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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3세력인가 페이스메이커인가?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6년 03월 30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페이스메이커.
마라톤 선수이지만 42.195km를 완주할 수 없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30km까지만 선두를 달려야 한다. 동료 우승후보의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좋은 기록을 내도록 페이스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 완주 끝에 오는 환희도, 결승테이프를 끊는 영광도 그의 몫은 아니다.


총선정국에서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페이스메이커 노릇을 해왔다. 새누리-더민주 양당이 죽을 쑬 때는 지지율이 올라가고 갈피를 잡으면 지지율이 내려갔다. 국민의당은 페이스메이커로 역할을 끝낼까? 아니면 양당 체제를 깨는 제3세력으로 부상할까? 그 답은 며칠 후 수도권 유권자들이 줄 것 같다.


전국 235개 선거구에서 복수의 야당후보가 출마한 곳은 178곳이다. 수도권 122개 선거구 중에서 무려 105곳에 복수의 야당후보가 나왔다. 수도권 24곳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모두 후보를 내었다.


4년 전 야권연대 덕에 1:1로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5%p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수도권 선거구가 27곳이었다. 그렇다면 야권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삼척동자도 안다.



고민 깊어지는 수도권 거주 호남 출신 유권자


국민의당이 호남에서는 선전을 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종전 선거에서는 호남 현지 민심과 수도권 거주 호남출신의 민심이 연동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광주전남에서 소위 '영남패권 척결' 바람을 일으켜 전북을 거쳐 수도권으로 확산시키려 했다. 그런데 북상전략이 전북에서 막혀버렸다. 수도권에서는 당 지지율이 정의당의 추월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안철수가 후보단일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로는 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참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투표 직전에 마음을 결정하는 야당지지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거주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그 이유야 명확하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 심리가 있다. 수도권에서 당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국민의당 후보라고는 극소수인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후보에게도 표를 주기에는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한다.


호남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호남차별보다 호남고립이다. 비호남 특히 영남에서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정당을 지지하기에 부담이 크다.


이런저런 이유보다 가장 큰 게 당사자의 문제이다. 말로는 ‘새정치’를 외치는데 모이는 사람이나 하는 걸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민의 당에는 수십 년간 호남에서 일당독재를 저질러온 개혁대상들이 대부분 모여 있다. 이걸 부정할 수 있나?


이러다보니 안철수에 대한 세상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원래 지지자 중에서 20.30대와 수도권거주자는 많이 떠나고 50.60대들과 호남거주 ‘반문재인’ 성향이 주로 남아 있다. 사실상 ‘안철수 현상’이 없는 안철수만 남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는 게 우선이다


특히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안철수의 아전인수식 주장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공인노무사를 하는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노동위원회에 가서 열심히 변론을 하면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노동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그게 안 통하고 심지어 돈으로 해결해야 하니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라고 한다.


새누리당이 압승을 해도 제3의 정치세력만 나오면 이런 적폐가 사라지나?


4월 13일이 며칠 안 남았다. 새누리당의 무능 독선 독주를 견제하려는 유권자 한 명 한 명의 고민이 이심전심 확산되며 거대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이런 생활인 유권자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한다면 제3정치세력은 어림없다. 페이스메이커로 끝날 것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에게 결승점은 없다.


유권자들은 항상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