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뒤따르는 ‘신종 기름장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소홀한 채 ‘대선 행보’에 몰두

지난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토요촛불집회의 제목은 아주 길었다.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이 바로 그것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 광장에 모인 시민 75만여명이 촛불을 흔들며 외친 구호들 가운데 울림이 아주 컸던 것은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도 탄핵하라”였다. 박근혜가 최순실과 함께 저지른 희대의 ‘국정농단’ 부역자이자 ‘공범’이 국무총리 황교안이라는 뜻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은 두 달이 넘도록 파탄 상태에 빠진 국정을 되살리고 극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마치 현직 대통령인 듯이 행세하면서 대선에 출마할 후보 같은 행각을 거듭해 왔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보기는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당한 뒤 황교안이 보인 무책임한 언행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민주당 의원 송영길이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한 주체가 박흥렬 경호실장과 조대환 민정수석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압수수색은 피압수물이 있는 장소와 물건에 대해 하는 것”으로 “법에 정해져 있는 데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했다. 송영길이 “지금 청와대를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다그치자 그는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피압수물과 소재, 장소와 물건”이라며 “그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라고 대답했다. 송영길의 끈질긴 추궁에 그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감독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특검이 집행하려던 압수수색을 거부한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권한대행임이 분명한데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이다.

이른바 ‘대통령 코스프레’에 몰입하던 황교안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학살’을 당하던 지난해 12월 27일 “앞으로 1주일 동안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해당 기관들에 당부했다. 그러나 그 뒤 한 달 반이 지나도록 AI는 근절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초순에는 경기도 연천에서 심각한 단계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그런데 황교안은 7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드러났다. 그는 “자리를 한 시도 비울 수 없어 국회 출석도 못하겠다던 분이 구제역에 대해 신속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니 웬 일이냐”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황교안이 이끄는 정부의 무능과 안이한 대처 때문에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퍼지는 사상 최악의 ‘축산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의 ‘메르스 대란’ 때 허우적거리다가 막대한 피해를 자초하던 상황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대정부질의에 나선 의원 여러 명이 황교안에게 아주 집요하게 캐물은 것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교안은 그런 질문을 무려 37번이나 받고도 “지금 제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거나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대답으로 에둘러 갔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1월 12일 귀국한 뒤 꼭 3주 동안 출마선언 없는 대선 행보를 계속하던 반기문이 자신과 친인척의 비리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거나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낙마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궁지에 빠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져나가려는 언행이 몸에 밴 ‘기름장어’의 몰락이었다. 요즈음 황교안이 대통령권한대행 자리를 지키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신종 기름장어’라는 별칭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지난 두 달 남짓 동안 황교안의 ‘보여주기 식 민생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쪽방촌 등 현장 방문 31회, 군부대 방문 4회, 기자회견 등 언론 접촉 3회가 그 증거이다. 그러던 그는 지난 7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런 말을 했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75주년 생일이 있는 올 2월에 “어느 때보다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첩보인지 정확한 정보인지는 밝히지도 않은 채 뜬금없이 ‘북풍’을 연상시키는 말을 한 셈이다.

지금 정치권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까지도 황교안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이 10% 안팎을 넘나들면서 ‘식물정당’이 된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새 이름)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갈라져 나간 뒤 ‘도로박근혜당’이 되어버린 자유한국당에는 지지율 2%를 넘는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으니 비대위원장 인명진을 비롯한 의원들이 황교안을 ‘구세주’처럼 섬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는 3월 초에 헌재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안에 치러질 대선에 황교안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선다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는 문재인이나 안희정과 경쟁을 벌이면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놀라운 이변이 없는 한 그러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황교안은 왜 명확한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는 채 ‘도로박근혜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라는 현실을 은근히 즐기는 듯이 보일까?

결론을 짧게 말하면 황교안은 대통령이 될 자격도 능력도 없다. 검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법무부장관을 거쳐 총리 자리에 오른 그는 정치 경험도 폭넓은 사회적 교류도 한 적이 없다. 그에게는 극우보수집권세력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공안통’이라는 별명이 언제나 따라다녔다. 게다가 그가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생산적 정책과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국정농단으로 파멸을 맞이한 박근혜 정권의 ‘아바타’ 아니면 ‘아류’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교안은 이제라도 자신의 공직생활과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부질없는 ‘대선 행보’를 그만두어야 한다. 나는 그가 민족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것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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