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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너무나 비겁한 전두환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5월 20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지금의 대한민국을 낳은 자궁이라 할 광주민중항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광주에 특전사 등의 군대를 투입해 시민들을 살육한 신군부의 우두머리 전두환이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있다. 발포책임자는 없는데 국군이 주권자인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일이 도무지 가능한가?


전두환은 광주학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개전의 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전두환은 최근 5.18 발포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채널A>와 <동아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전두환은 지난달 27일, 5·18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보안사 장교출신 김충립 목사 등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3시간 동안 월간 <신동아>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어느 누가 총을 쏘라고 하겠어 국민에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어떤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 주동한 걸로 나쁜 소리를 하는데..."라며 광주학살과 자신이 무관함을 강변했다.


또한 전두환은 "너무 무식해서 그런 거예요.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요.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꺾고,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 절대 못합니다"라는 말도 했다. 끝으로 <신동아> 기자가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전두환은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고 답변했다는데 이는 광주학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다(전두환 "5·18 발포? 대통령 되려다 안 된 어떤 사람의 모략").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전두환이 광주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확정됐다(전두환 "총쏘라 안해"...법원은 '내란목적 살인' 결론). 뿐만 아니라 전두환이 군의 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시민들에게 사격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의 자위권 발동 결정에 관여했다는 보안사 문건(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회의 참석)이 발견됐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전두환은 12.12군사반란을 성공시킨 신군부의 명실상부한 수괴였으며, 허수아비였던 최규하 대통령의 위에 군림하던 자였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또한 전두환이 도청 앞 집단발포로 시민 수십 명이 살상당한 직후 집단발포의 현장책임자인 최웅 11공수여단장에게 격려금 100만 원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전두환, 광주 발포 다음날 공수부대장에 격려금). 광주학살과 아무 관계도 없다던 전두환이 무엇 때문에 학살의 현장책임자에게 격려금까지 주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분발하라'고 했을까? 최웅이 자기 뜻대로 움직인 데 대한 보상으로 해석하는 게 지극히 합리적이지 않을까?


사소한 팩트이긴 하지만 전두환은 광주학살 당시 이미 중앙정보부장 서리였다. 따라서 "너무 무식해서 그런 거예요.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요.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꺾고,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 절대 못합니다"라는 전두환의 변명은 그 자체로 거짓말이다.


일각에서는 전두환이 악당이긴 하지만 사내답다고 평가한다. 사내답다는 평가는 적어도 비겁하지는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은 위에서 살핀 것처럼 광주학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이면서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비겁한 자다. 전두환은 비겁한 악당에 불과하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