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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조선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6년 09월 01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우병우와 조선일보와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선제공격은 조선일보의 몫이었다. 조선일보는 넥슨과 우병우 처가 사이의 부동산 매매가 석연치 않다(넥슨이 우병우 처가 소유 부동산을 시가 보다 후하게 매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 우병우 처가가 소유한 강남역 인근 부동산은 소유관계가 깔끔하지도 않은 매물이었다는 점, 넥슨은 이미 판교에 사옥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우병우 처가 소유 부동산을 매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 넥슨과 우병우 사이에 진경준이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점 등이 석연치 않음의 근거들이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박근혜의 심복 우병우를 정조준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우병우를 직격한 이유는, 박근혜의 힘을 약화시키지 않고는 비박계 후보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어려운데, 박근혜 힘의 원천은 사정기관에서 나오고 이 사정기관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 사람이 우병우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우병우를 찍어내 사정기관에 대한 박근혜의 장악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이를 통해 비박계가 운신할 공간을 넓혀주겠다는 것이 우병우와의 싸움에 돌입하면서 조선일보가 세운 전략적 목표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계산을 잘못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시발로 거의 모든 매체들이 우병우와 우병우 처가 관련 비리·불법 의혹들을 연일 쏟아냈지만, 박근혜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어떤 정부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병우가 경질되는 것은 고사하고 청와대발 조직적 반격이 감행됐다. 청와대는 우병우의 민정수석 재직 중 비리 혐의를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조선일보에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국기(國基)문란사범으로 낙인찍은 데 이어 조선일보를 사실상 '부패기득권 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조선일보 주필 겸 편집인인 송희영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거액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낙마시켰다. 송희영 낙마에는 새누리당 김진태의 공(?)이 크다.


이석수와 조선일보 송희영에 대한 공격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추정하는 건 합리적이다. 이석수와 조선일보 기자가 나눈 정보보고 형태의 통화내용(기밀도 아니다)이 문화방송에 고스란히 흘러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석수와 조선일보 기자 간의 통화를 도청하거나 조선일보 기자가 동료기자들에게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를 해킹하지 않으면(도청이나 해킹은 모두 위법이다)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일보 내의 세작이 유출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송희영 찍어내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김진태의 손에 들어간 자료도 의문투성이다. 김진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이 사정기관 이외에 또 있을까?


조선일보가 우병우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범한 잘못은 단 하나다. 박근혜라는 사람을 잘 못 본 것. 조선일보는 우병우에게 쏟아지는 의혹이면 우병우 할애비라도 박근혜가 내치지 않을 수 없다고 봤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싱식과 합리가 박근혜의 상식과 합리와 다르다는 데 있다. 박근혜의 유일한 관심사는 임기 말까지 자신의 권력을 누수 없이 행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정기관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 우병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외에는 박근혜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병우는 민정수석직을 버리고 나가면 죽는다. 우병우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이 지점에서 박근혜와 우병우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한다.


조선일보는 지금 박근혜를 오판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그렇다고 싸움이 끝난 건 아니다. 밤의 대통령(?) 조선일보가 호락호락할 리 없다. 조선일보는 송희영 주필 겸 편집인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사설 등을 통해 청와대를 강타했다.([사설] 기자 압수 수색은 禹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권력이 싫어하는 보도를 한다고 취재기자를 압수 수색한 것은 언론을 적대시했던 좌파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중대한 악례(惡例)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고위 공직자의 비위에 대한 기자의 정상적인 취재 통화를 문제 삼아 수사기관이 기자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비서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고 언론이 수사당하고 있다.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밀월관계이던 박근혜와 조선일보가 우병우를 사이에 두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을까?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컬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