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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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인터뷰 후기

도도 프로필 사진 도도 2015년 01월 13일

중심의 변두리에서

뉴스타파를 통해 미디어오늘에서 어뷰징 기사 작성에 대한 인터뷰 의뢰를 받았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질문지를 받고 서면으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1월 12일 오전에 메일을 받아 같은 날 오후에 답변서를 보냈다. 질문은 총 15개였고 이 가운데 14개의 질문에 답변을 보냈다.

나는 어뷰징 담당자를 대표할 수 없다. 현상을 바라보고 전체 의견을 종합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기사의 큰 흐름을 보고 여러 인터뷰이의 발언 가운데 필요한 워딩만 받아 적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기사의 입장과 그간 내가 쓴 글에 다소의 차이가 있어 답변한 질문 14개 가운데 3개를 공개한다.

안녕하세요. 미디어오늘 금준경기자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기획기사의 보조 박스기사로 ‘어뷰징 기자들과 대화’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답변해주신 내용은 해당 기사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바쁘시더라도 오늘 중으로 답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을 하면서 다른 어뷰징 기자들과 친분을 쌓지는 않았나요. 혹시 별다른 친분을 쌓지 않으셨다면 이유가 있나요.
함께 일했던 어뷰징 담당자들은 거의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대개 순수했고 패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처음 한 일이 어뷰징이다보니 그들은 일의 난이도에만 관심이 있었고 일의 옳고 그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나 싶을 정도로 소위 스펙이 높은 직원도 있었습니다. 별다른 친분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하루 8시간씩 컴퓨터만 들여다보며 어뷰징을 하고 나면 제가 쓴 기사가 무엇인지도 다 잊어버릴 지경이라 친분을 쌓을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하루 30여개의 기사를 작성했다고 했는데, 이 모든 게 별개의 이슈였나요. 자신의 기사를 베끼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하루에 보통 몇 개의 이슈를 기사로 담았는지.
저는 제 기사를 베낀 적은 없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다른 직원들도 비슷했습니다. 똑같은 기사가 올라가면 자사 기사를 베꼈든, 타사 기사를 베꼈든 포털 뉴스 시스템에 걸러져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토씨 하나라도 바꿔서 올리는 게 일종의 불문율입니다. 어뷰징을 하는 입장에서 30여개의 기사가 별개의 이슈였냐 아니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리는 기사가 얼마나 많이 실시간 검색어에 걸리는지 여부입니다. 검색어 리스트가 어뷰징 담당자의 업무 시간인 8시간 내내 바뀌지 않는다면 그 10개의 키워드만 가지고 반복적으로 기사를 생산할 것이고, 분초마다 바뀐다면 30개의 기사는 전부 개별 이슈가 될 수 있겠지요.

언론의 포털 종속 문제를 언급했는데, 경험자로서 보기에 언론이 포털을 떠나 자생하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하나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론과 정보 소비자가 모두 품을 들이기 싫어하는 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겠지요. 과거 신문은 영업소로 대표되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었고 방송 또한 전파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의 신문사와 방송사는 고유한 정보 유통망을 구축하는 대신 정보 전달을 포털에게 맡기는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사람들도 정보를 여러 곳에서 검색해보는 대신 한 포털을 홈페이지로 지정하고 포털에서 모든 정보를 얻으려고 합니다. 언론뿐 아니라 지금 한국 인터넷은 포털과 몇몇 커뮤니티 사이트, SNS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멸했습니다.일례로 제 글 역시 이미 뉴스타파에 올리기 전에 제가 개인 계정을 구입하고 따로 홈페이지를 구축해 업로드한 적이 있지만 조회수는 늘 0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글인데도 사람들은 뉴스타파를 통해서야 제 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답변서를 보내고 오늘 올라온 기사를 보니 나에게 보낸 기사 제목인 '어뷰징 기자와의 대화'가 '기레기와의 대화'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바이라인을 달고 기사를 낸 적이 없다. 내가 기자였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이에 대한 고민은 글을 쓰면서 밝힌 바 있다. 줄곧 어뷰징 담당자였음을 밝혔던 나는 '어뷰징 기자와의 대화'에 응하면서 기레기가 되어 버렸다.

나는 어뷰징 담당자로 일하던 한 달 간 적지 않은 독자를 낚았다. 그러나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면서 나는 취재 자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이를 낚지는 못했다. 낚시꾼의 입장에 있던 나도 여전히 어뷰징에 걸려드는 마당에 취재원 경험이 없던 내가 낚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