게 보여준 결과 “출제자의 의도를 모르겠는데요?”, “이게 시험 문제로 나왔다고요?”, “왜 답이 이건지 모르겠는데요?”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유경제원이 천만 원 주고 개설한 대학 강의

A씨가 수강했던 강의는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이 2003년 2학기부터 지난 학기까지 전국 60여 개 대학교에 지원한 비영리 교육지원 사업으로 연평균 20~30개 학교 규모이다. 자유기업원 관계자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이 매 학기 공문을 발송하면 대학이 ‘자발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유경제원 자체 심사를 통해 대학교를 선정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선정된 대학교는 3학점 기준으로 한 학기에 11,300,000원을 지원(2학점의 경우 10,000,000원)받는다. 강사진 선정은 대부분 교수 재량으로 이뤄지지만, 일부 대학교에선 강사진 절반 이상을 자유경제원이 직접 섭외한 인사들로 이뤄진 경우도 있다. 관계자는 “추천 강사 명단은 참고용일 뿐 선택은 교수의 몫”이라고 했지만, 추천 강사 상당수가 극우 성향의 인사로 확인된 바 있다.

이승만 찬양 등 자유경제원식 시장경제 미화 일색

자유경제원의 추천 강사 명단에 속한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작년 항공대 시장경제강좌에서 “이승만 대통령님이 내려주신 소유권 제도가 없었다면 여러분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그렇죠?”라며 강의 도중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학생들에게 피력함은 물론 위의 영상에서 ‘토지분배’의 다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여 그 근거로 삼았다. 이런 발언과 관련해 수강생들은 “이승만을 존경하든 안 하든 그건 자유인데 강의
중에 그런 부분을 학생들에게 설득시키려는 태도는 고쳐야 할 것 같네요”, “자유경제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나네요”라며 불만을 표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직후 현재 위 영상을 포함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던 대학시장경제강좌 18개는 비공개처리 되었다가 최근에는 아예 삭제됐다. 뿐만 아니라 자유경제원 직원과 통화한 뒤에는 대학시장경제강좌 사이트(lecture.cfe.org)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지난 강좌 목록 또한 업데이트를 이유로 비공개 상태다.

▲ 대학시장경제강좌 사이트(lecture.cfe.org)의 지난 강좌 목록. 비공개 처리 전(좌)과 후
▲ 대학시장경제강좌 사이트(lecture.cfe.org)의 지난 강좌 목록. 비공개 처리 전(위)과 후

전공학부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대학시장경제강좌는 교양선택 형태로 진행된 곳도 있지만, 경제학과가 아닌 이공계열의 경우에도 전공으로 개설된 학교가 일부 있어 학부생이 졸업하기 위해선 수강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공대 소속의 한 학생은 “전공수업이어서 어차피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들었어요. 큰 틀에서 창업이라는 특성에 맞지도 않고 기업과 기업가의 ‘정신’ 보다는 기업가 입장에서 그저 자서전을 가르치는 느낌이었어요” 라며 수업에 불만족을 표했다.

1948년 건국, 투표 불참 정당화하는 내용도 강의

강의교재를 보면 소제목 다음 부분인 ‘문제의 제기’부분을 보면 ‘지금 북한에서 대부분 국민들이 절대 빈곤에 처해 있음’, ‘정치적으로도 기본인권이 무시되고 독재정권하에서 고통을 받고 있음’, ‘왜 북한은 못살고 대한민국은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는가를 살펴보고 처방을 내림’이라 명시되어 있다. 그런 다음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제지표 비교와 그래프(20p)를 제시한다. 문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비교학습하는 ‘경제체제의 구분(22p)’ 전에 등장하는 부분이며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 건국(21p)’을 배운다. 첫 슬라이드에 제시된 이승만의 ‘정읍발언’은 예전부터 진보학계와 보수학계에서 논쟁 중인 부분이다. 두 번째 슬라이드에는 지난 정권까지 논란이었던 ‘건국절’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강좌인 ‘시장경제와 법치’교재 중
▲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강좌인 ‘시장경제와 법치’교재 중

다른 교수의 ‘시장경제와 공공선택’이라는 강의에서는 투표에 불참하는 자들을 가리켜 ‘아주 영리한 백성!’이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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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교수의 ‘시장경제와 교육정책’이라는 강의에서는 ‘교육은 왜 좌편향 사고로 이해되는가?’라며 ‘공공재는 나누어갖는 것이므로, 똑같이 나누어갖는 평등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뒷장을 살펴보면 ‘교육은 공공재가 아니라 사유재’이며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것은 개인의 재산, 자유,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강좌인 ‘시장경제와 법치’교재 중
▲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강좌인 ‘시장경제와 법치’교재 중
▲ 2)에 등장하는 ‘patricide’라는 단어는 ‘부친 살해’라는 뜻이다.
▲ 2)에 등장하는 ‘patricide’라는 단어는 ‘부친 살해’라는 뜻이다.

