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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편혜영의 ‘몬순’도 표절의혹

안송이 프로필 사진 안송이 2015년 06월 24일

작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으로 문단이 시끄러운 가운데 2014년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편혜영 씨의 작품 <몬순>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가 편혜영 작가의 <몬순>을 접한 것은 지난 겨울이다.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몬순>과 이 소설과 얼개가 유사한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본 뒤 표절이 아닐까 의심하게 됐으며 뉴스타파 대학생동계연수에 참가하면서 취재 프로젝트 과제로 ‘몬순 표절 의혹’를 제출하고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됐다.


소설가 편혜영 씨는 2000년 단편소설 <이슬털기>로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가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표절이 의심되는 작품 <몬순>은 단편소설로 2014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상문학상은 <문학사상사>가 소설가 이상을 기려 1977년 제정한 상으로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편과 단편 소설을 심사대상으로 하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다.


<몬순>이 모티브를 빌려온 것으로 보이는 작품은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인 문제(원제: A Temporary Matter)>다. 두 소설은 아이를 잃고 관계가 소원해진 젊은 부부가 ‘단전(斷電)’이라는 상황을 관계회복의 기회로 여긴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편혜영의 <몬순>이 수록된 2014 이상문학상작품집과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 문제>가 수록된 단편집 ‘축복받은 집’ ▶편혜영의 <몬순>이 수록된 2014 이상문학상작품집과 줌파 라히리의 <일시적 문제>가 수록된 단편집 ‘축복받은 집’

문학평론가 정문순 씨는 “편 작가가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몬순>은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 구성뿐 아니라 문장이나 문장 배치도 유사한 대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신경숙의 소설 <전설>에 대해서도 표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 씨가 분석한 두 소설의 유사점은 다음과 같다.




분석 : 문학평론가 정문순 분석 : 문학평론가 정문순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자문위원인 김기태 세명대 교수는 “<몬순>의 작가가 <일시적인 문제>를 읽고 나서 영감 혹은 작품 속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새로운 작품을 구상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아이디어 표절’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읽은 바 없는 가운데 집필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전적으로 작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판 시기를 보면 라히리의 소설은 미국에서 1999년에 발간됐고, 한국어 번역본은 2001년 출판, 2013년 10월 재출판 됐다. 편 씨의 <몬순>은 계간지 한국문학 2013년 겨울호에 발표되었다.


반면 편 씨의 작품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다른 작가의 표절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던 문학평론가 최강민 씨는 <몬순>에 대해서는 표절로 확정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 씨는 “두 작품은 단전이라는 유사한 사건 설정과 아기의 죽음이라는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있지만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며 “어쩌다 보니 비슷한 부분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소설에서 아이가 죽는 시기와 이유가 다르고, <일시적인 문제>는 남편과 아내의 대화가 주로 이뤄지는 반면, <몬순>은 남편과 아내의 직장 상사인 과학관 관장의 대화가 소설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작가 편혜영 씨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편 씨는 “(<일시적인 문제>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고 있었고, 사실 (줌파 라히리는)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그걸 의식적으로 표절했다라고는 절대 말씀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몬순>에 표절 의혹이 제기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오고가는데 제가 먼저 섣불리 뭔가를 얘기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당황스럽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사> 측은 작품 선정 당시 이를 담당했던 직원이 없고, (표절 의혹은) 들어본 바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문학사상사>는 수상 작품의 표절 의혹에 관한 입장을 내부회의를 한 뒤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또 당시 심사위원 일부에게도 작품 선정 과정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일시적인 문제>가 수록된 원서를 출간한 미국의 허프턴 미플린사는 표절 여부 확인을 위해 “회사의 법무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필자에게 이메일로 전해왔다. 줌파 라히리 작가를 관리하는 윌리엄스 모리스 에이전시는 한국 측 대리인에게 구체적 검토와 확인을 지시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문학계에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객관적인 표절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경숙의 작품 <전설>처럼 일본 소설 <우국>의 문장이나 표현 단어와 정확히 일치할 경우 표절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몬순>과 같은 경우 ‘아이가 죽은 젊은 부부’와 ‘단전’이라는 소재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냐 아니냐에 따라 표절 진위가 나뉠 수 있다.


한국저작권협회 표절위원회 위원인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학과 이인재 교수는 “표절을 예방하려면 솔직하게 ‘내가 이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나 글의 구조와 같은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렇게 발전시켰다’와 같은 것을 말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술 논문처럼 그 출처를 밝히자는 말이다. 이 교수는 이어 “하지만 문학작품은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타인의 좋은 착상이나 글의 구조를 자기 것인 것처럼 하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문학 작품 내에서의 출처표기 도입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