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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뒤에 숨는 ‘새정치’에 미래는 없다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6년 06월 21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관행’이라는 괴물 때문에 온 나라가 결딴이 나고 있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정치권, 자사 출신이 사이좋게 3분의 1씩 챙겨 먹는 관행 때문에 뿌리가 썩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도 관행대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먼저 일자리를 잃었고, 관행대로 공적자금 12조 원이 투입된다.


법조계는 홍만표와 최유정이 저지른 소위 전관예우라는 관행 때문에 자정능력이 있는지 의심을 받을 정도로 썩은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 미술계는 조영남의 관행이라는 주장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심지어 서울메트로에서는 철밥통은 깨지지 않는다는 관행 때문에 애꿎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관행’이라는 괴물이 문제라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그놈과 맞서 싸우겠다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 ‘관행’과 맞서겠다는 정치인이 나타났다.




온몸을 던져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퇴출시키겠다.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상임대표가 한 말이다. 이거야말로 국민의당의 첫 번째 존재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는 ‘업계관행’ ‘정치관행’이라는 변명만 늘어놓다가 당과 개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창당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국민의당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홍보예산을 집행한 것을 보면 이상해도 아주 이상하다. 신생정당의 업무미숙이라고 봐주려 해도 지나치게 어설프다.


국민의당은 지난 3월 15일 20억9,000만 원에 달하는 비례대표 공보물을 영세 기획사인 ‘비컴’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제작과 배포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수를 해도 선거홍보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중요한 일을 영세 기획사에게 맡겼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인쇄소 입장에서는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인쇄비도 받지 않고 선거공보물을 넘겨주지 않는다. 비컴대표는 개인적으로 담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럴 경우 당연히 인쇄비 단가가 올라간다.


반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이 광고기획, 공보물 인쇄, 텔레비전 광고대행 등 분야별 업무를 해당 업체와 직접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일괄발주 방식은 하청과 재하청을 부르고 이 과정에서 사례금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능력이 없는 비컴은 청년비례대표 7번을 받은 김수민이 대표로 있던 디자인회사인 ‘브랜드호텔’에 기획·디자인을 하청 줬다. 비컴은 국민의당으로부터 계약금으로 2억 원을 받자마자 그중 1억1000만 원을 브랜드호텔에 지급했다. 하청을 맡기며 전액 선금을 준 것이다. 브랜드호텔은 1억1000만 원이 기획·디자인을 수행한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자인업계는 1억1000만 원이라는 금액에 고개를 젓고 있다. 8쪽짜리 비례대표 공보물을 기획·디자인하는 비용치고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입찰을 통해 12쪽짜리 공보물의 디자인비로 3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지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당과 TV광고대행 계약을 맡았던 세미콜론에서도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당은 11억2000만 원짜리 계약을 하면서 4억778만 원을 먼저 줬다. 세미콜론은 브랜드호텔에 광고기획하청 대금으로 6820만 원을 줬다. 또 홍보TF 라고 불리는 조직에 6000만 원짜리 체크카드를 줬다. 계약서도 없었는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를 시작하자 뒤늦게 ‘맥주광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체크카드를 받은 카피라이터는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반납했다. 정당한 대가인데 왜 반납을 하나?



스스로 진상 밝히고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이렇게 일을 처리하다 보니 중앙선관위는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선거공보물 인쇄비용으로 청구한 21억153만 원 중에서 5억1,591만 원을 삭감했다. 인쇄비가 시장 통상 가격을 초과했고 기획비와 디자인 비용도 초과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해명은 참으로 군색하다. 모든 게 ‘관행’이다. 그러자 5500 회원사를 둔 한국디자인기업협회가 업계에 그런 관행은 없다는 성명서로 반박을 했다. 차라리 신생정당이라서 업무처리에 서툴렀다고 변명을 했다면 동정이라도 샀을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당은 청년일자리 만들기, 공공부문 개혁, 비정규직 개선, 역사교과서 폐지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어떤 획기적 정책을 내놓아도 리베이트 의혹이 집어삼키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당은 존재하지도 않는 업계관행을 내세워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민의당이 결자해지든 읍참마속이든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 ‘새정치’와 ‘관행 타파’를 빼면 국민의당의 존재이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