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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한계 드러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5년 06월 08일

언론광장 대표

박근혜 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황교안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일 시작됐다. 10일까지 사흘간이다. 그런데 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삐걱거린다. 황 후보가 야당이 요구한 청문회 자료(의혹에 대한 해명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야당은 황 후보자가 검증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지금 상황이라면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문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둔 7일 오후까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요구한 자료의 제출 비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제출을 거부한 자료가 62%에 달했다.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할 막중한 직책인 총리 후보자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불성실한 태도다.


정치체제를 막론하고(민주주의를 포함해서) 정권의 안정과 원활한 운영은 지도자와 정부 관리들의 능력과 정권의 정치적 정통성(legitimacy)이라는 두 요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정통성은 정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양대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관과 군대 조직이 선거운동에 개입해서 집권한 정권이라는 중대한 치부를 갖고 있다.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이 있는 정부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위기 대처 능력은 최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를 통치할 정통성도 능력도 없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4%로 다시 추락했다. 전국언론노조가 발행하는 <미디어오늘>은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는 사설을 싣고 박 정권의 무능력을 지적했다. 박근혜 정권이 그 존재 이유인 국가운영 능력과 정통성을 모두 결여했다는 직격탄이었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할 때마다 박정권은 경찰을 총동원해서 서울의 거리를 차 벽으로 성을 쌓고 시위 군중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댔다. 민주국가는 정통성이 없는 정권에 저항할 권리를 시민에게 보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受任者)일 뿐이다. 그러므로 수임자에 불과한 통치자가 위임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위임자들을 마치 명령에 복종하는 부하처럼 대한다면 당연히 국민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것도 그런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5월 21일 황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해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새 총리의 역할이 부패척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모든 언론이 공통으로 지적했다.


부정부패 척결에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성완종 리스트”가 밝히고 있는, 현재 두드러진 가장 큰 부정부패 대상이 청와대 전 현직 비서실장과 18대 박근혜 캠프를 관리한 새누리당 간부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담화는 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마치 한국 사회가 부정부패 대상 같은 어투다. 선거 캠프에 일한 사람들이 받은 거액의 돈을 어떻게 썼는지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대통령 담화는 마치 국민의 비리 부패를 이야기한 것처럼 들린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어법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말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경제전문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새 총리로 지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많은 국민이 바라는 바다. 그런데 경제와는 거리가 먼 공안검사 출신, 그것도 성실한 기독교 신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게 전과예우로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치부에 비상한 능력을 갖춘 인물, 2005년 “떡값 검사” 스캔들과 관련된 “삼성 도청” 사건을 수사하면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혐의에 눈감아 주고 이회창 한나라 후보 동생 이회성씨의 법정진술 번복을 따지기는커녕 오히려 변명해 줘 검찰 내부의 빈축을 산 인물, 홍석현 회장을 봐준 공로(?)로 그해 말 중앙일보가 선정한 “올해의 새뚜기”(새로운 시대를 여는 인물)로 선정돼 언론계의 “화제”의 인물이 되는 등 도덕적으로 흠이 많은 인물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래서 뒷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으로서 검찰이 국정원 선거개입을 인정하지 않도록 무리한 압력을 행사하고 국정원 선거개입을 원칙대로 수사하려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사생(私生)남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찍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그 후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방해”하는데 큰 “공을 세워”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위기를 막아준데 대한 “보은”이 아니겠느냐 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행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암살”했다는 역사적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래서 이미 장관으로서도 부적격이라는 지적을 받은 인물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더욱 의심받게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황 후보는 총리가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것이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 시민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시민운동단체의 의견이라는 생각이다.


황 후보자는 종교적으로도 치명적임 흠을 지니고 있다는 종교계의 지적이다. 그의 근본주의적 종교관 때문이다. 지난 2일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계 29개 단체가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열어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은 국민과의 소통과 대통합을 가로막는 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황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황교안 총리 후보자 지명은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권력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의 생각을 무시하고 경찰과 군대 국정원을 장악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자신들의 권력을 건드리겠느냐며 오만에 빠진다면 머지않아 역사의 부관참시(剖棺斬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