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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헌법재판관들을 믿는다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7년 02월 24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생불(生佛)이 될 것 같다. 대통령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대통령측 대리인이 보이는 '세상에 이런 일이'수준의 말과 행동을 보도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도 너무 힘든데, 대리인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재판관들은 오죽하랴. 점입가경이던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막말과 엽기의 화룡점정이 16차 변론이 진행된 22일 나왔다. 이들의 주옥(?) 같은 막말 퍼레이드를 들어보시라.



김평우 변호사


"강 재판관이 증인신문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청구인(국회) 쪽 증인에 대해선 별로 질문을 안 하고 피청구인(대통령) 쪽 증인에 대해서 주로 묻더라. 자칫 오해하면 청구인의 수석대리인이 된다”


“이정미 재판관도 문제가 있다. 역사적이고 국제적인 심판이 이정미라는 특정 재판관의 퇴임 일자인 3월13일 선고에 맞춰서 과속으로 졸속 진행하면 안 된다”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것이 정도인데, 약한 여자 하나(박 대통령)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똑똑하고 강한 변호사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은 법관이 해선 안 될 일”


“우리나라에 잘못하면 내란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역사에 없는 섞어찌개 탄핵소추”


“국회의원들이 야쿠자인가”


조원룡 변호사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하는 헌법재판관 강일원의 기피를 신청한다”



“재판관 9명 못 채우면 내란 일어날 수도” 협박까지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기행과 몰상식과 헌법재판소 모독과 파렴치는 우리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든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는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의뢰인인 대통령과 놀랍도록 닮았다.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기각을 바라는 태도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행태들을 끊임 없이 보이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대통령측 대리인단이 탄핵기각을 위해 변론을 한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다. 그 보다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변론을 최대한 지연시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 결정이 내려지는 걸 막는데 사활을 건 듯 보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릴 의사를 분명히 하자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전략적 목표는 탄핵결정의 '지연'에서 탄핵결정의 '무효화'로 변경된 것처럼 보인다.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이나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들이 그 방증이다. 만약 대통령측 대리인단이 탄핵심판결정의 인용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극우세력을 탄핵불복에 동원하기 위한 명분과 논리를 축적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면 그 자체 헌정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용서받지 못할 도발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결정 이후 벌어지는 어떠한 불법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


한편 심판의 날이 임박하자 박근혜가 사임할 수도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분명히 못박아두거니와 민주공화국을 파괴하고 헌법을 유린한 박근혜는 탄핵당해야 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준엄한 사법적 단죄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가 이를 면할 길은 전혀 없다. 선의로 해석할 때 사임 운운하는 소리는 사법적 처벌을 면하고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그대로 받겠다는 가증스러운 노림수에 불과하다. 악의로 해석하면 사임의 의사를 표시해 헌법재판소를 기망한 후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청와대에 눌러 앉아 대통령 놀이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박근혜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이 대통령 대리인단과 박근혜의 얄팍한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 리 없다. 나는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이 부여한 숭고한 사명과 주권자들의 집합적 열망과 역사적 대의를 받들어 박근혜에 대한 탄핵인용결정을 일체의 흔들림 없이 만장일치로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 8인의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내 믿음은 결코 배반당하지 않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