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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대한민국에 그어진 상처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7년 03월 01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박근혜의 최후진술을 읽는 심정은 무참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독(그리고 아마도 대필일)된 박근혜의 최후 진술은 거짓말과 명백한 사실에 대한 부인과 뻔뻔함과 적반하장과 삼류신파로 점철됐다. 모국어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치욕으로 느껴질 정도의 수준인 박근혜의 최후진술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 고사하고 한 실존적 자연인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찾기 어렵다.


박근혜는 ◇ 공무상비밀누설, 인사권 남용 의혹 ◇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의혹 ◇ 중소기업 특혜, 사기업 인사 관여 의혹 ◇ 언론자유 침해 의혹 ◇ 세월호 침몰 사고 의혹 등에 대해 전부 부인으로 일관했다. 한 마디로 누명을 썼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언과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박근혜는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도리어 박근혜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을 하였습니다. 그 날 이후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저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바른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펼쳐왔던 많은 정책들이 저나 특정인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수많은 오해와 의혹에 휩싸여 모두 부정한 것처럼 인식되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정치인의 여정에서, 단 한 번도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었고, 주변의 비리에도 엄정했습니다.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잘못된 일 역시, 제가 사전에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 누구보다 앞장서서 엄하게 단죄를 하였을 것입니다"라며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한다.


박근혜의 최후진술에는 "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듯이 어렵고 아픈 시절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아픔을 겪었었습니다. 최순실은 이런 제게 과거 오랫동안 가족들이 있으면 챙겨 줄 옷가지, 생필품 등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라며 부모를 흉탄에 잃은 소녀 가장 코스프레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박근혜의 최후진술의 마지막 단락은 압권으로, 읽는 사람의 기를 질리게 한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 날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저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일해 왔습니다.


저는 이 땅의 모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고, 모든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우리 후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지고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였고, 이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땀 흘린 만큼 보상받고,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나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제게 주어진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 보낸 지난 시간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저의 불찰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린 점에 대하여는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습니다.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고 배려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있으며, 결과에 대한 정당성 못지않게 그 과정과 절차에 대한 정당성이 보장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역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헌법재판관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깊은 혜량을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 최후진술 의견서 전문)



박근혜의 최후진술에는 죄의식이 없고, 부끄러움이 없고, 상식이 없고, 윤리의식이 없다. 박근혜의 최후진술에는 생존본능과 권력의지만이 가득하다. 박근혜의 최후진술은 인간이 쓴 글 중 가장 타락한 글, 가장 추레한 글, 가장 천박한 글이다. 그러니 박근혜의 최후진술을 읽은 사람은 눈을 씻고, 박근혜의 최후 진술을 들은 사람은 귀를 씻는 것이 좋겠다.


남루한 최후진술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국을 파괴하고 헌정을 유린한 박근혜가 탄핵심판을 면할 길은 전혀 없다. 박근혜의 앞날에는 준엄한 사법적 단죄와 최악의 불명예가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는 감옥 안에서 제 손으로 자신을 돌보며 늙어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정치적 단죄와 사법적 처단과는 별개로 박근혜가 대한민국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은 또렷하다. 히틀러가 독일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은 것처럼, 박근혜도 대한민국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라는 상처에게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박근혜라는 상처를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참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