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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드배치로 미국의 중국 적대정책 첨병 되나

장행훈 프로필 사진 장행훈 2016년 07월 19일

언론광장 대표

한국과 미국이 8일 갑자기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열흘째 온 나라가 사드 태풍에 휩쓸리고 있다. 사드 배치지로 결정된 성주군의 분위기는 더 했다. 황교안 총리가 성주 군민을 설득하러 성주에 내려갔다가 군민들로부터 분노의 계란세례를 받고 버스에 여섯 시간이나 갇혀 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정권의 말기현상을 보는 인상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가? 이유는 두 가지 같다. 첫째는 박근혜 정권의 독단적인 소통방식이다. 사드 배치 여부는 한반도의 안보는 물론 한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국민 몰래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국민에게는 그 결과만 통보했다. 성주 군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분노를 자극한 일차적 원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무시한 위정자의 오만에 주권자의 불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둘째는 사드 배치가 한민구 국방장관 말 것처럼 사드 배치는 일개 부대 배치와 비교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러지 않기를 기원하지만, 만약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한반도가 맨 먼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사드가 대한민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필요하다는 미국정부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김 장관의 말은 전쟁은 군인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심각한 국사라는 클레망소의 1세기 전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의 여론에 놀란 미국 정부는 한국 기자들을 괌에 있는 미국의 사드 기지에 초청하는 전례 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기지의 전자파가 주민의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 분노한 한국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기자들 앞에서 측정한 기지의 레이더 전자파는 평방미터당 0.0007w로 허용 기준치 0.0007%의 10분의 1이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수치다. 그러나 미군장교는 사드미사일이 공격 미사일이 자체 내에서 분리 발사되는 기만탄과 실제 미사일을 분간한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안상 이유를 들어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기만탄은 러시아가 사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미 개발한 사드 대항 무기로 미국의 무기 전문가들도 그 효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무기다. 러시아는 사드를 무력화하는데 드론을 이용하는 방안도 시험하고 있다. 잠수 드론 방법도 검토했다는 보도도 있다. 사드 배치가 미사일 방어 능력을 100% 보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드 문제는 이미 지난 5월 동유럽의 루마니아에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때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논쟁 대상이 됐었다. 그때 러시아 네티즌들은 핵전쟁이 터지면 루마니아가 맨 먼저 공격 대상이 돼 잿더미가 될 줄 알라고 집중 공격한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도 이것이 문제다. 루마니아가 러시아를 전쟁 상대로 삼은 것이 아닌데도 사드 배치 때문에 러시아의 선제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군사적 보복을 시사하고 러시아가 미사일 기지를 극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공언하는 것도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사드 기지가 러시아나 중국의 공격목표 어쩌면 선제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상 위협이다. 가상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들 나라가 한국을 적으로 대한다면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우리가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은 것은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을 보호하자는 것이지 미국의 모든 전쟁에 참가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한미 동맹을 이렇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절대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장관부터 미국과 생각이 같은 것 같다. 어느 나라 군대인지 묻고 싶을 때가 많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미 작년 6월 29일 동아일보와 가진 회견에서 “중국이 사드 반대해도 우리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미 1년 전에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그 동안 국회에서 사드 질문이 나오면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고...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나? 우선 국민 다수가 사드에 반대하는 여론을 감안했을 것이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배려가 있었다고 본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외교적인 고려이지 주권자인 국민에게까지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국가적 중대사에 관해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앞장서 토론을 유도해 국민의 의지를 알아보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최종 결정 며칠 전까지 뭉그적거리다 미국이 결정을 내리자 하루아침에 “최종결정”을 발표했다. 그래서 국민을 갖고 노는듯한 인상을 주고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게 아닌가?


민주국가에서 정부의 대국민 소통 원칙은 간단하다.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와 법의 지배 그리고 발표의 효율을 고려해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가의 중요 정책을 알리고 국민의 의견을 통합해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는 정부가 이러한 기능을 얼마나 잘하고 못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시민은 정부의 고용주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민이 정부의 활동을 주지할 수 있게 정책을 알려야 한다. 정부가 정부 밖에 있는 시민들에게 그 활동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은 민주적 책임이다.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같은 중대사안을 국회와는 논의하지 않았고 사후 통보했다. 이렇게 하면 되겠나?”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지 한국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인지 토론하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국익과 반대되는 정책을 자주 취했다. 사드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의 이익과 반대될 지 모르지만,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위해 우리의 주장을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해 한·미·중 삼각 체제가 구성되고 북한이 중·러와 삼각 관계를 이룬 상황에서 미국과 중·러의 적대관계가 장기화될 때 한반도의 분단은 영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는가? 사드 문제는 국방장관의 말처럼 일개 군부대의 배치 문제를 훨씬 넘는 한반도의 역사적 운명을 가르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는가? 대통령부터 정부 그리고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드 문제를 다시 새롭게 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