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과연 ‘미친 짓’을 하고 있을까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정진석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총리의 대선 출마? 말도 안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입니다. 스스로 사임하고 이를 자기가 수리하고, 대통령권한대행을 또 다시 자기가 임명하고, 대선에 출마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죠. 그리 되면 보수는 무리수를 내서라도 권력만 탐하는 족속이란 좋은(?) 교훈을 남기겠군요. 대선출마설에 침묵하는 황 총리도 묘한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 참··.

황교안 측은 정진석의 글에 대해 “SNS라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품격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정진석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서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귀국하기 전부터 그를 대선 후보로 열렬히 지지하던 사람이다. 이번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최근 지지율이 한창 가라앉고 있는 반기문 진영의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정진석의 표현이 거친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황교안에게는 뼈아픈 일침이 된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황교안은 지난 23일 마치 대통령처럼 신년 기자회견을 한 뒤 대선 출마 가능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전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아리송하게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대변인 장제원은 황교안의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은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라”며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고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장제원은 그런 브리핑을 한 바로 그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다시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폭로’했다.

황 총리는 오늘 오전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는 저의 대변인 브리핑이 나간 후 제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른정당이 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 ‘장제원 의원의 생각인가’, ‘논평을 장제원 의원이 직접 썼느냐’며 꾸짖듯 말했다. (···) 야당의 건전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재갈 물리기이자 모든 비판에 대해 눈과 귀를 닫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장제원은 “황 권한대행의 말투가 위압적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바른정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황교안에 대한 ‘홀대’ 또는 ‘무시하기’라고 해석할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26일 황교안이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하자고 바른정당 지도부를 초청하자 대변인 장제원은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응답했다. “총리가 정병국 대표실로 정무비서관을 보내 지도부 만찬을 요청했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창당 일정에 쫓겨 사양했다.”

황교안은 총리로서 국회의 대정부 질문 자리에 나갔을 때 의원들이 좀 거친 말투를 쓰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눈으로 ‘레이저광선’을 뿜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바른정당 대변인한테 모욕적인 비판을 당하고서도 그 당 지도부를 만찬에 초대한 까닭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 말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반박근혜파’가 탈당해서 바른정당을 창당하자, 유력한 대선후보도 없이 ‘폐족’이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새누리당은 황교안에게 뜨겁게 구애(求愛)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31일 오전에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 인명진이 노골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10% 남짓 지지를 받는다는 말씀을 듣고, 결국은 국민이 다시 한번 보수와 당을 향해 대선에 나서서 책임을 맡으라는 게 아닌가 하는 민심의 변화를 생각했다”며 “황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고 허락한 것”이라고 그 나름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황교안에 대한 지지율이 10%를 넘었다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인명진은 왜 허황한 수치를 근거로 ‘민심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늦어도 3월 13일에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12일까지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만약 황교안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그로부터 30일 전에 대통령권한대행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에게는 피선거권이 있으므로 출마는 그의 자유이다. 그러나 2015년 6월 국회에서 열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비리, 거액의 변호사 전관예우, 종교적 편향 의혹 등으로 호된 시련을 겪고 가까스로 총리로 임명된 그가 대선 과정에서 혹독한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황교안이 보수진영의 단일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진석은 그의 출마가 ‘미친 짓’이라는 발언을 곧장 취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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