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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았다.

문희주 프로필 사진 문희주 2016년 07월 29일

'살아 남았다'

살아 남았으니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이 말은 얼마전 강남역 인근에서 무참히 살해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 있던 문구이다.

살아 남았다.
이 말이 주는 늬앙스는 '그 시간에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을 다른 곳에 있어서 겨우 살아남았다'는 뜻일게다. 사건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일어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특별히 '살아 남았다'는 문구를 지금처럼 의미심장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좀 억지스럽게 역사를 들먹이며 생각해보면 여기 살아 있는 우리모두가 엄청난 확률로 생존해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은 임진왜란에서 살아 남았고 일제강점기에 살아 남았고 6.25에서 살아남았고 4.19때 살아남았으며 5.16에도 살았고 5.18에서도 살아남았고... 그리고 우리는 세월호에 타지 않았고 그래서 살았고 여차저차해서 지금 여기 숨쉬고 있다.

살아 남음에 허탈해 하며 함께 흐느끼던 강남역 추모현장에는 남자와 여자의 대결로 보이는 광경이 발생했다. 이 부분이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느끼는 갈등의 초점이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 단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나라에서 보여주는 소식과 대중매체들은 끊임없이 남북한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고
북에서 얼마의 무기를 구축했으니 우리는 무엇이 필요하고 미국은.. 중국은... 일본은.....
온통 싸우고 적대시 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알게모르게 시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누적이 된다. 운전자들의 보복운전, 툭하면 그냥 찔러 죽이는 묻지마 살인. 나보다 약해보이고 없어 보이면 종놈 취급하는 인간들. 이런 것들이 국가와 사회가 자국민들에게 심어준 것들이다. 포용하고 보호하고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정부의 모습에 우리 스스로 날카로워지고 사나워지고 싸움에 이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살려주지 않는다는 무의식 속의 공포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이제 한국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남과 여를 갈라놓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갈등구조 속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내면의 공부(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인문학 위주의 인성공부이다)를 함께 하지 않으면 성장 했을 때 그 결과가 더욱 참담하다. 그 한 예로, 수년 전에 마이클 무어가 만든 '볼링 포 컬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마이클무어는 이렇게 말한다.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면서 미국의 매체와 정부가 대외적으로 행하는
전쟁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휴전국가라서 전쟁 있어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가가 국민들의 안정을 추구 하지 않으면 사회는 삽시간에 불안에 떨게 되고 그 여파는 각 집안의 어린 아이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하게 된다.
그것이 '볼링 포 컬럼바인'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것도 입시경쟁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아이들이 언제 '볼링 포 코리아'의 주인공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위에서 말한 사회적 갈등 부추김과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공포감을 주는 일이 정부 고위 관료에 의해서 일어났다. 엇그제 황교안 총리는 성주군민들에게 설명인가 사과를 하기 위해서 방문했다가 거센 항의에 막혀 그냥 돌아갔다. 돌아가는 그 길에 어린이 3명이 탄 한 가족의 경차를 들이박고 도망가듯 빠져 나갔다. 그 전에 경찰들은 아이들이 탄 차를 곤봉으로 유리창을 박살내고 발로 찼다. 마치 강력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행하는 방법 그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몇몇 종편방송은 이 가족이 총리의 차를 추돌했다고 보도한다. 사고를 당한 가정의 가장은 왜 우리가 이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싶어 간 자리에 보호 받아 마땅한 어린이들까지 폭력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그 폭력의 주체자는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대한민국 경찰이다. 세월호의 사태와 그 이후의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지금의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성주군민 몇명이 죽어나가도 눈하나 꿈적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민족간의 심각한 갈등구조가 한 작은 가정의 아이들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성주군민이 아니라서 '살아 남았다'라고 좋아해야하나?
성주군민이 박근혜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지를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로 혀끝이나 끌끌 차야 하나?
정말 이 지구상에서 한국인으로써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 답을 우리 나라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2012년 대선
박근혜 86%문재인 13%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 81%보다 더 나온 곳이 성주군이다.

무엇을 위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