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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마주하기 전, 촬영 팁

도도 프로필 사진 도도 2015년 05월 25일

중심의 변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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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프랭크 언더우드와 클레어 언더우드가 비행기를 타고 오로라 지역을 지나는 장면이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화질은 생생하지만 현재 카메라가 비행기 안의 대통령 부부와 비행기 밖의 오로라를 동시에 촬영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물론 편집과 합성 기술로는 이를 구현해낼 수 있다. 유럽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은 아이슬란드 외에도 노르웨이의 트롬쇠, 핀란드의 라플란드 등이 있다. 이외에도 북극권에 포함되는 곳이라면 대부분 가능하다. 북극권은 대개 여름에 백야가 나타나고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 드림을 꿈꾸고 찾는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머무는 숙소의 프런트 데스크에 오로라를 볼 수 있냐고 물으면 관련 상품으로 안내를 해 준다. 날씨가 좋지 않아 오로라가 관측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도 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일정을 여유있게 잡는 편이 좋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2주를 있었지만 악천후로 두 번을 연기했고 오로라는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요즘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보는 오로라 상품도 생겼다. 가장 일반적인 상품은 오로라를 보려는 사람을 모아 버스로 오로라를 볼 수 있을 법한 장소로 이들을 데려가서 한 시간 정도 버스를 세워두고 사람들이 주변에서 오로라를 보거나 촬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악천후는 한국의 악천후와 차원이 다르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다 중간쯤에서 얼어붙은 얼음이 떨어지고 풍속도 60km/h에 이른다. 아이슬란드에서 악천후 속 야외 활동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그 꿈과 생명 유지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지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거센 바람에 섞인 얇은 얼음을 얼굴에 맞으면 살날이 찢기는 기분이다. 출발 전, 이미 오로라를 보고 온 사람에게 조언을 듣기도 했다. 추위를 매우 강조했다. 외투는 두 벌, 내복은 기본, 껴입을 수 있을만큼 껴입고 핫팩을 온몸에 두르라며 팔다리 등 핫팩을 붙일 수 있는 곳에 모두 붙이라고 했다. 이 말을 제법 충실히 이행하려고 한국에서부터 핫팩을 세 박스나 사서 아이슬란드까지 20여개를 가져가고 파카에 좀 얇은 외투를 또 하나, 옷도 두 겹 입고 내복 등을 입고 갔다. 오로라는 밤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 낮에는 레이캬비크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핫팩 20개에 여벌 외투까지 갖고 다니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잔뜩 싸갔던 방한용품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혹독하지만 오로라는 온화한 날 봐야하고 온화하지 않은 날에는 숙소에서 한 발자국을 나서는 데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오로라를 촬영하려면 장시간 노출이 필요하다. 최소 20초. 그 정도는 되어야 오로라 비슷한 게 카메라에 잡힌다. 나와 함께 오로라를 본 사람들은 대개 1분여의 노출을 했다. 여기서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가 나타난다. 휴대폰 카메라의 화질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건 일상을 촬영하는 수준에서의 이야기다.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은 노출 시간을 조정할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나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나는 여행을 시작하고 한동안 이 카메라가 거대 목걸이 이상의 기능을 못한다며 투덜거렸는데 오로라를 촬영하면서 할 말이 없어졌다. 내 카메라의 최대 노출 시간은 30초였다. 사전 준비가 없었던 사람들 가운데는 똑딱이 카메라나 심지어 휴대폰 카메라를 갖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준비를 제대로 한 사람들은 DSLR과 삼각대를 척 내놓고 1분씩 노출을 하며 찍었다. 워낙 어둡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카메라 앞을 지나다니는 실수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왜 오로라 촬영 사진 가운데는 인증샷이 없을까?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놓고 오로라 앞에 초상화 모델인듯 서서 촬영을 하면 실루엣이 포함된 사진 정도는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로라와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한 사진에 있다면 단언컨대 합성이다. 노출 시간 조정이 안되는 똑딱이를 가져온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오로라 촬영이 불가능해지자 플래시를 터뜨리며 서로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노출을 20초씩 줘도 오로라가 잡힐까말까 하는 와중에 플래시가 터지면 그 주위에서 사진을 찍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플래시가 아니어도 뷰파인더나 액정에서 새어나오는 미세한 빛조차 방해가 되는 환경이다. 버스에서 가이드가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플래시를 터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플래시는 고사하고 다른 카메라 뷰파인더조차 방해가 된다. 워낙 빛이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을 주면 위 사진처럼 다른 뷰파인더의 유려한 움직임조차 그대로 사진에 담긴다.

한국에서 사전에 들은 조언은 사실상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 넣은 두 개의 핫팩이면 충분했다. 삼각대는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20~30초간 손으로 들고 있어야했는데 영하 10도를 전후하는 날씨라 잠깐만 이렇게 있어도 금세 손이 언다. 그 때 손을 녹이기 위한 용도로는 유용했지만 수십 개를 온몸에 두를 정도는 아니었다. 외투는 파카 한 벌로도 모자람이 없었다.

오로라를 보고 촬영할 생각이라면 카메라는 가급적 고급 카메라를 가져갈 것을 권한다. 장시간 노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20~30초씩 카메라를 가만히 들고 있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삼각대도 있는 편이 좋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플래시는 터뜨릴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찾는다면 추위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물론 아이슬란드의 추위는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지만 오로라는 맑은 날 봐야하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러 가는 날은 기온은 낮을지라도 날씨는 온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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