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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동성애, 처벌이 답일까?

김용국 프로필 사진 김용국 2017년 05월 26일

법원공무원 겸 법조 칼럼리스트

동성애가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섰다. 24일 현역 대위가 군사법원에서 징역형 판결을 받으면서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위반(추행)으로 기소된 A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대위는 사적인 공간에서 동성군인과 합의에 의해 관계를 맺었는데 이것이 범죄라는 것이 군사법원의 판단이다. 사회에선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설사 비난을 받을지언정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대에선 바로 징역형이다. 왜 그럴까. 군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과연 타당한가.


우선, 형법과 군형법에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 조항부터 비교해 보자. 먼저, 형법이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 외에도 유사강간,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처벌조항이 형법에 있다.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처벌법 등에도 미성년자 간음,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등 여러 형태가 있다. 하지만 형법에 나온 성적 자유에 관한 죄의 공통점은 모두 상대를 폭행·협박하거나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등 강제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만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형법은 어떨까. 특이하게도 강제추행 외에 ‘추행’ 조항이 있다.



군형법

제92조(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필자주 : 군인, 군무원, 사관후보생 등을 지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3(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현행 군형법은 2013년 개정된 것이다. 1962년에 제정 당시에는 '추행'만을 처벌해 왔다. 그러다가 형법처럼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고 애초에 없던 강간과 강제추행 조항을 끼워 넣었다. 군형법이 법정형에서 형법의 강간, 강제추행죄보다 조금 더 세다는 차이 말고도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다. 바로 '강제추행'과 별도로 있는 '추행'이라는 조항이다. 원래 이 조항은 동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계간'이란 단어가 있었으나 2013년 법률 개정으로 '항문성교'로 바뀌었다.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을 써야 성립하지만 추행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


처벌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강제추행과 별도로 추행을 처벌하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법원의 판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대법원(2008도 2222 판결)은 군형법의 추행은 형법의 강제추행과 달리, 개인의 성적 자유 보호보다는 군대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위한 조항이라고 판시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정의는 이렇다. 형법의 강제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군형법의 추행은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A씨 대위의 사례에서 보듯, "군대에서는 서로 합의를 했더라도 동성애는 처벌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현행 군형법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표] 형법과 군형법의 성적 자유 침해 처벌 조항 비교


























형 법군 형 법
강 간3년 이상 징역5년 이상 징역
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1년 이상 징역
동 성 애처벌조항 없음2년 이하 징역

군대 동성애 처벌의 논리를 한 번 따져 보자.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과 군기 확립을 위해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이 이루어지고 하급자가 원하지 않는 성적 교섭에 연관될 가능성이 높아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기가 침해되고 전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02년과 2011년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이라면 '계간 기타 추행'이 어떤 것인지 해석할 수 있고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처벌은 과잉금지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법조문을 놓고 보면 처벌 대상이 남성끼리의 동성애인지, 아니면 여성간의 동성애 또는 이성간의 항문성교 등도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기타 추행'의 정도와 형태가 어떤 것인지, 추행에서 강제력 여부가 처벌 조건이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동성애 자체를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이 조항이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002년 다수의 결정에 묻혔지만 당시 송인준, 주선회 헌법재판관도 반대 의견을 통해 "공연성이 없고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만일 이 조항이 폐기되면 군대에서 동성애가 널리 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나 동성애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동성애자=동성추행자’라는 선입견이 문제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달리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강제추행을 일삼는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군대 내에서 이성 간의 성행위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백주대낮에 아무나 붙잡고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합의나 동의없는 성적 접촉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동성이건 처벌대상임이 명확하다. 이 조항을 없앤다고 해서 합의없는 동성간 성접촉을 처벌못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단지 남성이 많은 군대 내에서만 특수성을 내세워 동성애를 금지해야 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군인이 근무시간 외에 서로 합의해서 한 어떠한 행동이 단지 동성간의 애정행위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면 공정하지 못하다. 그건 동성애가 범죄일 때만 가능하다. 단지 호불호의 문제로 법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


군인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합의하에 동성애를 하는 것이 그토록 군기와 전투력을 저해할까. 그보다는 오히려 계급을 내세워 이성 군인의 성적 자유를 강제로 침해하는 범죄야말로 군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닐까. '군기 확립'을 위해서 동성애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