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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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년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5년 04월 17일

언론광장 대표

2015년 4월 16일.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년 전 4월 16일 아침 8시 48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인천과 제주를 왕래하는 6천8백35톤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304명의 인명(人命)을 배 안에 실은 채 침몰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아침 8시 48분께 진도군 병풍도 부근에서 조타수가 ‘실수로’ 배를 과도하게 방향을 틀었고 이 때문에 배가 기울면서 제대로 묶여 있지 않았던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뒤집어졌다.


승객 476명 중 불시에 304명(9명은 실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가운데 250명은 경기 안산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


배가 처음 기울기 시작한 8시 48분 이후 좌현이 완전히 침수하는 9시 50분까지 1시간 동안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배에서 뛰어내렸더라면 승객 전원이 구조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라는 선내 방송 지시대로 행동하다 바닷물이 배에 들어와 목숨을 잃었다. 이미 세월호 가까이 도착해 있던 해경 경비정 123호 해경들이 세월호에 올라와 학생들을 구조하려는 노력만 했어도 많은 학생이 구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꽃다운 학생들을 죽게 하였다는 것이 언론의 첫 반응이었다. 일시에 생때같은 아들딸을 잃은 학부모들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가슴을 치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고 싶지 않겠는가?. 배의 안전과 조난구조의 책임을 해경과 해상안전 임무를 띤 정부 기관이 원망스러워지고 그 책임을 따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 같다.


그런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10시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첫 보고를 받은 후 7시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오후 5시에야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나타난다. 보고를 받던 대통령은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왜 발견하기 어려웠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476명의 승객 중 170여 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3백여 명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살려고 사투를 벌이다 배와 함께 침몰하게 된 과정을 전혀 모르는 말투였다.


이때부터 대통령의 ‘4월 16일 7시간’이 언론과 모든 국민의 수수께끼가 됐다.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연막작전은 국민들의 호기심을 더 키웠다.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긴박한 시점에 7시간이나 행방을 감췄다는 것은 뭔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사실 박 대통령은 그 후 ‘7시간’ 콤플렉스에 걸린 인상을 주고 있어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 7시간이 박근혜 정권에는 의미가 큰 것 같다. 앞으로 언론이 추적할 문제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는 희생된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둔 모든 부모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공감대는 거의 전국적이었다고 본다. 특히 전국의 학부모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응집소 역할을 했다. 지난 1년, 세월호 침몰만큼 전 국민의 관심을 끈 뉴스도 없었을 것이다. 5.18처럼 4.16이 세월호 참사 기념일로 지정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창 귀여울 나이의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은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싶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귀한 아들딸들이 왜 사라졌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돈을 제일 가치로 믿고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언론은 유족들의 행동을 돈과 연결해 그들의 불만을 돈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해 유족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그래서 반발을 샀다. 유족들은 모든 것으로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이게 나라야?” 고 항의했다.


2015년 1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설치법이 발효된다. 그러나 시행령이 문제였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해수부 관료들을 특위에 많이 고용했다. 유족과 야당의 특위 조사위원 구성이나 조사 진행 관련 정보를 빼내 청와대, 정부, 여당, 경찰서에까지 배포했다. 특위 활동을 법에 규정된 대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과 해수부에 유리하게 집행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특위 조사의 대상인데 이들이 조사관이 되겠다는 의도를 행동으로 드러냈다. 그래서 유족이 특위 위원장으로 선정한 이석태 변호사와 유족들은 시행령이 주법(主法)인 세월호특별법들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겉으로는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해수부의 ‘관피아’ 역할을 방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여당이니 정부가 예산 기획 인원충원 계획을 장악할 경우 유족이 바란 4.16정신은 물 건너 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유족 측은 시행령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서울교구의 염수정 추기경이 16일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4.16 1주기 미사 강론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유족 입장으로 바라봐야”한다고 강조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가려내 책임 물어야 한다”고 말해 유족 편에 손을 들어주었다.


대통령이 하필이면 4.16 1주기에 남미 4개국 방문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온 국민이 뜻을 모아 거행하는 추모행사를 피해 남미로 ‘도망’간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국 전 진도 팽목항에 들렸다. 그렇지만 유족의 반대로 헌화나 분향은 하지 못했다. 방파제 중간에 서서 대국민 발표문을 읽는 데 그쳤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배척을 받은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존경심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을 얕잡아 보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보도는 한국 언론이 얼마나 권력에 예속돼 있는지를 드러냈다. 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의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너무나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언론노조는 세월호와 함께 한국의 언론도 침몰했다고 선언하고 “영원한 기레기(기자 + 쓰레기)가 된 우리를 규탄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언론의 반성과 자책의 소리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결의를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