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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는 영원하고, 동아일보는 죽고 있다

김종철 프로필 사진 김종철 2015년 03월 16일

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동아투위가 결성 40주년을 맞아 3월 16일 오후 3시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입니다.


내일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결성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75년 3월 17일 깊은 밤, 박정희 정권과 야합한 동아일보사 경영진은 편집국과 방송국에서 부당한 인사에 항의하며 단식을 하거나 농성을 벌이던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113명을 폭력배들의 손을 빌려 거리로 쫓아냈습니다. 바로 그 113명은 그날 오후 “민중의 성원을 배신한 동아일보사는 오늘로 생명이 끝났다”, “자유언론 실천은 영원한 과제”라고 선언하면서 동아투위를 결성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동아투위 위원들은 ‘자유언론’이라는 깃발을 단 한 순간도 내린 적이 없습니다. 강제해직과 투옥, 정보수사기관의 고문과 생존권 박탈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의 통일이라는 대의에 충실하게 이바지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까지 동아투위 위원 스무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자리에 누워 천수를 다한 이는 거의 없습니다. 감옥이나 생활 전선에서 얻은 난치병, 고문 후유증, 정신적 압박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우리는 유신독재자 박정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저절로 동아일보사에 복직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1979년 그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비명횡사한 뒤, 이듬해 ‘서울의 봄’에 잠깐 동아투위의 눈치를 살피던 동아일보사 경영진은 이른바 ‘신군부’가 5·17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자 아예 동아투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추종하던 동아일보사는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습니다.


동아투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행정부와 국회가 복직과 명예회복, 그리고 배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동아일보사는 노무현 정부 때 구성된 국가기구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75년 3월의 대량해직에 관해 2008년 10월에 내린 ‘결정’을 외면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 광고탄압을 가했고,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역들을 강제해직하도록 압박했다는 사실을 여러 증거와 정황을 통해 밝혀낸 뒤 정부와 동아일보사에 대해 명예회복과 배상을 권고했으나 동아일보사는 그것을 완전히 무시했던 것입니다.


후안무치한 동아일보사 경영진은 진실화해위 결정은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가 거듭 ‘각하’ 판결을 받은 끝에 2013년부터 행정소송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뒤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합작’해서 113명을 폭력으로 추방한 사실은 지난 40년 동안 역사적 진실로 굳어져 있는데 동아일보사 경영진은 사법정의와는 거리가 먼 재판부가 내린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동아투위는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우리는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죽은 것은 동아투위가 아닙니다. 동아일보사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1975년 당시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은 그 어떤 매체도 근접할 수 없는 ‘자유언론의 보루’이자 광고와 판매에서도 가장 앞서가던 언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동아일보는 어떻습니까? 대표적인 보수신문들 가운데서 ‘3등’이라는 굴욕을 감수하면서, 채널A와 함께 대중이 믿을 수 있는 진실보다는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조작된 거짓을 전파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아일보 사장 김재호 씨를 비롯한 경영진에 경고합니다. 당신들은 초대 사주 김성수와 그 추종자들이 1920년 봄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문화정치’라는 미명 아래 내준 신문발행권에 힘입어 ‘민족지’를 표방하면서 ‘국민 주주’를 모집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김성수 일가는 ‘국민신문’을 교묘한 방식으로 사유화한 뒤 족벌언론으로 둔갑시켜버렸습니다. 김성수에서 아들 김상만, 손자 김병관, 증손자 김재호로 이어지는 세습 족벌체제는 조선일보사와 더불어 한국 언론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경영진으로 기록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사는 노무현 정부 때의 법적 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에 김성수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것을 뒤엎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김성수의 친일매국 행각이 여러 쪽에 걸쳐 명기되어 있는데도 그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고 있는 것입니다.


동아투위는 영원합니다, 우리는 1974년 10월 24일에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유신체제’인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되살리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현역 언론인들과 언제나 함께 가겠습니다.


2015년 3월 16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