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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관련

최원호 프로필 사진 최원호 2014년 11월 18일

나/너/우리 - 온전한 이해와 소통을 꿈 꿉니다. 방법이야 글이든, 음이든, 술이든 마다 않지요.^^!

1.

며칠 전 기사로 이런 내용이 있네요. 한쪽의 의견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료과실이라는 점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엑스레이에 심낭 내 공기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차 있었는지에 따라 판독이 모호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결론을 놓고 보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양과 위치에 따라 위장의 가스와도 혼동의 여지가 있습니다. (사진을 직접 보지 못하고 적은 글입니다. 이후 사진도 공개 되었네요. 이에 대해서는 이 분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음은 전 의협회장인 노환규님의 글입니다. 고 신해철씨 사망사건, 이제는 의사들이 말해야 한다)

 


 

2.
위를 수술했는데 어떻게 심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나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 자체로 의료사고라 단정짓는 의견도 많고요. 하지만 사람 몸이라는 게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해서 생기는 것이라, 이 장기와 저 장기를 떼놓고 보면 육안적으로 명백히 구분되지만 그 경계에서는 여러 층의 얇은 막으로 구분되어지므로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오른쪽 대장을 수술할 때 교과서에서 가장 조심하라는 부분이 전혀 다른 장기인 십이지장(소장 첫 부위)인 것 처럼요. 특히 수술 후 유착이 있는 상태라면 원래도 모호한 부분이 서로 딱 들러붙게 되니 더 모호해지겠지요. 아마도 첫 수술에서 심낭 천공이 생긴 것이 맞다면 유착 박리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횡경막이라는 가슴과 배를 가르는 두꺼운 근육층이 있는데 그 경계를 뚫고 손상이 생겼다는 점이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기구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유착된 부위를 일시적으로 찔렀다든지 했을 가능성도 있으리라 봅니다. 이 경우에 집도의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유착: 저는 환자분들께 이리 설명 드립니다. 배 안이 원래 손 대는 데가 아니기 때문에 피부 쓸리면 진물 나듯이 수술을 하면 진물이 나게 되고 그 때문에 주변 장기들이 군데군데 딱 들러붙게 된다고요. 그게 유착입니다. 유착을 떼는 과정에서 종종 그 부위에 천공(그래서 일반적으로 천공 자체는 의료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피치 못할 과정이라 보는 게 더 맞으리라 생각합니다.)이 생기는 이유이지요. 하지만 유착 자체는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그냥 붙어 있는 상태일 뿐으로 병은 아닙니다.

3.
국과수에서 직접 사인을 심낭 천공으로 발표한 이상, 위축소수술에 대한 부분은 중요하게 다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 기사(조선일보 싫어!)에서처럼 gastroplasty와 repair는 딱 구분되는 용어도 아닙니다. 만약 유착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위장 손상이 있었다면 그 위를 꼬매주거나 일부 절제하는 수술은 흔히 동반됩니다. 그 수술을 두 용어 중에 어떻게 표현할지는 의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라면 그냥 꼬맸다면 repair, 일부 안좋아보이는 부분을 살짝 정리했다면 gastroplasty라 적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와 관계없이 비만을 위한 별도의 수술을 동의없이 시행했다면 이는 심각한 의료 윤리 위반이라 생각합니다.(부검으로 이를 가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4.
전에 말씀 드렸던 것처럼 솔직히 외과의사로서 비만수술을 곱게 보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분들처럼 신해철을 사랑했고요. 하지만, 의료사고라는 말에 묶인 의사를 살인자라 무조건 매도하는 것도 결코 옳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수술이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1%인 그 일이 환자 입장에서는 100%이기에 그 차이만큼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사람 목숨인데요! 그 가족분들의 아픔에는 살인자라는 말보다 더한 말이라도 정당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일에서 팬덤처럼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분명히 넘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실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처벌하면 됩니다. 그 처벌이 너무 가볍다면 법을 바꾸면 되고요. 다만 한번쯤은 중요한 1%의 나머지 사소한(?) 99%도 잠깐 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외과의사 하나를 키우는데 든 사회적 비용(비록 많은 의사들이 정작 사회가 자기를 키워주었다는 것을 못 깨닫고 있기는 하지만서도..ㅡㅡa)을 생각하더라도 그 편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