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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개와 동물들

도도 프로필 사진 도도 2015년 07월 01일

중심의 변두리에서

유럽에서 동물원에 간 적은 없지만 거리 곳곳에서 동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개는 어디에나 있다. 백화점, 기차 내부, 그 외에 한국에서는 반려동물을 볼 수 없는 여러 장소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 도중 만난 동물 친구들은 대부분 진지했다. 규칙적으로 산책을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신기한 바깥 세상을 최대한 즐기려는 일견 괴로운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슬란드 숙소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둘 모두 10살이 넘었다고 했다. 2주를 머무는 동안 고양이는 어디에 숨었는지 몇 번 만나지 못했지만 개는 나를 좋아했다. 악천후가 계속되어 날이 맑은 3~4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숙소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 친구는 내 방에 들어오려고 내 방 문 앞에 앉아있곤 했다. 이 개는 아이슬란드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숙소 주인의 손에 이끌려 산책을 했다. 때로는 나가기 싫은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하면 나에게 쪼르르 달려오곤 했다. 그래도 잠시 내 얼굴을 보고 나면 여지없이 산책을 가야했지만 말이다.

케플라비크에서 대서양을 따라 걸을 때, 가득 쌓인 현무암을 헤치고 다녀야 했다. 때로는 돌을 밟고 때로는 돌틈을 조심조심 밟고 다녔다. 퍼핀은 바닷가의 현무암 위에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나도 퍼핀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바닷물에 젖은 현무암길을 지나가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살을 베듯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곳에서 현무암이 가득한 바닷가에 퍼핀이 모여 사는 모습은 장관이다. 퍼핀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새지만 아이슬란드의 상징과 같은 새다. 도시를 조금만 걸어다니면 퍼핀 인형을 파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는 비둘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레이캬비크 거리에서는 열 마리에 가까운 오리들이 줄지어 다녔다. 아마 부모와 자식이 아닐까 싶게 닮은 오리떼는 집에 있는 것마냥 여유로웠다. 이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 모습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그 틈에 끼어도 오리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리들은 플래시를 한 몸에 받았다. 레이캬비크에서 오리들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웃음을 안겨주는 스타였다. 오슬로 아케르셀바강에서 물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오리들도 우아했다.

뮈르달에서 오슬로로 오는 길에 내가 있던 객차에서만 개를 셋이나 봤다. 그 가운데 제법 큰 개도 있었다. 가는 길에 정전으로 기차가 선로에 두어 시간 정차했었는데 그 상황이 사람에게만 불안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기차의 이 끝부터 저 끝까지 승객과 함께 걸어다녔고 사람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인 기찻길 옆에서 바깥 공기를 쏘이기도 했다. 여행 기간 동안 개들을 참 많이도 봤지만 낯선 개를 보고 당황해 짖는 개는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뮈르달에서 오슬로로 향하는 기차에서였는데 그 친구도 잠시 탐색을 거치고는 곧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고양이도 몇 번 봤지만 고양이는 보통 산책하는 동물이 아니다. 나는 길을 걷다가 투명한 유리창 안에 있는 그들을 봤다. 따뜻한 집에서 마치 자신도 기물인 양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느긋했고 편안해 보였다.

관광지에서도 동물 친구들을 만났다. 바티칸에서도 커다란 개와 함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을 봤고 파리 오를리 공항에는 고양이를 안고 보안 검색을 통과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이 너무나 즐거웠고 나머지 고양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고양이를 데리고 있던 분은 고맙게도 선뜻 허락해주었지만, 출입국관리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시기적으로도 안보에 예민했고 사진에 보안 검색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담기지 않기를 원했던 것 같다.

내가 만났던 동물들, 그리고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삶을 충분히 누리기를 바란다. 나는 그들과 공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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