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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5년 06월 15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겨울철 금강하구둑에 많을 때는 가창오리 25만 마리가 몰려온다. 낮에는 강물 위에서 잠을 자고, 해가 질 무렵 일제히 떠올라 먹이를 먹으러 간다. 이들이 몰려있는 이유는 맹금류에게 잡혀먹힐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혼자 있으면 죽을 확률이 100%이지만 25만 마리가 몰려 있으면 25만분의 1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새들과 달리 해 질 무렵 먹이활동을 하는 것도 맹금류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몇 차례 가벼운 예비 동작을 거친 후 25만 마리가 일제히 하늘로 떠오르는데 충돌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만의 무슨 엄격한 규칙이 있을 것이다.


세월호나 메르스 같은 새로운 위험요소가 생겼을 때 군중은 가창오리와 비슷하다. 그 두려움에 함께 하지 않으면 무언가 불안하다. 코에 바셀린이나 양파라도 바르지 않으면 내가 감염될 확률이 100%라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일부 학부모는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인 자녀의 등교를 저지하는 어리석은 일도 저지르고 있다.


필자도 농사지은 농산물을 제때 팔아야 하는 처지다. 세월호 때보다 더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한국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해외에서 조롱거리인 것도 걱정이다. 이게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국민 때문인가? 아니면 유체이탈에 빠진 지도자와 비밀주의 보신주의에 빠진 무능한 관료 때문인가?


대형사고가 났을 때 지도자가 신뢰를 주면 군중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냥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면 국민은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알아서 잘 처신한다.



삼성의 오만이 부른 국가적 참사


메르스 괴담, 정말 문제 많다. 대통령은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을 색출해 엄단하라고 했지만 괴담 유포 유발자들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첫 번째 괴담 유포 유발자는 일부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감기 수준인 메르스 때문에 한국이 집단히스테리에 걸렸다고 개탄을 한다. 폐렴 결핵 독감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와 비교를 하며 왜 호들갑이냐고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민은 통계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 가벼운 감기증상으로 끝나는가 하면 35번 환자처럼 호되게 앓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38살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이렇게 표현을 했다.




감기나 독감은 열이 오르다 내리다 하는데 메르스는 증세가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 기침과 가래가 밤낮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고, 38도 고열이 계속되고, 오한이 심하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 처음 이틀은 통증 수치가 10단계 중 9단계다.



참고로 출산의 고통이 8단계라고 한다. 메르스를 치료해 보지도 않았고 직접 앓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메르스는 고작 감기일 뿐’이라고 하니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괴담 유포 유발자는 보건복지부다. 보건당국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 공기감염은 없다, 최대잠복기 14일을 지나 안정추세다, 전 세계에 3차 감염자 사례가 없다, 이런 헛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공기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니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라고 불러야 한다’는 괴담이 퍼지는 것이다.


특히 삼성을 삼성이라 부르지 못하고 ‘D병원’이라고 부르니 ‘보건복지부가 삼성병원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괴담이 나오는 것이다.


세 번째 괴담 유포 유발자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이 병원에서 최다 감염자가 나오고 의사 3명과 환자이송요원도 감염됐다. 감염경로도 뒤엉키고 있다. 더구나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애초 격리명단에 없었다니 삼성서울병원이 어찌 책임을 면할 것인가? 메르스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삼성의 오만이 부른 국가적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괴담 유포 유발자는 늘 그러듯이 언론이다. ‘단독보도’란 이름으로 산 사람도 죽이고, 다시 살리는 신공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많은 언론이 오보를 그대로 베끼는 대형 사고를 치고도 제대로 반성을 하지 않으니 괴담이 준동하는 것이다.



정적에는 단호, 다른 건 ‘아몰랑’인가


다섯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괴담 유포 유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월호 때 ‘7시간’으로 그렇게 혼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16일 만에 현장에 나타났다. 그것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밤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달려갔다. 이러니 ‘박원순은 메르스와 싸우고, 박근혜는 박원순과 싸운다’는 괴담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병원 이름 공개를 지시했는데 무려 4일 만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나마 발표 자료는 오류투성이였다. 보건복지부가 정신줄을 놓았든지 병원의 이해를 대변하느라 사보타지를 했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총리대행이 병원 이름 등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지자체 역할 강화를 발표하며 ‘방향전환’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누리꾼들은 사실상 ‘항복 선언’인데 ‘내가 먼저 했거든’을 내세운다고 비웃는 것이다.


미국방문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집권여당 대표가 ‘예정대로 미국을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한 지 불과 1시간 후 청와대는 메르스와 싸우기 위해 방미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와 미국이 사전조율을 했을 텐데 집권여당 대표가 이렇게 깜깜이라는 건 저들이 소통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는 증거일 것이다.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상식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괴담(?)이다. 나도 무능하고 오만한 그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지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