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공동체’ 새누리당과 황교안의 후안무치

-주권자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하라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과 정체불명의 ‘집권당’ 새누리당이 주권자들을 무시하거나 기만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후안무치는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름”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지난 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우택이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면서 ‘보수정권 재창출’ 의지를 밝힌 뒤에 야권에서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대변인 박경미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올리고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새누리당이 보수정권 창출을 운운하다니 어림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위기와 난국을 자초한 것은 지난 9년 동안 이명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작품”이라며 “위기를 만든 주범들이 위기를 타개하겠다니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공격했다.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장정숙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정운영의 2인자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다. 더구나 문자로 해고 통보까지 받았던 인물”이라며 “(새누리당이) 이제 와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공격했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은 두 달 가까이, 난맥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하는 작업보다는 ‘대통령 행세(속칭 코스프레)’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역 플랫폼까지 의전차량을 타고 들어가서 KTX를 타는가 하면 충북 오송역 버스정류소에서 30분이나 불법주차를 하며 버스 진입을 막았고,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 구로역 사거리 교통신호를 7분 동안 통제했다. 국회의장 정세균을 만나러 국회에 가기 전에 대통령 수준의 의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황교안은 최근 낙마한 반기문 못지않게 언론과 SNS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지난 연말 육군 25사단을 찾아가 철책을 살펴보던 때 그와 국방장관 한민구가 방탄헬멧을 쓰지 않은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어 군대의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을 들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담마진이라는 피부병)로 병역을 면제받은 황교안이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거서 한민구가 건넨 건빵을 먹으면서 “건빵 맛 여전하네”라며 파안대소를 한 ‘사건’이었다. 군대 생활도 하지 않은 사람이 ‘밀반출’된 군용 건빵을 먹어본 적이 있다는 뜻일까?

황교안은 2015년 6월 18일, 온갖 부정과 비리 의혹을 딛고 가까스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로 임명되었다. 말이 ‘의혹’이지 그 자신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사건들이 수두룩했다. 거액의 ‘전관예우’ 변론, 2013년 국회의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위증, 소득세 탈루, 삼성 ‘떡값검사’, 정치적·종교적 편향성 같은 의혹과 실체적 사실들 때문에 총리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가까스로 넘어선 그는 박근혜의 ‘충직한 영의정’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9월 하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행정부의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잇달아 구속되었는데도 황교안은 총리로서는 물론이고 대통령권한대행의 자격으로도 주권자들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를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규정했으니 황교안은 적어도 ‘종범’으로 정치적 탄핵을 받았어야 마땅하다.

황교안은 반기문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이 문재인보다 훨씬 뒤지기는 하지만 10% 안팎으로 나타나자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지난 2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의 연설을 듣고 나오던 자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당 의원 채이배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전혀 없다”고 대답한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반기문의 중도하차로 유력한 대선 후보도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인명진은 황교안의 미소를 ‘염화시중’으로 해석했던지, 잽싸게 ‘영입 신호’를 보냈다. 그는 지난 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황 권한대행에 대한 지지율은 국민이 새누리당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10%를 조금 넘는 지지율로 민주당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새누리당은 황교안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참으로 ‘백일몽(환한 대낮에 꾸는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새누리당은 공인(公人)이 아니라서 박근혜처럼 탄핵소추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국회에서 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었다. 새누리당의 ‘친박’은 박근혜가 최순실 일파와 함께 헌법을 유린하고 정부를 사유물처럼 움직이던 지난 4년 동안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못했고, 국정의 총체적 파탄을 막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황교안은 자신보다 직급이 아래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내각의 일원인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이 저지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해서도 엄중한 문책을 당해야 한다. 그리고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최순실과 공모해 저지른 위법행위들에 대해서도 ‘감독 불충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뿐 아니라 황교안은 법무부장관과 총리 재임 기간에 간여하거나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사건들 때문에도 박근혜에 버금가는 탄핵을 받아야 마땅하다. 국기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 사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 123정장에 대한 기소를 방해한 일 등등.

이렇게 보면 새누리당과 황교안은 박근혜와 함께 ‘탄핵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박근혜가 늦어도 3월 13일 이전에 헌재에서 탄핵 인용 판결을 받는다면 새누리당은 마땅히 해체되어야 하고 황교안은 즉각 대통령권한대행과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새누리당이 ‘조기 대선’ 후보로 황교안을 내세우는 순간 촛불혁명을 주도한 민심이 다시 거세게 폭발할 것이다. 그렇게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새누리당과 황교안은 이제라도 주권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탄핵공동체’의 일원으로 저지른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특히 황교안은 후배 검사 임은정이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쓴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 대권 운운의 풍설을 저도 듣습니다만, 설마요. 법무부장관 시절, 그 지휘를 받던 검찰이 얼마나 비판받았으며, 총리 시절, 정부가 얼마나 무법천지였는지 드러나는 마당에···. 제가 ‘없을 무자 법무부냐’고 내부게시판에 항의한 때가 황 장관 시절이었고, (···)
문체부 블랙리스트 등에서 확인되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복종과 부역이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짐작해 볼 수 있지요. 장관 혹은 총리로 탄핵정국을 초래한 주역의 한 분이니 더한 과욕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맹자께서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 했으니, 한때 검사였던 선배가 더 추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황교안은 지난 3일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실질적으로 묵인했다. 대통령권한대행인 그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독자적으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것이었다. 김기춘에 버금가는 ‘법률 미꾸라지’의 면모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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