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 알고 보니 표절의 천재?

5기 연수생 A팀 프로필 사진 5기 연수생 A팀 2016년 08월 04일

2016년 뉴스타파 하계 연수 A팀입니다.

18년간 200여 권의 책을 집필하며 자신을 천재 작가로 홍보해온 자기계발서 작가의 책에서 표절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해당 책들에서 출처도 밝히지 않고 타인의 글을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그중 몇 권은 우수교양도서, 청소년 권장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태광 씨의 저서 『천재작가 김태광』 ▲김태광 씨의 저서 『천재작가 김태광』

김태광 씨는 18년간 시, 소설, 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0권의 도서를 집필한 다작가다. 도서 시장에서 그의 입지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가 쓴 실용서적 중 최소 7권이 YES24와 인터파크 등에서 베스트셀러 분야 10위권 안팎의 순위권에 올랐다. 최근작인 『7가지 성공 수업』은 교보문고에서 MD 추천 도서로 진열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책 쓰기 능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공무원, 관공서, 기업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아 책 쓰기 강연 활동을 해 왔다. 또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 쓰기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한국 책 쓰기 성공학 코칭협회’는 네이버 최대의 책 쓰기 카페로 회원 수 1만 명 규모를 자랑한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진열대 ▲광화문 교보문고의 진열대

27권 중 21권이 표절



취재진은 지난 일주일간 김태광 씨의 저서 중 2009년 이후에 출간된 문학 분야를 제외한 실용서적 27권의 텍스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청춘아, 너만의 꿈의 지도를 그려라』, 『서른, 안철수처럼』 등 총 21권의 책에서 저작권 침해 및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21권 모두 신문 기사의 예화나 다른 작가의 책에서 예시로 든 위인들의 일화나 우화 등을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사용했다. 이 중 5줄 이상의 문장이 인용된 원문의 필자 21명에게 해당 도서의 인용 사실에 대해 문의했다.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한 총 11명의 필자 모두 자신들의 글이 인용된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표절이 의심되는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 및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김태광 작가의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교양도서(현 세종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는 2012년 우수교양도서다. 취재진은 이 책에서도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을 세 군데 찾아냈다. 그중 두 군데에 관해 해당 부분의 원저작자가 인용 사실을 모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창의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며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는 당시 선정 기준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문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들은 문체부에서 각각 500만 원어치를 구입하여 공공도서관, 벽지의 초·중학교, 군부대 등에 배포됐다.


이 밖에도 『어떤 친구의 마음도 열게 하는 긍정적인 말 40가지』, 『미셸처럼 공부하고 오바마처럼 도전하라』, 『10대를 위한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 이야기』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됐다. 이 중 2009년 제74차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오른 『미셸처럼 공부하고 오바마처럼 도전하라』라는 서문과 목차를 제외한 총 236쪽 중 49쪽에서 표절 의심 부분이 발견됐다. 해당 추천도서들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에 전시되고, 방송용 홍보자료로 제작되는 등 홍보사업 대상이 됐다.



명백한 표절 수준을 넘어서 작가 윤리 차원의 문제


취재진은 김태광 작가의 책에 있는 문장과 인용된 원문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국지식재산학회장을 맡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윤선희 교수에게 A4용지 35쪽에 달하는 표절 의심 자료를 보냈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저자나 책의 제목은 밝히지 않고 원문과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 텍스트만을 제시했다. 윤선희 교수로부터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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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표현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를 벗어나서 문장이 똑같은 경우는 누가 보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이 되고 일반적인 표절에 해당이 됩니다.



윤선희 교수는 문장의 유사성을 넘은 동일성을 지적하며 저작권 침해 및 표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서 그는 “어떤 부분은 (신문) 기사를 그대로 사용하여 자신이 창작한 부분과 같이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저작권 침해를 넘어 도덕적인 부분에 해당합니다.”며 김태광 작가의 표절을 저작권 문제를 넘어서 작가의 윤리적 문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달 평균 10여 권 저서 집필’ ‘38세 200권 저서 출간’ 김태광 씨가 자신을 홍보하는 문구이다. 누가 보아도 놀랄 만한 속도로 책을 집필한 이면에는 표절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했다. 자신을 ‘천재작가’라 칭하는 그는 단순히 책의 권수 부풀리기에 집중하느라 작가로서의 창작 윤리를 저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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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김태광 작가에게 서면 및 전화로 표절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다 마지막에 연결된 통화에서 “바쁘니까 잘 모르겠고, 아무튼 홍보 잘 해주세요.”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취재 : 변우리, 이두레, 이홍재,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