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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는 쌀, 폭락하는 쌀값, 대책 없는 식량자급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6년 09월 26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산지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기계화가 잘되어 있고 영농기간이 짧으며 더구나 쌀소득보전직불금이라는 이름으로 가격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니 농가의 60%가 쌀을 재배하는 탓에 쌀이 넘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33만 톤이다. 초과공급분 약 36만 톤은 정부가 매입했다. 현재 재고는 정부 보관 175만 톤과 농협 보관분 33만8천 톤이다. 올해분 공공비축미를 더하면 적정 보유량인 80만 톤의 세 배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가공용 33만5000톤, 밥쌀용 5만4000톤의 외국쌀이 국내에서 판매됐다.


이렇게 쌀이 남아도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식량자급률은 23%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이 50.2%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고기를 얻는 데 필요한 사료용을 뺀 수치일 뿐이다.



넘치는 쌀 처리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공공비축제와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쌀에 대한 직불금, 공공비축미 수매, 보관관리비로 1조원 이상이 들어갔다. 작년에 쌀 직불금으로 7,257억원이 지급됐는데, 올해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9,777억원이다.


직불금 덕분에 쌀 재배농가는 지난해 한 가마당 18만2400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다만 직불금이 경작면적에 따라 지급되니 열심히 일해서 소출이 많은 농민은 그게 불만이다. 실제 김제평야에서 보면 농민에 따라 한 필지(1,200평)에서 소출이 서너 가마 차이가 난다.


쌀이 넘치고, 가격이 폭락하는 첫 번째 이유는 누가 뭐래도 쌀 소비가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63kg으로 30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채소 178kg, 과일 66kg, 육류 45kg, 밀 35kg으로 국민의 식생활이 바뀌었다.


육류 소비는 늘어나는데 가축사료는 거의 수입 유전자변형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1,023만7000톤이나 수입했다. 이 가운데 99.8%가 CJ 대상 사조해표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를 포함한 5개 기업이 수입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 두 번째 유전자변형 농산물 수입국이다. 이 가운데 90%가 사료용과 산업용으로 사용됐고, 나머지는 두부 간장 된장 식용유 등 식품가공원료로 쓰였다.



우리밀과 non-GMO콩 이모작 확대해야


이렇게 국민의 식생활이 바뀌었으면 농업도 변해야 한다. 쌀 김치 연탄만 있으면 겨울을 나는 쌍팔년도가 아니다. 농부는 국민이 먹는 걸 재배해야 하고, 유전자변형농산물 수입을 대체할 농사를 지어야 한다.


쌀 경작면적을 더 줄이고(올해 전체 경작면적의 2.5%인 2만ha 감소) 그 자리에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주요작물을 심어야 한다. 국가의 식량정책이 쌀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밀 콩 보리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배추 등 복수의 국가전략작목을 육성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농부도 국민이 먹지 않는 작물을 농사짓는 게 어찌 즐겁겠는가? 판로와 소득만 보장된다면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농촌의 고령화는 부차적 문제일 뿐이다.


정부는 2015년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을 57%로 잡았지만 50.2%에 그쳤다. 획기적으로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목표달성은 어렵다. 쌀 경작면적을 더 줄이고 그 논에 우리밀과 non-GMO 콩을 이모작 해야 한다. 논 면적 93만4000ha 중 66만ha에 이모작이 가능하다.


고작 1.2%인 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두부 콩고기(불고기 햄 소시지) 두유 등 콩 가공식품을 만들어 공공급식이나 학교급식에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 밀과 콩을 이모작 하는 농민에게는 쌀 이상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쌀에 투입되는 예산 일부를 돌리면 가능한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제1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소득을 올해 당장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단기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6년산 공공비축비 우선 지급금을 인상해서 산지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도 우선 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 대책이 없는 단기대책은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다.


언제까지 쌀 농가에만 식량주권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울 것인가? 그 짐을 밀과 콩을 이모작하는 농민도 나누어지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