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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의 꿈, 언론정상화

현상윤 프로필 사진 현상윤 2014년 11월 18일

자유언론실천재단 상임이사

필자는 금년 3월에 kbs를 정년퇴직하고 새언론포럼 회장 일을 하다가 최근에 자유언론실천재단 상임이사 직을 맡게 되었다. 새언론포럼은 전・현직 언론노동운동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이고 자유언론실천재단은 1974년 박정희 유신정권의 극악한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언론민주화의 분수령을 이루었던 동아투위 40주년을 기념해 언론운동조직들이 힘을 모아 결성한 단체이다.


분수에 넘치긴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여타 사회단체 분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만남의 자리마다 ‘기레기’ 언론에 대한 성토와 변명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기레기’과에 속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게 되는 자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거에 무너지는 개인적 자존심은 둘째 치고 권력과 일체화된 주류 언론의 패악질은 그 자체로 사회발전의 암적인 존재이기에 언론정상화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변명 같지만 권력자의 시선이 아니라 국민적 눈높이에서 사회현상을 전달하려는 공영방송인들의 노력이 적은 것만은 아니었다.


KBS나 MBC, YTN 등 공적 소유의 공영언론에서는 이명박 집권과 더불어 쉴 틈 없이 사투를 벌여 왔다. 6년 전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으로 YTN은 아직도 6명의 해고자가 길바닥을 헤매고 있다. MBC의 경우 종편저지를 위한 ‘미디어법 파업’과 PD수첩 불방으로 야기된 39일의 파업, 그리고 2년 전의 170일 파업 등의 패배로 노동조합은 초토화 되었다. 그 결과 MBC에선 동토의 왕국에서나 있음직한 비현실적인 일들이 속출하고 있고 파업에 앞장섰던 조합원들은 노예선 바닥에 묶인 노예들처럼 견디기 힘든 굴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KBS의 경우도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권력의 방송장악 움직임에 맞서 무수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 등 국가기구가 총동원된 정연주 사장의 ‘퇴출 공작’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으로 이병순 낙하산 사장, 김인규 특보사장, 길환영 관제사장의 저지 투쟁, 그리고 시사프로그램 폐지와 추적60분의 4대강 불방 등 제작자율성 침해에 맞선 29일파업과 2012년의 97일 파업투쟁까지 치열한 혈투가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방송이 ‘기레기’로 전락하여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과의 투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제작의 자율성을 빼앗고 방송을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시킨 정치권력에 대한 방송인들의 분노는 아직도 뜨겁기만 하다. 그렇기에 저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이중 삼중의 감시와 탄압으로 방송인을 억압하고 있다.


2012년 5개 언론사 파업의 선봉에 서서 170일간 파업투쟁을 이끈 MBC 노조의 경우 8명이 해고되고 천명 가까운 조합원이 징계를 받았다. 방송이 개판 5분전으로 망하건 말건 시용기자까지 채용해 노조를 무력화 시키는데 성공한 MBC 경영진은 최근에도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저항적인 피디들을 비제작 부서로 유배시키는 학살인사를 단행했다. 참기 힘든 굴욕을 견디며 살아남아야 하는 ‘기레기’가 된 방송인들의 처지가 서글프기만 하다.


그러나 언론정상화를 향한 방송인들의 꿈과 노력은 좌절할 수도 없고 좌절 되어서도 안된다. 투쟁동력 마저 소진된 작금의 언론 현실을 감안하면 언론 자체의 투쟁만으로 언론정상화를 이루기는 매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감시와 알권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조직화 하여 새로운 물꼬를 만들어 내야한다. 지난 5월 세월호 유가족들의 KBS에 대한 격렬한 항의로 촉발된 KBS 내부의 투쟁으로 길환영 사장을 내쫓은 사례가 교범이 될 수 있다.


언론운동세력은 국민의 알권리를 조직하고 깨어있는 시민들과 연대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방송현업인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패배감과 좌절감, 체념과 방관적 자세에서 벗어나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시 조직해 내야 한다.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민영화・규제완화・비정규직 등 기층의 저항운동과 사회 각 부분의 운동 세력과도 긴밀한 연대의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40년 전으로 회귀한 신유신 독재권력에 대한 교체 없이 언론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선출된 왕조 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사회 전반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 권력교체만이 언론의 정상화와 정상사회로의 단초를 열어 줄 것이다. 각계각층의 운동세력들이 연대해 권력교체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 내고 고양된 대중운동을 통해 정치운동의 혁신을 견인해 낸다면 국민 다수가 나서게 될 것이다. 그동안 언론운동진영에서 소홀히 해왔던 정치세력화와 사회연대의 노력으로 언론정상화의 우회로를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