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언론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나

-민주화에 역행하는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장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한국 언론사상 가장 길게, 그리고 치열하게 공정방송과 자유언론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2012년 12월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장 김재철 퇴진’을 요구하며 무려 170일 동안이나 파업을 계속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던 박근혜는 당선되면 MBC 언론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취임한 뒤에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이 오히려 ‘낙하산 사장’을 계속 내려보냈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죄’로 해고당한 기자와 PD 6명은 민사소송 1심과 2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아직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직을 거부당했다. 그들 가운데 기자 이용마는 희귀한 암에 걸려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에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처참하게 무너져버렸다. 전성기에 시청률 30%를 웃돌던 밤 9시 ‘뉴스데스크’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2~4%라는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기보다 더 철저하게 ‘청와대 방송’을 만들어버린 경영진은 인사권과 징계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하면서 200여 명의 기자와 PD를 직능이나 전공 분야와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로 ‘유배’를 보냈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는 여야 정치인들이 입 밖에 낼 생각도 하지 못하던 ‘대통령 박근혜 탄핵과 파면’을 이끌어냈다. 22차례에 걸쳐 연인원 1900만 명이 참여한 그 거대한 ‘시민혁명’은 단 한 사람의 구속자나 부상자도 내지 않고 구체제(앙시앙 레짐)를 무너뜨림으로써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이 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경탄했다. ‘한국인들은 세계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위대한 평화혁명을 이룩했다’고.

지금 한국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경제·외교·사회·문화·교육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적폐 청산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시민들이 가장 소리 높이 외치던 ‘검찰 개혁’이 주권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함께 제일 먼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언론 분야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역사적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와 달라진 면이 전혀 없다. 그런 상황을 대표하는 곳이 MBC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지난 29일 ‘노보’를 통해 발표한 선언(‘김장겸·고영주 퇴진! / 우리의 힘으로 쫓아내겠습니다’)에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벌써 9년이다. <PD수첩> PD들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과 체포가 들어오고,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가 청와대의 압력으로 강제 하차했다. 곧이어 청와대에서 ‘조인트 까인’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언론자유는 질식했고, MBC는 추락했다.

우리는 처절하게 저항했다. 2010년 39일 파업, 2012년 170일 총파업으로 언론 장악에 맞서 싸웠다. 한국 언론 역사상 가장 악랄한 탄압이 자행됐다. 10명이 해고됐다. 200명이 징계 받고 자기 자리에서 쫓겨났다. 저들은 우리에게 19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걸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살아남았고 끈질기게 저항했다.

김장겸 사장은 암흑시대 9년의 한 가운데에서 보도국을 장악했다.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사장까지 유례없는 수직 상승이었다. 2012년 대선 편파 왜곡 보도, 2014년 세월호 유족 모욕과 왜곡 보도,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축소 물 타기 보도, 2017년 대선 최악의 편파 왜곡 보도까지, 김장겸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현장을 지휘한 직접적 책임자이다. 그 김장겸의 뒤를 봐주며 MBC 파괴를 합작한 자가 고영주 이사장이다.

이제 우리는 선언한다. MBC 암흑시대 9년을 끝내겠다. 헌법 21조 언론자유를 회복하겠다.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되찾겠다. MBC는 지금도 파업 중이다. 7년간 이어진 이 기나긴 파업을 이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 암 투병 중인 해직기자도, 쫓겨난 PD들도, 사라진 아나운서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이 승리를 향해 우리는 김장겸, 고영주 퇴진을 위한 강력한 마지막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언론자유를 염원하는 국민과 시청자가 우리 뒤에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 10명의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월 11일에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50명을 2차로 발표했다. 그중에는 MBC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KBS가 20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을 적극 펼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내몬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도 부당 징계로 진실을 외치는 기자와 PD 탄압을 계속하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KBS를 부패 정권의 소리통으로 만든 진짜 적폐 주범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 정권의 또 다른 부역자인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양대 공영방송 가운데 대통령이 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KBS에서도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10~20년 차 기자 215명이 기명(記名)으로 성명을 내고 사장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같은 날 제작본부 TV프로덕션 소속 PD 36명이 “오늘부터 고대영 사장의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보다 앞선 25일에는 20년 차 이상 기자 71명이 기명 성명을 통해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지금 MBC는 물론이고 KBS의 언론노동자들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온 나라와 국민이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환호하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에서만 공정방송과 자유언론을 유린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을까’라고 탄식하면서. 그래도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싸울 것이다. 이제 ‘촛불혁명’으로 새 시대를 연 주권자들이 그 언론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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