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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은 아직도 진행형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6년 05월 20일

언론광장 대표

어제 광주 5.18 민주화 묘지에서 거행된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행사는 36년 전 정권 장악에 혈안이 된 신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학살된 168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기리고 4천7백82명에 이르는 부상자들의 용감한 민주화 투쟁을 되새기면서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국민의 결합을 다짐하는 자리였어야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는 광주민주화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고 아직도 고전하고 있으며 반민주 세력이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의 이름아래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케 하는 실망스러운 자리임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 국회의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총선 후 첫 회동이었다. 회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앞으로 3개월에 한번씩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청와대와 국회 특히 여소야대의 국회가 원활히 국정을 토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회동에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공감을 표시해 박근혜 대통령도 이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언론은 일제히 오랜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수 진보가 함께 부르며 화합의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고 환영했다. 그런데 박승춘 보훈처장은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불가능하다는 회답을 보내와 분노한 야당 원내대표들이 박승춘 처장의 해임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소야대가 돼 이제 차관급에 불과한 보훈처장에게도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게 된 건가? 아니면 상사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정보장교 출신 보훈처장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대신 야당의 매를 맞기로 결심한건가? 박정희의 유신을 신봉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2013년 5.18 민주화 33주년 행사 때 딱 한 번 참석한 이후, 국가기념일인 광주민주화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박근혜의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기록이다. 눈치 빠른 박승춘 처장이 박대통령의 '속'을 읽지 못했을 리 없다.


야당의 두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 때 인상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청와대 회동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후회했다는 보도다. 올해 나온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술 내용에는 '계엄군'과 '발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친박 비박 간의 싸움도 점입가경이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19일 1면 톱 제목처럼 “대한민국, 앞이 안 보인다”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검토해 보자. 우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에서 1991년 제작한 5.18 영화 '님을 위한 교양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보다 9년 뒤에 나온 것인데, 그 때문에 이 곡이 비판을 받아야 하나? 불합리한 비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당시 광주에서 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하다 공수부대의 공격으로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현장에서 야학을 운영하다가 1979년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하기 위해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음악인 김종률이 작곡하고, 소설가 황석영이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의 옥중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만든 것이다. 북한과는 아무 상관없는 노래다.


이 노래가 포함된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은 1982년 윤 씨와 박 씨의 유해를 광주 망월동 공동묘지(현 국립5·18민주묘지)에 합장하면서 영혼결혼식을 거행할 때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이후 빠르게 퍼져나가 ‘민중의례’에 제창되는 대표 민중가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보다 홍콩 대만 중국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더 인기가 높은 노래라는 보도도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남쪽에서는 북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이 곡은 북한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됐다”며 북한 체제 찬양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김일성 대학을 다니다 탈북해 현재 동아일보에서 일하고 있는 주성하 기자가 "이 노래 허락없이 부르면 북한에서도 잡혀가 정치범이 된다...북한도 이 노래가 김일성을 흠모한다고 말하진 않는다"고 쓴 글이 동아일보에 실리기도 했다.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모를까요? 다들 알고 있다고 봅니다.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순한 선동 노래가 아니에요. 이 노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까지 무릅쓴 광주시민에 대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결국 노래와 가사와 선율이 듣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위력 때문에 그런 노래를 수천 명이 함께 제창하게 되면 5.18 민주화를 미화하게 되고 민주화를 향해 하나로 끌리게 될 것을 우려하는 극우 세력의 우려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곡으로, 공포와 금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훈처가 ‘소개’한 반대쪽 의견에 대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보훈처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곡이 아니냐,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는 노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런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보훈처가 직접 유포하고 있다. 김일성 찬양곡으로 의심하면 합창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보훈처가 왜 이런 인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