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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투기라는 괴물을 깨우려는가?

이태경 프로필 사진 이태경 2017년 05월 26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상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기사가 내 눈길을 잡았다. "펄펄 끓는 부동산, 왜 이러지?"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거래량이 종전 최고 기록인 작년 6월을 넘어설 전망이고,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도 뜨겁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원인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재생’과 ‘저금리’라는 추진체가 ‘실수요’를 만나 불꽃을 뿜으며 출력을 높이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은 어떤 천재 보다 영민하다.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관해 어떤 철학과 정책을 취하는지를 숨죽여지켜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관한 한 불로소득 환수나 투기억제나 가격 안정에 관한 명확한 철학과 확고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판단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직전 부동산 정책의 중핵 중 중핵이라 할 보유세 인상에 대해 슬그머니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이나 후에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폐해에 대해, 부동산 문제의 척결에 대해 강하게 언급한 기억이 거의 없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주요 포스트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나 투기억제에 관한 명확한 소신이 있는 사람을 앉히지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노무현의 행보와는 사뭇 대조된다. 노무현은 부동산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적폐임을 너무나 분명히 인식하고 그와 정면대결했다. 그런 노무현조차 임기 내내 버블 세븐 위주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노무현은 종부세를 필두로 해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동원하고서야 가까스로 임기 말에 투기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과의 싸움은 천하의 노무현도 힘겨운 사투였다.


근심스러운 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아서다. 시장은 한없이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또 끝없이 비합리적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시장참여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나 투기억제나 가격안정에 별 관심이 없다는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매매에 임하겠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시장은 비이성적 낙관이 지배하고 투기열풍이 모든 걸 삼킬 수 있다. 그때는 정부가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동원해도 투기의 불길을 잡기 어렵다.


나는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불로소득과 투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기한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내가 진정 두려워 하는 건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이 문재인 정부의 업적을 모두 삼키는 것, 그리하여 내가 문재인 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상황의 도래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