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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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순위가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

도도 프로필 사진 도도 2014년 12월 31일

중심의 변두리에서

80:20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9세기 영국 부와 소득의 유형에서 20%의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 법칙이다. 백화점에서는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카드사에서는 하위 80%의 고객이 매출의 20%를 올려준다는 결과도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결과를 알면 기업 운영 방침을 어떻게 정할까? 상위 20%의 고객에게 집중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혜택을 몰아주면 회사의 전체적인 매출이 늘어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언론사 트래픽 순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는데 상위 20개의 기사 조회수가 21위부터 100위까지의 기사 조회수를 넘어선다. 101위부터는 논외로 했지만 합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연예 스포츠지의 경우 무조건 여성의 노출 기사가 평균적으로 13위 전후까지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누드 사진 유출, 레이싱모델, 수영복 사진 등이다. 이런 아이템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는 이런 아이템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따라서 사이트 운영 전략도 이에 맞게 진행된다.

트래픽 순위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언론사주는 대개 자선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맞게 경영 전략을 수립하려고 한다. 다른 직원들은 이런 사안을 잘 이해하는지 차마 말할 수 없었는지 별 말이 없었지만 나는 구역질이 났다. 어뷰징도, 여성 노출 위주의 방침도 싫었다. 관리자 한 명은 그냥 일이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예전에 있던 어떤 여직원은 남자가 보기에도 낯뜨거운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유능한 여직원이 어디로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입사한지 며칠만에 전 직장 기자에게 연락해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명목은 한풀이였지만 나는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뷰징의 자괴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심각한 구직난 탓에 내가 사표를 던진 다음 다른 직장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고, 현재의 내 위치가 언론 분야의 현실에 가장 가깝게 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성 노출 기사가 회사를 먹여 살리고, 남의 기사를 베껴 취재 비용을 줄여 하루를 버티는 처절하고 현실적인 언론판 말이다.

나는 하루의 1/3을 포털을 들여다보는데 썼다. 정치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중요한 일이 터질 때조차 그와 관련된 검색어는 5위권 안에 진입하는 일이 드물다. 오룡호 침몰이 그랬다. 사조산업이 6위까지 올라가는 것을 봤지만 그 때 1위는 두 연예인의 결혼소식이었고 나머지도 전부 연예소식 관련 검색어였다. 세월호를 겪은 네티즌에게 60명의 목숨은 연예인 두 명의 결혼만도 못했다.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보다 가십에 관심이 많다. 어뷰징이 가십을 등불 삼아 그나마 연명이라도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그 전까지 국내 유력 언론사에서 일했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그 사실이 나를 현실과 유리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자연히 내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기자였고 그들은 일 때문에라도 각종 현안에 밝았다. 그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내 일상이었다. 더구나 나는 신문이나 방송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제작에 개입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내 주변 환경이 특수하다는 것을 잊고 사람들이 모두 정치, 경제적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다. 나는 언론사에서 일할 때 기자들과 SNS 주소를 교환했고 여전히 SNS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그래서 내 타임라인에는 시국에 대한 한탄이 그렇게 많다. 사람들이 내 타임라인에 나타나는 비율만큼만 시사에 관심이 있어도 언론사들이 판매부수가 줄었느니, 시청률이 떨어졌느니 하며 우는 소리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포털 이용자가 우리나라 정보 소비자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기성 언론이 디지털로 이동을 고려한다면 '네티즌은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 시장에서 뉴스라는 파이의 크기 자체가 작다. 이미 작디작은 파이에서 틈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이 사실을 방증한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대부분이 연예뉴스 관련 검색어다. 기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현안은 실시간 검색어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은 오랫동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에서 불장난을 운운한 사람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하위권을 잠깐 맴돌다 사라졌다. 어뷰징 업체들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잠깐 들어온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아는 것 하나 없이 어뷰징을 한다. 계열사의 기사를 베끼면 된다. 혹은 타사의 기사를 복사 붙여넣기하면서 인터뷰 등 취재원이 드러나는 문장을 전부 삭제하고 핵심이 되는 두세 문장만 남겨 수박 겉핥기식 기사를 만들어 올리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요 현안이 아닌, 가십에 초점을 맞춘 연예소식을 갖고 어뷰징을 한다. 포털은 연예뉴스가 디지털 뉴스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회사는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기초로 어뷰징 기사를 생산한다. 그렇게 트래픽에 목을 매고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애쓰는데도 이 회사는 여전히 난파선이다. 이 정도로 했는데도 생존 문제에 허덕인다면 트래픽 순위를 따르는 게 답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른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