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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들

오민규 프로필 사진 오민규 2015년 05월 15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아버님댁에 에어컨을 놓아드릴까? 아니면 열심히 일한 나에게 휴가를 줄까? 어머님 건강검진 예약부터 잡아볼까? 오늘 회식 내가 한번 쏴볼까?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겠지.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그동안 잔업·특근으로 부족한 임금 메워오던 짓을 안 해도 되니 무엇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게 확실하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고,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던 공부와 자기능력 개발에 투자할 시간도 생긴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월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데, 그럼 거기에 붙는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도 늘어나는 게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단한 계산을 한 번 해봤다.



최저임금 계층의 임금 인상만으로도 연간 5조 원의 국고 수입 증가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무려 227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2.1%에 달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최소한 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5,58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를 경우, 임금인상에 따른 1인당 사회보험료 증가분은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월 77,465원(150인 미만 사업장 기준)에 달한다. 근로소득세 역시 부양가족 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약 1~2만 원가량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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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경우 최저임금 계층에 속한 노동자 1인당 월 9만 원 안팎의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1인당 약 100만 원의 금액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저임금 노동자 500만 명을 기준으로 연간 5조 원의 국고 수입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진작으로 부가가치세 징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국가복지를 위한 필요한 재원이 확보된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국가복지의 재정 기반을 오히려 튼튼하게 하고, 공공복지 확대에 이바지할 것임이 틀림없다.


연간 추가로 생기는 5조 원의 국고 수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청년 실업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위한 중요한 토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의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한 착한 금융 정책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다시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5조 원을 투입해 1만 명의 특별 근로감독관을 양성한다면?


1인당 연간 1억의 돈을 투자해 1만 명의 특별 근로감독관을 채용하는 데에 이 돈을 사용하면 어떨까? 7천만 원은 임금 및 제비용으로, 나머지 3천만 원은 이들 특별 근로감독관에 대한 교육훈련에 투입하고 말이다. 그래 봐야 연간 1조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조 원의 기금으로는 특별 근로감독관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실 운영 및 근로감독 활동에 필요한 제반 경비로 투입하면 된다. 특히 민주노조운동의 경험을 가진 분들을 경력 채용한다면 교육훈련에 필요한 경비를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노동 관련 법률 및 실무를 충분히 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별 근로감독관의 역할은 근로기준법(노동시간 한도 초과, 시간 외 근로수당 미지급, 퇴직금 떼어먹기, 부당해고 등)과 비정규 관련 법률(최저임금, 차별시정, 불법파견, 중간착취 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거의 모든 사업장에 수시로 불시 점검에 나서는 것이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어 각 30~40명씩의 특별 근로감독관을 파견하자. 그리고 광역단체별로 지역본부를 구성하고 중앙본부를 설치해 전국적인 특별 근로감독을 진두지휘하도록 한다. 대략 1만 명의 특별 근로감독관이 있다면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현 정부가 하는 근로감독을 보면 재벌들은 모조리 비켜가고 만만한 중소 사업장들 몇 개 시범 케이스로 실시하는 경우들이 많다. 특별 근로감독관들은 20대 재벌 사업장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시행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하도록 하자. 재벌들 요즘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톱 4위 그룹만 집중적으로 근로감독을 해도 엄청난 것들을 적발해낼 것이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제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비정규직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만연한 불법파견을 모조리 적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 위반부터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수당 미지급과 퇴직금 떼어먹기 … 근로감독관이 의욕만 갖고 있다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처럼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 위반이 곳곳에 넘쳐날 것이다.


20대 재벌이 워낙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해 놓아서 전국 곳곳에 수많은 사업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초단체별 30~40명의 인력이 별도의 사무실을 차려서 지역본부·중앙본부의 지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조 원을 투입한 특별 근로감독 사업, 다시 건강한 세금으로 돌아온다


자,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훨씬 ‘건강한 세금’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박근혜 정권은 자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료 지원을 하거나,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내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가뜩이나 복지재정이 부족하다면서 왜 그런 곳에 예산을 지출하는가?


특별 근로감독의 결과로 그동안 못 받은 수당과 퇴직금을 4대 재벌의 곳간에서 듬뿍 받아낼 수 있다. 받아낸 수당과 퇴직금에도 어김없이 근로소득세가 매겨지지 않던가! 재벌이 불법적으로 착취한 임금 일부가 국고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불법파견 적발 시 곧바로 시정명령을 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과태료·벌금을 매기는 방법도 있다.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적발만 해내면 불법파견 1인당 무려 3천만 원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만일 사용자가 과태료 처분에 따라 불법파견 시정에 나서서 불법파견으로 사용된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들의 임금이 대폭 오르게 된다. 임금이 상승한 만큼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도 모두 늘어난다. 만일 시정하지 않더라도 재벌들에게 매긴 엄청난 과태료와 벌금 역시 국가재정으로 돌아온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물론이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 보험 기금도 튼튼해지게 되니, 1석 2조, 1석 3조의 효과가 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쌍하니 거기에 지원금 주자는 그런 발상을 바꾸라는 거다. 비정규직 불법적으로 착취하는 재벌에게 책임을 묻자는 것!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세금과 4대 보험료 제대로 내도록 만들면 된다. 10대 재벌들이 500조 넘는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충분한 지급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재벌의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데 특별 근로감독관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이런 선순환이 가능한데, 왜 자꾸 안 된다는 걸까? 간단하다. 정부는 재벌들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대라고 요구한다. 공무원연금을 삭감하고 국민연금도 가입자 부담률을 대폭 늘리고 말이다. 이제 역사의 물줄기를 반대로 되돌리자. 재벌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이 생활임금과 고용안정의 대가를 치르도록 말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