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검찰수사는 공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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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검찰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91년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 진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5년 천경자 화백이 세상을 떠난 이후였습니다. 유가족이 천 화백의 명예를 위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측 6인을 ‘허위공문서작성’,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고소 및 고발한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과 함께 피고발인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유가족은 반발했습니다. 검찰이 살아생전 ‘위작’임을 거듭 주장했던 작가 본인의 의지를 좌절시켰고, 유가족의 요구로 진행된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연구소(이하 뤼미에르)가 내린 ‘위작’ 결론을 왜곡해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가 <미인도>의 진위를 판단하기보다 허술한 근거로 진품결론을 단정 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유가족은 주장합니다.

이에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생은 유가족 측 변호인단으로부터 검찰의 ‘보도자료’, ‘불기소 이유서’, ‘고소 및 고발장’, ‘재정신청서’ 등의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비교·분석한 결과,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습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미인도>의 이관경로 및 소장이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 2) 전문가 안목검증에서 검찰이 ‘진품’ 의견을 종용했다는 전문위원의 주장, 3) 사실과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을 진품의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 등 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와 녹취록 등 관련 자료를 근거로 ‘대한민국 검찰’과의 가상대화를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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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가족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뤼미에르가 내린 결론을 무시했다는 겁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검찰이 뤼미에르의 위작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1650개로 분석한다던 단층 이미지가 없다. 2)밑그림 단층 분석에 대한 언급이 없다. 3)뤼미에르의 계산 방식을 진품인 <테레사수녀>에 대입해보니 진품확률이 4%로 현저히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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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뤼미에르는 검찰에 제출한 감정보고서를 통해 작품 10점의 16,499개에 달하는 이미지를 제출했으며, ‘밑그림’ 단층분석이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밑그림 또한 충분히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검찰은 ‘뤼미에르의 계산 방식을 똑같이 역산한 결과 진품인 <테레사 수녀>의 진품확률이 4%였다’는 근거로 뤼미에르의 감정결과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4%의 확률은 수치만을 놓고 봤을때 현저히 낮습니다. 그러나 비교대상이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계산 방식을 <미인도>에 적용했을 때, <미인도>의 진품확률이 0.0000000006%임을 감안한다면 4%는 위작을 의심할 정도로 낮은 수치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검찰은 위작임을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8가지나 더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평균치에서 벗어난 단 한가지의 수치만을 발표하며 감정보고서의 신뢰도 자체를 평가절하했습니다. 검찰의 의도적 왜곡이 짐작되는 부분입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코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코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현재 천 화백의 유가족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반발하여 ‘재정신청’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미인도>가 위작임을 입증하는 증거와 자료를 묶어 ‘천경자 코드’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출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 장에서 故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니다. 아니기 때문에 아니다.’”고 밝히며 “허수아비를 허수아비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줘도 사람이라고 우기는 데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작품을 그린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하고, 유가족 또한 검찰의 제대로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와 허술한 근거로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위작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검찰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때문에 오히려 위작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B조 취재결과보고서(PDF)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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