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같은 반기문의 ‘갈팡질팡 쇼’

‘헬조선’의 참상도 모르면서 대통령 될 수 있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이 열흘 가까이 전국을 누비며 쏟아낸 말과 공개적으로 보인 행동을 지켜보면서 ‘그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떠올랐다.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154개국을 순방했다는 인물이 조국인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언행을 하고 있으니 ‘외계인’이라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반기문은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 인턴을 확대해 해외 진출할 기회를 준다든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 포기하는 (청년)세대 문제,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3포’ ‘5포’라는 말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 20~30대에게 국가가 인턴을 확대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기문은 지난해 10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인 8.5%로, 60만여 명이 일자리 없이 ‘헬조선’을 배회하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반기문의 ‘청년 해외 진출론’은 2015년 3월 중순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한 말을 연상시킨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기본 생활비도 벌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자식 낳기도 포기하는 그 많은 청년들에게 정부가 비행기표라도 사주어야 해외로 나갈 것 아닌가? 설령 외국에 가더라도 취업은 누가 시켜주나? 반기문은 미국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보기로 들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도전, 창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더라.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10억 달러대 갑부들은 다 창업한 사람들이다. 부모 상속받은 사람들 없다.

한국사회에서 부모의 재산 상속도 받지 못한 ‘흙수저들’이 무슨 재주로 도전을 하고 창업을 할 수 있겠는가? 민주와 평등을 추구하는 유능한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반기문은 조선대 강연에서 청중의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역사적 무지를 드러냈다. “광주는 이 충무공, 이 충렬공이 탄생한 곳”이라는 ‘신학설’이 바로 그것이다. 1545년 4월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난 이순신의 부모가 광주로 가서 출생신고를 했다는 뜻인가? ‘이 충렬공’은 또 누구인가? 그는 같은 날 광주 북구의 국립5·18민주열사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정부가 금지한 데 관한 의견을 기자가 묻자 “다음에 하겠다”면서 ‘기름장어’처럼 빠져나갔다.

반기문이 지난 9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심각한 사건들에 관해 얼마나 피상적이고 권력 추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명백한 사례가 지난 19일 이명박을 방문한 자리에서 드러났다. 이명박이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으니 그 경험들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고 ‘덕담’을 하자 반기문은 “이 대통령께서 재임 중에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해 오신 점을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의원 김영주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의 ‘무지’와 ‘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핵심 정책이 무엇이었나?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가 아닌가?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환경파괴와 부정부패가 만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까지만 해도 단군 이래 최대의 스캔들로 국민에게 고통을 준 대표적 정책 실패였다.”

‘1일 사고 1건’은 반기문이 귀국한 지난 12일부터 저지른 고의적 또는 우발적 사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민 행보’를 하겠다며 입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 승차권 판매기에 1만 원권 두 장을 겹쳐 넣는가 하면 자판기에서 외국산 생수를 집어 들었다가 측근의 제지로 국산 물병을 샀다. 14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가, 누워 있는 중환자인 할머니에게 수저로 죽을 먹여 큰 사고를 저지를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환자용 턱받이를 자신이 걸쳐 인터넷에서 조롱의 글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반기문의 ‘서민 시늉’에서는 진정성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은커녕 ‘정치적 쇼’라는 인상만 짙게 드러날 뿐이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반기문이 안고 있는 최대의 화약고는 태광산업 회장 박연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시사저널>이 그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데 이어 <한겨레>는 지난 18일 자 1면 머리에 “반기문 아무리 부인해도 ‘박연차 리스트’에 적힌 건 팩트”라는 통단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노컷뉴스>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했지만, 반기문은 <시사저널>만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10억 원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을 뿐 다른 매체들의 기사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야권에서 “그 매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검찰의 기록물창고에서 박연차 리스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도 그는 이렇다 할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반기문의 행적은 ‘갈팡질팡 쇼’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참담한 현실을 너무 모르는 그에게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는 ‘금과옥조’가 될 만하다.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 반기문은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귀국 이래 그가 보인 언행은 ‘5년 이상 국내거주’가 왜 중요한 자격요건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북한을 찾아가 민족이 평화공존하면서 통일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진보적 보수’라면서 혁신적·합리적 정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당 저 당, 이 지역 저 지역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파탄 상태에 빠져버린 국정을 그가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리라는 기대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반기문이 ‘노욕’과 ‘노추’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려면 이제부터라도 ‘이름도 명예도 없이’ 보통사람들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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