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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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순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강병국 프로필 사진 강병국 2016년 08월 10일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경향신문 기자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노조활동이 계기가 되어 뒤늦게 법률을 공부했다. 원래 관심사는 문학이었지만 직업생활을 하면서 언론과 노동 등으로 관심분야가 넓어졌다. 의무를 다하는 것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리우 올림픽 초반의 메달 획득 국가별 순위를 보면 대한민국의 선전이 눈부시다. 비록 아쉬운 패배도 있지만 G7 국가들의 상당수를 제치고 10위권 내에 들어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달리 빼어난 스포츠의 천부적 재능이 주어진 것일까.


며칠 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높여 평가했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AA 등급은 우리가 받은 국가신용등급 중 역대 최고이고, 일본보다는 두 단계, 중국보다 한 단계 높은 것으로 영국ㆍ프랑스와 같은 세계 7위로 평가되었다. S&P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6%로서 선진국들(0.3~1.5%)보다 높은 점 등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2019년경 1인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1인 GDP 3만 달러는 10여 년 전부터 곧 달성될 목표로 여겼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한 난공불락의 고지인 듯하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 1인 GDP 2만9백 달러를 기록한 이래 10년째 2만 불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5년의 1인 GDP는 2만7천 달러 수준으로서 3만 달러와 10% 정도의 차이밖에 없지만, 성장의 병목에 걸려 그 격차를 넘어서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수치상의 의미보다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관문으로서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선진국 도약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에 올랐지만, 성장률과 성장 잠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실적에서 뚜렷이 나타나듯 경제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은 감소 추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는 수출의존형 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대외경제의 여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의 무역환경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표방된 공약에서 드러나듯 신보호주의의 조류가 거세게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동북아 지역 패권을 둘러싼 갈등의 전초 지역에 위치하여 지정학적 요인이 향후 경제성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드 배치로 인한 최근의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우리의 살길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자칫 동북아 정세가 우리의 선진국 도약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국내 상황도 희망과 자신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나라 운영이 국력 집중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말한 ‘100% 옳은 일도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정치문화를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야당이었던 시절의 주장과 집권당이 되었을 때의 주장이 달라지는 것이 또한 우리 정치판의 고질병이다. 정권이 바뀐 지가 한참 되었는데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 정권의 과오로 몰아가는 무책임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 개혁이나 공기업의 낙하산 방지책, 연금 개혁 방안 등에 관하여 올바른 길이 분명한데도 말끔한 처방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공기업에 내려간 낙하산이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낭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 수사를 받는 고질적 병폐가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 간 정략적 셈법으로 땜질식 처방을 함으로써 부메랑의 자충수를 두면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아 2030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청년실업이나 3포 세대를 위한 효과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 속에서 허송세월 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올림픽의 메달 순위가 높다고 그 나라의 국민 체력이나 건강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리우올림픽에서 독일과의 축구 예선전 결과가 3대3이라고 하여 우리와 독일의 축구 실력이 대등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독일은 이번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선발에 있어 유로 2016에 독일 대표팀으로 차출된 선수, 이적 등으로 소속팀을 옮긴 선수, 소속팀 경기 일정과 겹치는 선수들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 성적이 생활체육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엘리트 체육선수의 육성에 따른 결과일 때 올림픽 메달 순위와 국민 체력지수와의 괴리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2015년 우리의 1인 GDP가 세계 23위에 올랐지만, 이것이 우리의 행복 수준이나 복지 수준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연간 약 400시간을 더 일하는 우리의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돈다는 것은 경제 체질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S&P가 평가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세계 7위에 올랐다고 하여 그것을 우리 경제의 진정한 실력이라고 체감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