이같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친 교수들은 ‘자유경제원’ 추천 강사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로 확인됐다.

자유경제원 지침에 따라 강사진과 강의내용 결정

▲ 자유경제원 당시 각 대학에 발송한 강좌개설 안내문 전문 중 일부
▲ 자유경제원 당시 각 대학에 발송한 강좌개설 안내문 전문 중 일부

강의주제에 해당하는 강사들 모두 강좌개설 안내문에 포함되어 있었다. 강좌는 개론, 역사, 기업, 정부, 각론 등 총 5개의 큰 주제 아래 총 21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른바 ‘추천강사명단’이라 불리는 문서에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어떻게 강의를 진행해야만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가르친다면 ‘자본주의는 신뢰가 높은 시스템으로 가장 정의로운 체제임을 설명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또 ’시장경제와 정부’를 가르칠 때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일임을 설명한다’. ‘시장경제와 노동’을 가르칠 때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특권임을 설명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한다’와 ‘시장경제와 교육’을 가르친다면 ‘교육은 공공재가 아님을 설명한다’등이 명시되어 있었다.

▲ 자유경제원이 각 대학에 보낸 강좌개설 안내문 중 일부
▲ 자유경제원이 각 대학에 보낸 강좌개설 안내문 중 일부

자유경제원 강의 개설 교수들 “문제 없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추천강사명단은 현진권 전 자유기업원 원장 재임 시기에 원장과 실무자들 주도로 작성됐다”며 현재 남은 자유기업원 직원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기업원은 “교수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강의 내용 및 시험 출제는 온전히 교수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며 수업을 ‘후원’만 할 뿐 자유기업원은 해당 논란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관련 교수들에게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으며 답변을 한 교수들은 왜 문제가 되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생은 주임교수 및 추천 강사 명단 60여 명 가운데, 연락이 닿은 4명의 교수들의 답변 내용을 공개한다.

▲ 이전한 자유기업원 사무실 취재 당시
▲ 이전한 자유기업원 사무실 취재 당시

자유경제원 강의 개설 담당 교수 수당 150만 원

자유경제원이 대학 강좌 개설비로 지원하는 돈은 주로 강사비로 지출되는데 3학점의 경우는 강사 한 명당 60만 원, 2학점은 강사 한 명당 50만 원씩 지급된다.

강사비를 지급하고 남은 돈은 강좌를 개설한 주임교수와 조교 수당으로 지출된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주임 교수 수당이 150만 원, 그리고 조교 수당은 120만 원 등이 책정돼 있었다.

▲ 서울대학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자료 중 일부
▲ 서울대학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자료 중 일부

서울대 교직원은 “당시 두 명의 조교가 있었으며 각각 60만원 씩, 총 120만원을 주임교수의 재량으로 지급”했다며 “조교비는 일종의 장학금, 지원금의 성격이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얼마 지급하라는 일괄 지급 지침은 없다”고 답했다.

전경련 지원금 끊기면서 개설 예정이던 강좌도 폐강

뉴스타파 연수생은 자유경제원 웹사이트에 공개된 서울 마포역 부근의 주소로 방문했으나 사무실은 이미 비어 있었고, 새로 이전한 서울 화곡역 부근 사무실에서 자유기업원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지난 4월부터 있었던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무보수로 5명만 남았고, 자유경제원이라는 이름 대신 자유기업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창립 정신인 ‘기업문화와 시장경제 전파’에 집중하기 위한 개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경제원은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난 4월에도 연세대 등 일부 대학에 강좌 개설 요청을 보냈고, 실제로 연세대는 2017년 2학기에도 같은 강좌를 개설 예정이었으나 담당 교수의 사정으로 폐강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전경련이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그동안 전경련 지원을 받아오던 자유경제원 역시 각 대학에서 시행해오던 대학시장경제강좌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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