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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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경쟁 그리고 언론의 위기

김서중 프로필 사진 김서중 2015년 05월 11일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이제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신문이 위기를 벗어났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위기를 논하기에도 너무 늦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문이 수행해온 언론 기능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사회가 언론으로서 신문의 가치를 간과하고 단지 또 하나의 산업의 명멸을 보듯 냉정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위기의 진정한 본질이다. 무엇이 어떻게 기존에 신문이 수행해오던 여론 매체의 기능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이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한 추수식의 논쟁은 산업의 관점에서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언론의 관점에서는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형식적 민주화는 당연히 필요한 전제지만, 이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완성에는 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진정한 언론의 존재는 필수 조건이다.



광고 확대 정책과 언론의 신뢰


이어 방송의 위기다. 아니 어쩌면 방송(산업)의 위기 주장도 오래됐다. 즉 말기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있을 법도 하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방송계의 반응이 그 사례다. 방통위는 4월 24일 방송광고제도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을 의결하였다.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지상파나 유료방송 모두 가상광고를 오락·스포츠 보도 부문까지 확대하며 가상광고나 간접 광고의 시간을 늘려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방송계의 반응이 천편일률적이다. 각자의 상황에서 광고제도의 변화로 재원이 늘고 줄어듦에 대한 반응만이 있을 뿐이다. 광고 제도의 변화가 방송의 내용에 미칠 변화에 대한 관심은 없다.


광고계가 요구해온 광고제도의 변화는 단지 광고 시간을 늘려 재원을 더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의 시청권과 충돌하는 문제다. 그러나 그 폐해는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광고제도의 변화는 점점 더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떻게 시청자의 착각을 유도할 것인지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에 가상광고를 교양까지 확대하려던 시도를 포기했다고 한다. 시청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교양까지 나가지 않았으니 다행일까? 오락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착각(사기?)은 괜찮을까?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전개를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부지불식간에 시청자의 소비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은 이미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광고를 늘리겠다는 결정을 한 것인데도 방송계는 광고제도 변화가 내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도외시한다. 이미 방송 역시 생존의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광고제도 변화의 문제는 방송사 광고담당자와 뉴스·프로그램 제작자 사이의 이견이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돈이 먼저인가 저널리즘이 먼저이냐는 문제였다. 지금은?



저열한 경쟁, 신뢰의 위기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 언론이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국가적인 대참사였던 세월호 침몰 당시 권력 편향적이고 무분별한 보도를 내보내 언론은 기레기라는 치욕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대통령에 대한 야유를 음소거하고 내보내는 공영방송 KBS부터 참사 첫날 보상금 액수를 꺼내 드는 또 다른 공영방송 MBC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에 불리하지 않은 보도를 하여 유가족과 참사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맘을 찢어 놓았다. 기본적으로는 권력 편향, 정파적 보도이지만 그 수많은 언론의 오보나 선정적 보도의 근저에는 상업적인 무한 경쟁의 늪에 빠진 언론 현실이 있다. 진지하고 심층적인 기사가 평가받고 이게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저열한 경쟁구조. 클릭 장사가 가장 확실한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 이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방송 저널리즘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방송 산업도 위기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언론은 신뢰에 기반을 둔 산업이다. 신뢰가 사라진 언론은 단순히 오락산업일 뿐이다. 언론이라는 이름 자체로 일단 신뢰는 생기지만 이는 신기루 같은 신뢰일 뿐이다. 언론에 대한 실망이 축적되면 당연히 신뢰는 철회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좋은 언론을 찾기 힘들고 수용자는 굳이 좋은 언론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지 오래다. 좋은 언론의 좋은 기사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큰 혜택을 경험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언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또 다른 주요 요소 중 하나는 광고에 휘둘리는 언론의 모습이다.



약탈적 광고 영업


최근 누출된 MBN의 영업일지를 미국에 기반을 둔 선데이 저널이 기사화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MBN의 광고 영업행태를 보면 기가 막히다.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옹호하거나 불법 홍보하는 행위, 돈 받고 상을 주고 상 받은 사실을 보도해주는 거래 행위, 보도를 이용하여 광고수주 압력 넣는 행위, 돈 받고 제품 홍보하는 방송 만들기, 돈 받고 만든 프로그램 돈 받고 다시 재방송하기, 허위 협찬 증빙서류를 만든 의혹 등등 입이 딱 벌어진다. 언론인지 마케팅 업체인지 구별이 잘 안 된다. 대서특필 감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조용했다. 왜 그럴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언론에 만연해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저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나 약탈적 광고 영업을 하면서 저널리즘 자체를 포기하는 언론 현실 등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저널리즘 추락 현상에 종편 도입이 크게 작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MBN 영업일지 누출로 알려진 광고 영업 행태는 그 증거가 부족해서 그렇지 종편 업계에서는 이미 공지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약탈적 광고영업이라는 표현은 종편 활동 초기부터 나온 이야기고 1/n 광고는 관행이 돼가고 있다. 종편들의 대주주인 신문들이 신문업계에서 벌인 관행이 방송영역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상파는 더욱 심한 광고 영업 압박을 받고 있다. 지금 종편에 나타난 비정상적 광고 영업이 곧 다가올 미래의 지상파의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한시바삐 자본에 좌우되는 언론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개인 사업자에게 자성을 촉구해서 될 일이 아니라 정책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뜻이다.


종편 도입의 원죄를 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했던 사람은 당연히 없다. 원죄가 없는 지금 정부는 그 폐해를 제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록이 동색이기 때문일까 외려 이 정부 들어서 상황은 악화할 뿐이다. 언론 운동 진영이 언론 정상화 의지를 갖춘 정권으로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