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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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망가지는 여론조사

신명식 프로필 사진 신명식 2017년 04월 25일

현재 농부 겸 ㈜으뜸농부 대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후 귀촌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한편 농부들이 생산 가공 유통을 직접 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협동조합과 영농법인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여론조사의 홍수다. 4월 20일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19대 대선 관련 여론조사결과는 362건이나 된다. 유권자들은 그저 “1번마가 앞장섰습니다. 2번마가 추월했습니다, 1번마 다시 역전했습니다” 따위의 경마식 중계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일 포함 선거 6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물론 조사는 계속할 수 있다. 아마도 단톡방을 통해 카더라 조사결과가 범람할 것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데도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19대 대선 관련 여론조사 중에서 35건을 심의해서 35건 모두 인용을 했다. 그러나 3건만 과태료 처분을 했고 13건은 경고, 19건은 준수촉구에 그쳤다.


여론조사는 수치보다 흐름을 보는 것이다. 조사방식이 각자 다른 이 조사 저 조사 모두 나열해서 단순비교하는 게 아니라 한 회사 데이터를 놓고 흐름을 보아야 한다. 한 회사의 데이터만 보려고 해도 어려움이 있다.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묻는 여론조사가 4월 초 쏟아져 나온 것도 언론사의 희망사항이 노골적으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한 회사의 데이터를 보려고 해도 ARS인지 면접조사인지, 무선과 유선을 어떻게 배합했는지, 샘플을 추출할 때 기존에 구축한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무작위추출 했는지, 응답률은 얼마인지, 연령 지역 성별 할당은 제대로 했는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표본할당을 맞추지 않고 보정을 지나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조사방법과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이렇게 여론조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당선예측,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는 수준


뉴스타파가 2014년 지방선거부터 2016년 총선까지 국내 여론조사회사들이 내놓은 선거 예측 1,557건을 분석했는데 전체의 64%만 당선자를 제대로 맞추었다. 996건은 맞추었고, 561건은 틀렸다는 이야기다. 조사오차는 평균 9.6%p에 이르렀다.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리얼미터는 296건 중에서 고작 60%만 당선자를 맞추었다. 조사오차는 9.77%p 이었다. 오랜 경험이 축적되었다고 알려진 한국갤럽은 51건 중 71%만 당선자를 맞추었고, 조사오차는 10.65%p로 리얼미터보다도 낮았다.


평균 조사오차를 보면 당선예측률이라는 게 거의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는 수준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부분 여론조사회사들은 이런 엉터리 조사를 바탕으로 새누리당이 170~180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여소야대였고 몇몇 여론조사회사가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그 후에도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요즘은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걸 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가세해서 혼란을 더 부추긴다.


어쩌다 여론조사가 이런 지경이 됐을까?


우선 언론사의 무사안일이다. 논조가 특정후보에 치우친다는 비난을 받기 싫으니 온갖 여론조사 결과를 나열하는 기사를 선호하게 된다. 사주나 경영진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교묘하게 여론조작을 하기에는 여론조사만한 게 없다. 여론조사에도 덤핑이 생기고 여론조사회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샘플을 채우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유무선별 지지율도 공표해야 한다


더구나 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여론조사가 비과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즘 여론조사의 모바일 비중은 40%에서 100%까지 다양하다. 같은 모바일이라도 면접조사인지 자동응답방식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어쨌든 모바일의 비중이 높으면 젊은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게 유리하고, 유선전화의 비율이 높으면 노년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처럼 되어 있다. 통설은 통설일 뿐 정작 이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지난 4월3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은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7.2%p 앞섰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처음으로 깨지는 조사였기에 많은 방송 신문이 이 조사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전체 표본의 60%를 차지한 모바일웹방식 조사는 문재인 후보가 6%p 가량 앞섰는데, 표본의 40%인 유선전화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25%p를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 차이가 생겼다면 앞으로는 유무선 배합비율은 물론 유무선별 지지율, 합계 지지율을 공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끝난 후 어떤 배합비율이 최적인지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


원래 작은 단위 선거는 예측을 하기 어렵지만 역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는 대체적으로 맞았다. 그런데 19대 대선 여론조사는 각 조사마다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 유무선 배합비율도 작위적이고 정례조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간에 조사방식이 바뀌기도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조사방법에 정치적 의도까지 범벅이 되었으니 19대 대선 여론조사는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