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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2017년 06월 23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 금지, 하반기에는 청약조정지역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을 최대 3채에서 1채로 축소, 서울과 경기·부산 일부 지역, 세종 등 40개 '청약조정지역'에 대해 다음달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 포인트(p)씩 하향,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잔금대출에 DTI 규제 등이 대책의 골자다.(40개 지역 대출규제 강화...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안해)
대책을 보면 알 수 있듯 문재인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전국적인 아닌 국지적인 것으로 보고, 청약시장과 재건축 시장을 투기의 뇌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해 규율하려고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담당자들은 금리와 수급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투기 및 가격상승이 전국적이고 전면적이긴 어렵다고 보고, 문제가 되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청약시장과 재건축 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진정시키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창궐을 원하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부동산 시장의 급냉도 그닥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라는 이번 대책의 제목에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대책은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이번 대책은 미봉이고 절충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지금처럼 부동산과 관련해 확고한 철학도, 정교한 정책도 없이 임기응변식의 대책을 거듭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통제불능의 투기판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의 만연은 문재인 정부를 뿌리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에게 경제는 곧 부동산이다. 부동산 시장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진입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산층과 서민의 지지도 통제불능의 상태로 진입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진화된 참여정부 2기여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우리는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을 경험했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사후에 진압하기 위한 온갖 담론과 정책들을 생산한 바 있다. 참여정부는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부동산 부문에 있어서는 좌절과 성공 양면에서 가장 뛰어난 교사다. 기실 부동산 투기와 그에 대한 대응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이 참여정부 시기의 좌절과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아직 참여정부의 그림자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적폐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고 지지의 강도가 견고한 지금이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 대결할 절호의 타이밍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시장의 눈치를 보는 수준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불리를 무릅쓰고 종부세를 도입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하에 보인 노무현을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의 길이고 운명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