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없는 조선·동아의 ‘문재인 때리기’

-헌재소장 후보자에 ‘색깔론’ 씌우고 대북정책 헐뜯고

문재인이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주가 가까워진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외교·사회·문화·교육·노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수구보수언론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 보는 독자들은 그런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관련 글 : 중앙일보, ‘조중동 카르텔’에서 탈퇴했나).

유럽과 아메리카의 정치선진국들에서는 새 국가원수가 취임하면 보통 3개월 내지 100일 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본격적인 비판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신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래 거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코미를 위법적으로 해임한 사건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9%까지 떨어졌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대통령 문재인은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취임 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87%의 지지(김영삼의 85% 이래 최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 매체에서 ‘찬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려 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문재인이 지난 19일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한 김이수 후보자(현재는 소장 대행)에 대한 ‘색깔론’ 제기이다.

조선일보 5월 20일자 사설(‘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은 “통진당 실세 이석기 전 의원은 (···)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9년이 선고됐”는데 “김 후보자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 전 의원과 그 조직의 활동이 통진당 전체의 책임이 아니라며 해산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 문재인을 이렇게 공격했다. “문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반민주적 폭거’라고 했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자 ‘국가기관이 개입해 매우 안타깝다. 유권자들 판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와 거의 같은 입장이었다.”

2014년 2월 17일, 이석기 피고인의 1심 재판부는 ‘내란 음모,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2일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9부는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고, 내란 음모는 증거가 없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내란 선동 혐의만 인정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22일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를 심리한 헌재의 재판관들 가운데 김이수 혼자 ‘해산 결정’에 반대한 것은 그의 고유한 권한이자 판단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였던 문재인 역시 통진당 해산 결정이 ‘민주적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5월 20일자 사설(“헌재·검찰을 ‘정권 코드’로 바꾸려는 것인가”)은 ‘대통령 문재인과 헌재소장 김이수의 야합’을 ‘우려’했다. “헌재소장은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을 할 때는 재판관 한 사람 몫의 판단을 하지만, 헌재 운영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개헌을 공언했다. 가장 좌파적인 헌재소장을 지명한 대통령의 헌법 인식이 개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좌파적인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되면 대통령 문재인이 앞으로 ‘개헌의 향방’에 ‘좌파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리라는 걱정인데, 국회에서 120석밖에 갖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개헌을 기도한다면 여러 야당이 가만히 있을까?

조선일보는 5월 15일자 사설(‘김정은, 문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렸다’)에서 “이번 도발(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인용자)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미국을 향해 자기의 길을 갈 테니 자신과 협상하려면 양보하라는 것”이라고 단정한 뒤 “문 대통령이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정치적 견해를 벗어나 현실에 바탕을 둔 전략과 전술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이 대선 후보 시기에 누누이 강조한 “북한의 핵실험은 강력히 응징하되 대화의 여지는 열어두겠다”고 한 공약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한 5월 14일 문재인은 신속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무엇이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것인가?

동아일보의 같은 날짜 사설(“문 정부 나흘 만에 북 미사일 도발···이래도 ‘대화’인가”) 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대화 가능성을 말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의 이번 도발을 보면 대화 기조로의 변화를 꾀하는 문재인 정부를 더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처럼 북한과의 교류나 대화의 길을 완전히 막아놓고 핵실험 등에 대해 어떤 응징도 하지 못하던 ‘청맹과니’ 식 대북정책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뜻인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취임 직후 문재인이 발표한 인사 조치나 정책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으면서도 정당한 비판과 논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두 신문은 문재인이 가장 중점을 둔 인사와 정책들에 대해 시비를 위한 시비를 일삼고 있다. 그런 행태를 보니 조선과 동아가 2003년 2월 25일 노무현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 내보낸 사설의 주요 대목이 떠오른다.

노 대통령이 ‘친구가 아닌 적을 늘리는 개혁’ ‘자신들만의 개혁’으로 치닫는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국정이 어설픈 이념의 ‘실험무대’가 될 수는 없다.
조선일보

새 정권이 야당이나 언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개혁의 속도와 방법에 의견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것이나, 합리적인 견제나 비판조차 반개혁이나 수구로 몰아붙이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20년 3월 5일과 4월 1일에 각각 창간되었다. 1940년 8월에 일제가 폐간을 강요한 이래 1945년 말에 복간되기까지의 5년을 뺀 92년 동안 두 신문은 ‘천황 폐하 만세’를 부르며 일제의 ‘성전(聖戰)’을 찬양했는가 하면 박정희가 1975년 5월 중순에 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이래 1979년 10월 26일 비명횡사할 때까지 독재자를 비판하는 기사나 논설을 거의 내보내지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1998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와 함께 언론의 자유가 아닌 ‘폭력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지난 5월 10일 ‘3기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조선과 동아는 분별없이 ‘문재인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문재인은 지난 5월 18일 광주의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습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절대 다수 국민의 뜨거운 호응 속에 박근혜는 물론이고 이명박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까지 청산하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 ‘적폐’에는 당연히 언론도 포함되어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난 한 세기 가까이 3,4대에 걸쳐 사주들과 다수 종사자들이 쌓아올린 ‘적폐의 산더미’가 바야흐로 단죄와 청산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 두려워 촛불혁명의 소산인 문재인 정부를 ‘선제타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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