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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용 2015년 02월 24일
뉴스타파 뉴미디어팀장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헌법 1조 2항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두 가지 제도가 있다.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그 하나고,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가 또 다른 하나다.
정보공개청구 방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청구인의 권리와 공공기관의 의무, 그리고 불복절차 등과 함께 상세히 규정돼 있다. 문제는 정보공개법에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여야한다" 와 같이 공공기관이 지켜야할 의무는 규정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처벌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빠져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공공기관이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같은 정보공개법상의 불복 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해당기관이 “~하여야한다" 와 같은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정보공개법 안에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공공기관은 마땅히 공개해야할 정보를 감추는 경우도 있지만, 허위 정보를 공개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정보공개법 자체를 무시하거나 정보공개법상 절차를 어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처벌조항 없는 정보공개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벌칙규정이 있는 다른 법률을 동원하는 방법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MBC 김재철 사장이 해임된 직후인 2013년 4월. 필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이사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정보공개법(시행령 2조 4호)상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방송문화진흥회는 스스로 공공기관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정보공개를 사실상 거부했다. 상급기관의 판단에 따라, 정보공개 대상기관임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100일 이상을 시간끌기로 버텼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정보공개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필자는 방송문화진흥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2013년 3월 10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정보공개법을 위반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서울남부지법 2013가소80847)
1심 법원이 인정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정보공개법 위반 규정은 4가지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015년 2월 12일 2심 법원은 세가지 쟁점 중 두 가지 쟁점에서 1심과는 다른 판단을 했다.(서울남부지법 2014나4625)
1심 법원 | 2심 법원 | |
정보공개대상기관 여부 | O | O |
공개대상정보 여부 | O | X |
정보공개법 위반 여부 | O | X |
2심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공공기관인지 여부가 불명확한 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공공기관인지 아닌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며 공개 결정여부를 미루다 청구인이 지쳐서 불복절차를 진행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정보공개법상 절차를 위반한 공공기관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정보공개법상 의무규정 역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앞으로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법상 절차를 위반하더라도 마땅히 처벌하거나 강제할 방법이 사라지게 돼 정보공개법의 취지인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그리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