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럼

안녕하세요. 뉴스타파 포럼 입니다.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을까?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5년 05월 26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단도직입으로 대한민국 정당지형을 정리해 보자.​


새누리당은 영남 패권주의와 반북주의에 기대 대한민국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영남 패권주의와 반북주의에 세뇌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외환위기로 나라를 완전히 거덜 내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도, 국가기관이 불법적 선거개입을 해도, 불법선거자금 의혹이 불거져도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신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2004년 탄핵정국을 복기해 볼 때 유권자 가운데 36%(탄핵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전국득표율)는 새누리당이 무슨 짓을 해도 새누리당에 표를 던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새누리당의 반대편(?)에 새정련이 있다. 새정련의 구성인자들은 매우 이질적이고 복잡하다. 새정련은 규율이 없고, 질서가 없고, 목표가 없고, 전의가 없다. 새정련은 새누리당의 그림자 같은 정당인데, 새누리당의 패악질이 너무 두려운 진보,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패악질을 조금이라도 견제하길 기대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새정련에 표를 던진다. 새정련 의원들도 그걸 너무 잘 안다.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도 선거제도라는 게임의 규칙이 지닌 압도적 규정력으로 인해 새누리나 새정련을 택하기 쉽다. 지금과 같은 단순다수득표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한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3당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진보,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이 진보정당에 표를 던질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영겁회귀와도 같다. 이 영겁회귀에 갇혀 대한민국은 침몰하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정당지형은 당연히 선거 지형에도 투사된다. 대한민국 선거판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해보자.













1. 대한민국 선거 지형상(지지자의 수와 충성도, 미디어 환경의 극단적 비대칭성, 여당과 야당이 지닌 힘과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크기의 비대칭성 등) 현재 야권이 질 수 없는 선거란 존재한 적도 없었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전국단위 선거인 총선과 대선에서 현재 야권이 승리한 건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 선거들도 선거승리의 필요충분조건(우호적 외부환경, 뛰어난 리더, 상대방을 압도하는 이슈의 선점, 적진의 분열)이 모두 구비됐음에도 신승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의 경우 외부 환경(외환위기, 남북관계 경색 등)과 대내적 역량(DJ와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후보, 호남 및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적 지지기반, 진보개혁진영의 전폭적 지지 등)이 충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제와 김대업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2.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할 선거에서 구조가 갖는 힘은 압도적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의 상수이자 1당이라 할 새누리당이 거의 모든 선거에서 이기는 건 구조적 우위(유권자 중 다수를 점하는 영남·보수·장노년층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사실상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과 종편 등으로 상징되는 비대언론의 일방적 응원, 메인스트림의 물적·상징적 지원 등)때문이다. 기실 이런 구조적 우위를 가지고 선거에서 진다는 게 기적이다. 현재 야권이 선거의 절대 강자 새누리당을 이기려면 리더와 아젠다와 캠페인에서 새누리당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그리고 설사 야당이 리더와 아젠다와 캠페인 모두에서 새누리를 압도한다 해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정당지형과 선거 지형상 새누리당은 늘 선거에서 이기는 게 당연하고, 야당은 가물에 콩 나듯 그것도 선거승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춰야 가까스로 이기는 것이다. 만약 새정련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건 진정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새정련이 난세에 필요한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정점으로 규율 있는 정당으로 변신하고(최근 새정련에서 벌어지는 지리멸렬을 보면 이게 가장 시급하다. 문재인은 손에 피를 묻힐 각오를 하고 새정련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의 기본은 인적청산이다), 그 당에 실력 있고 공익에 밝은 인재들이 대거 영입돼 당을 혁신해야 하며, 끝으로 한국사회를 뒤흔들 메가 이슈를 발굴하고 선점해야 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지만, 다 해내지 못하면 새정련은 불임 정당 신세로 완전히 전락할 것이다. 그건 새누리당,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도 불행이다.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선거에서 이기는 새누리당이 북한과 영남에 기대지 않는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변신할 이유가 없으며, 그런 새누리당이 만년여당인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발전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발전한다는 건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