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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지속적 인상’이 아니라 ‘대폭 인상’이 정답인 까닭

오민규 프로필 사진 오민규 2015년 03월 18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아래 표는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 변화를 시급 기준으로 나타내본 것이다. 2007년(3,480원) 대비 2015년 최저 시급(5,580원)은 1.6배가량 상승했고, 연평균 인상률로 계산해보면 매년 약 6%가량씩 올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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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내년 최저임금을 7%가량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위 표를 보면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7.1~7.2%씩 최저임금을 인상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년 평균이 6%이고 박근혜 정권 2년간 7% 인상에 그쳤는데, 내년 최저임금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얘기가 왜 특별한 뉴스거리가 되는 것일까?


그럼 왜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놀랍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매년 6~7%씩 올랐는데 왜 가난한 노동자들 삶은 단 1%도 나아지지 않는지가 놀랍지 않은가. 아니,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지 않은가.


아래 그림은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주간금융브리프>에 발표한 ‘“임금 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라는 보고서에 실린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상승률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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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 비교


1997~2007년까지는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이 꽤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7~2012년에는 노동생산성이 9.8%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이 2.3%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 이 지표가 오히려 피부에 와 닿지 않는가? 이 시기 물가상승률이 그리 높지도 않았는데 최저임금이 6~7%씩 올랐는데 어째서 실질임금은 하락한 것일까. 그 이유는 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① 상여금이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편법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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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주던 상여금과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버린다. 그렇게 되면 기본급은 오르지만, 임금 총액은 그대로가 된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이런 수단은 이미 광범하게 퍼져 있다. 이러니 최저임금이 7%씩 올라도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정기상여금 및 제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최근에는 상여금 및 제 수당을 아예 삭감·폐지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에 대해 2013년까지 지급했던 현금취급수당, 교통비, 상여금,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작년에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 결국, 수납원들의 임금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남게 되었다.


통상임금 논란으로 비용이 늘어난다며 아우성을 쳤던 기업들은, 오히려 이 문제를 악용해서 임금삭감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90%에 달하는 장그래 즉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벌어진다.



② 포괄임금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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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과 제 수당, 기본급 이런 것을 아예 구분하지 않고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켜 버리는 일도 벌어진다. 위의 사례는 2년 전 한국전력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의 얘기이다. 공공기관에서조차 포괄임금제를 도입해 임금을 삭감하니 민간기업인들 오죽하겠는가. 사회 초년생이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이 처음 찾는 일자리에서도 포괄임금제가 광범하게 도입되고 있다.



③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단시간) 일자리로 전환


그럼 상여금과 수당이 하나도 없는 경우, 즉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남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엔 더는 기본급으로 전환할 상여금과 수당이 없으니,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임금이 오르게 될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지난해 연말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 20여 명이 해고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회사 측이 재고용을 하겠다며 이런 제안을 해왔다. “기존 8시간 근무가 아니라 하루 5.5시간 근무로 근로 계약서를 쓰자. 월 급여는 95만 원 수준이다.”하는 일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하루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5.5시간 안에 끝내라는 것이어서, 노동강도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런데 기존 8시간 근무가 보장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소한 116만 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하루 5.5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월 급여가 95만 원으로 20만 원 이상 삭감된 것이다!


5.5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월 급여 95만 원은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아니,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1천 원 가까이 높아진 수준이다.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바꾸기만 해도 엄청난 임금삭감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풀타임에서 시간제로 전환하면서 임금삭감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이 7%가 올라도 오히려 임금 총액은 줄어드는 현실, 그러니까 7%씩 찔끔찔끔 올려서는 절대로 실질임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대폭 올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사장님들이 아무리 꼼수를 써도 임금을 줄일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정부여, 7%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대폭 인상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