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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문을 연 박근혜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7월 13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교수신문>이 작년에 선정한 사자성어는 '昏庸無道'였다. 혼용은 고사에서 흔히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昏君과 庸君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論語』 「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 昏庸無道) 한 마디로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올해의 사자성어도 역시 '혼용무도'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급기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드 도입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드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실험 단계의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점,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수단은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라는 점, 사드 체계는 이런 북한군의 군사적 옵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기체계라는 점만 알아도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이 얼마나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사드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유효한 대응 수단이 되지 못한다면 미국은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 사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국의 전략군사자산에 대한 동태파악을 위해서다. 즉 미국은 사드체계에 포함된 액스벤더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전략군사자산(예컨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같은)의 움직임을 샅샅이 들여다 보려 하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 도입에 그토록 반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러시아가 사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만약 사드가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수단에 머문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토록 강하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


나도 아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11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일련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거론한 뒤 "이같이 날로 증대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아주 중요한 절체절명의 문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인데 이러한 위협을 방치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 영토에 투하돼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사드는 북한 이외의 어떤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또 할 이유도 없다","우리는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방어목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쏟아냈다.(朴대통령, '사드 배치' 대내외 논란 정면 돌파)


​하나부터 열까지 이치에 닿지 않는 말들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보유한 무기자산 중 대한민국에 가장 위협적인 건 중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다. 일본이나 미국의 해외미군 기지, 미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과 핵을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사용할 리 없고, 장거리미사일과 핵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무기체계도 아니다.


설사 궁지에 몰린 김정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자살폭탄테러단의 심정으로 핵을 사용한다 해도 핵을 투발할 수단이 장거리 미사일일 수는 없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핵을 사용하려 한다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거나, 비행기에 탑재해 투하할 것이다. 즉 사드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방어할 수단이 아니다. 또한 사드가 미군의 전략자산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가 "북한 이외의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들 권한도 없는 사람의 소리에 귀기울일 중국과 러시아가 아니다.


사드 도입 결정으로 졸지에 대한민국은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의 최초 타격대상이 됐다. 사드 도입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진할 것이고, 김정은 북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줄여 김정은 북한의 입지를 한결 넓힐 것이다.


사도 도입 결정 이후 나는 전쟁의 위협을 실재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임기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것. 오직 그것뿐이다. 어리석고 무능한 리더 보다 국가와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도 없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