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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당선무효가 타당한가

김용국 프로필 사진 김용국 2015년 05월 04일

법원공무원 겸 법조 칼럼리스트

선거법 위반(정확하게는 지방자치교육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조 교육감이 작년 6.4. 지방선거 기간 중 경쟁자였던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부분을 법원이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한 결과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 재판장 심규홍)는 벌금 5백만 원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한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재판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판결에 수긍 못 하는 쪽에서는 애초 검찰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기소’였고 재판부의 판단 역시 ‘정치적 음모’라고 지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이 지난달 24일 “선관위가 쌍방에게 경고로 그쳤고, 경찰도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 7명 전부가 유죄로 평결한 점을 감안하면 ‘음모’로만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일부에서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들의 평결이 적정했느냐고 묻지만, 이것도 타당한 문제 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참여재판은 직업 법관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재판 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게 하여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판을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배심원들의 법률 전문 지식이나 판단 능력을 의심하여 배척한다면 그것은 소수 법률전문가의 판단이 더 타당하고 우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재판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승복해야 한다는 뜻일까. 나는 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유죄 결론의 다른 측면, 그러니까 당선무효형이 타당한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원, 교육감 등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공직자도 위법, 불법행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선거 전후에 후보자 본인이나 가족, 선거운동원들이 선거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유권자의 선거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은 어떤 절차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대중들의 의지가 반영된 선거결과는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항상 최선이 아닌데도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까닭도 바로 민주적 정당성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유무죄와 함께 신중하게 판단할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유죄일 경우 선거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잘못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의 정도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만큼 중대한지를 기준으로 양형을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 법원은 불법행위가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당선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만큼 심각한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계적인 잣대로 선고형을 결정하면 사법부의 판단이 민의를 왜곡할 소지도 있다. 당선무효를 가르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하는 일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어땠을까. 재판부는 고승덕 후보자의 미국 영주권 보유 여부는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권자의 매우 중요한 판단사항에 관계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도 선거일이 임박해 기자회견, 기자 이메일 등 전파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는 점에서 “조 교육감의 책임이 동기에 비추어 가볍다고만은 할 수없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허위사실공표라고 한다면 이것이 당선무효에 해당할 정도의 불법이었을까. 그런데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은 미쳤으나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판결문 중에서 양형과 관련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그러나 피고인(조 교육감을 지칭 : 필자 주)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고승덕의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인정되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고승덕이 낙선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이 사건 범행 동기를 보면 피고인이 교육감 후보자의 영주권 보유 여부는 공적 사항으로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는 선출직의 경우 선거과정에서의 적격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방 후보자인 고승덕에게 객관적인 소명자료의 제시를 요구한 것이어서 그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



재판부 스스로도 조 교육감이 전과가 없고 동기에도 참작할 만한 유리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1심 선고형인 벌금 500만 원은 중형일 수밖에 없다. 법원의 양형에 이런 사정들이 충분히 고려된 걸까. 배심원들도 비슷한 양형 의견을 제시했는데, 당선무효형의 기준인 벌금액에 대해 재판부가 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선거법 처벌조항의 법정형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조 교육감에게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 원 ~ 3,000만 원이다. 이 때문에 유죄가 되면 재판부가 양형에서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다. 유죄지만 당락을 가를 정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고유예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유죄=당선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가 선거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절차를 통해 당선되었다면, 재판을 통해 그 직을 박탈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수도 서울의 유권자들이 교육감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교육감이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과연 당선된 교육감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잘못이 컸나. 당선 무효 판결이 내려지는 게 타당한가. 그런 시각에서 이번 판결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