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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차벽과 인벽은 ‘질서유지선’이 아니라 ‘질서파괴선’이었다

박경신 프로필 사진 박경신 2015년 04월 21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경찰의 차벽과 인벽은 ‘질서유지선’이 아니라 ‘질서파괴선’이었다. 우선 경찰은 차벽과 인벽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러 가려는 사람들 또는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집에 가려는 사람들을 인도와 차도를 불문하고 차단하였는데 이는 이들의 신체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제약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서 불법집회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 차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불법집회”란 법적으로 있을 수 없다.


즉, 집회허가제는 위헌이며 집회신고는 경찰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집회의 신고가 유효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즉 ‘불법집회’라도 집회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고 집회주최자가 신고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질 뿐이라고 여러 차례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1) 신고되지 않은 집회라 하더라도, (2) 신고되었다가 금지 통고된 집회라고 하더라고, (3) 또는 신고된 내용과 다르게 진행된 집회라 하더라도, 폭력예방 등의 다른 사유가 있지 않은 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경찰이 불법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갈 길이 막혀 점점 늘어나 혼잡하게 되었기 때문에 차벽과 인벽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선이었다. 게다가 경찰은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차벽과 인벽을 따라 모여 정체되어 있자 그렇게 모여있는 것을 가지고 ‘불법집회’라고 칭하며 해산을 요구했으니 이는 적반하장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신고없이 일부러 모여도 평화적이기만 한다면 해산명령을 할 수 없는데 경찰의 불법적인 차벽 인벽 때문에 정지해 있는 사람들에게 해산명령이라니! 평화로운 집회참가자는 단 한 명도 해산할 수 없다.


미신고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를 위와 같이 제한하여 해석하더라도, 사전신고제의 규범력은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여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금지통고된 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 (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13846)




집시법상 일정한 경우 집회의 자유가 사전 금지 또는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고,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예컨대 시위 참가자 수의 제한, 시위 대상과의 거리 제한, 시위 방법, 시기, 소요시간의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8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따라서 (내용이 폭력적일 것 같아 - 편집자) 사전 금지 또는 제한된 집회라 하더라도 실제 이루어진 집회가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평화롭게 개최되거나 집회 규모를 축소하여 이루어지는 등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사전 금지 또는 제한을 위반하여 집회를 한 점을 들어 처벌하는 것 이외에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였다 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원심이 이 사건 집회가 사전에 금지통고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전제한 부분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신고내용과 다르게 진행된 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 (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


1996. 8. 5.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인도로 행진하겠다는 신고 내용과는 달리 차도로 행진한 사안에 대하여...




위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점 등 기록상 나타난 위 시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신고되지 아니한 위 시위주장의 표현방법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위 시위주장의 표현방법이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여 충돌을 일으킬 단순한 가능성이나 의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시위를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신고사항에 미비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당해 집회나 시위를 저지하여서는 아니되고 신고사항의 미비점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 비로소 그 위험의 방지나 제거에 적합한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당시 경찰공무원은 관계 법규의 해석을 잘못하여 그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하고 신고사항에 미비점이 있는 경우에도 바로 시위를 저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 사건 시위를 저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