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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2017년 07월 10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칼럼니스트
역시 천하의 유시민이다. 유시민이 '알쓸신잡' 경주편에 나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소개하자 '진보와 빈곤'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 대한민국에 이정도의 상징권력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자연인 유시민은 과거 정치인이었을 때보다 전업작가인 지금 훨씬 더 큰 상징권력을 획득했다. 게다가 전업작가 유시민은 퍽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좋은 일이다.
다만 유시민이 '알쓸신잡'경주편에서 황남길에 위치한 상가 땅값이 수십만원에서 불과 1년 사이에 천만원 이상 오른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두고 "인류 역사상 그런걸 막을 방법은 없다"('알쓸신잡'유시민 "'젠트리피케이션', 인류 역사상 막을 방법 없어")고 한 발언에 대해선 유감이다.
유시민이 소개한 헨리 조지가 부동산 투기를 종식할 해법을 '진보와 빈곤'에서 이미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생산성과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진됨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토지소유자들이 사회가 만든 부를 지대의 형식으로 수탈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헨리 조지는 토지소유자들이 부당하게 약탈하는 지대를 정부가 보유세로 환수하면 경제적 풍요와 자유와 실질적 평등이 구현될 거라고 봤다.
헨리 조지는 지대를 전부 환수하고(거칠게 말해 지가는 미래 발생할 지대의 합이기 때문에 지대를 전부 환수하면 지가는 이론상 0원이 된다) 세금은 토지단일세만 두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나를 포함한 조지스트들 대부분이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며 사유화 되고 있는 지대를 사회화해야 한다는 정도로 헨리 조지의 사상을 계승한다. 지대를 전부 환수해야 한다거나 모든 세금을 없애고 토지단일세만 둬야 한다고는 생각치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을 잡을 묘방이 보유세(보유세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라는 사실은 엄연하다.
유시민은 "보유세라는 해법이 있지만, 이게 실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게 없어지기가 어렵다"정도로 말했어야 했다.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과 '방법이 있지만 실현이 어렵다'고 하는 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유시민의 단언에 얼마나 낙담할 것인가? 사소하달수도 있겠지만 이번 유시민의 발언은 적확하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