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사과…무성의한 언론

327일 만에 이뤄진 김무성의 사과

콜트악기와 콜텍의 폐업이 노조 때문이라는 잘못된 사실의 발언으로 인하여 두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2016.8.26,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사과했다. 9년 전 콜트콜텍에서 부당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가 강성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 그 기업이 콜트콜텍”이라고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했던 발언이 잘못됐다고 1년 만에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사과를 받기 위해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327일을 싸웠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노숙을 했다. 이 중 142일은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이 돌아가며 단식을 했던 기간이다. 처음 단식에 나섰던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이 45일을 버티다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 생생하다. 그때도 묵묵부답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 김무성 사과 기자회견
▲ 김무성 사과 기자회견

그런데 이번 사과는 순수하게만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콜트콜텍 노조가 김 전 대표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공개 사과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린 뒤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콜트콜텍 노조는 김 전 대표가 “건실한 회사를 문닫게 한 강성노조”를 “수많은 시간 고통받아 온 부당해고자”로 바로잡은 점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무시하거나, 무성의한 언론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잘못 발언한 배경으로 ‘언론’을 지목했다. 당 최고위원 회의 전날 모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그것을 기초로 발언했는데, 알고보니 그 언론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즉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해 자신의 발언도 왜곡됐었다는 뜻이다.

김 전 대표 발언의 기초가 된 보도는 2015년 9월 2일 자 문화일보 보도. ‘테트라팩, 콜트악기, 발레오공조코리아 강성노조들이 남긴 것-경영난 속 파업 강행’이란 제목의 기사다. 김 전 대표의 발언처럼 건실한 기업이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과 투쟁 등으로 폐업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는 2012년 콜트악기 지회가 대법원에서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을 때 확인됐듯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당시 대법원은 회사경영이 어렵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며 원직 복직 판결을 내렸다. 노동자 때문에 회사가 폐업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참고: 콜트악기와 콜텍은 서로 다른 법인지만, 콜트악기는 인천에서 전자 기타를 생산하고 콜텍은 대전에서 통기타를 생산하는, 같은 대표를 둔 업체였다. 콜트악기와 콜텍 노조 모두 2007년 정리해고된 뒤 함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은 콜트악기에 대해선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했지만, 콜텍에 대해선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를 인정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민변은 2012년 이를 올해 최악의 판결로 꼽았다)

콜트콜텍 노조는 문화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6월 23일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김 전 대표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제가 공식석상에서 발언할 때는 미리 신중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콜트악기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의 과도한 임금인상 등 요구 및 강경 상급단체의 지휘에 의한 잦은 파업과 투쟁으로 폐업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콜트악기의 폐업은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문화일보 2016년 6월 23일 자 정정보도문

문제는 비슷한 정정보도가 문화일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에서도 콜트콜텍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보도했다가 모두 정정보도를 했다. 동아일보는 2011년 9월, 한국일보는 2015년 10월 1일에 정정했다. 가장 처음 정정보도를 했던 동아일보 기사는 콜트콜텍 노조가 언론중재위와 민사재판까지 총 4년에 걸쳐 받아낸 결과였다. 한국경제도 재판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정정보도를 받았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항상 지난한 재판과정을 거쳐야했다.

그 결과 이제는 검색 몇 번만 해보면, 정정보도문을 발견할 수 있다. 콜트콜텍 관련 기사를 쓸 것이라면 과거 어떤 기사가 보도됐는지 찾아보는 것이 취재의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그런데도 또 비슷한 왜곡보도가 문화일보를 통해서 나갔고, 김무성 전 대표의 입을 통해 왜곡된 내용이 공론화됐다. 문화일보 측은 콜트콜텍 노조 측에 “전경련 내부자료를 보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업인들을 대표하는 전경련 내부자료만 보고, 콜트콜택 노조는 전혀 취재하지 않은 채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무시했거나, 취재에 무성의했거나, 아니면 특정 의도가 있었거나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왜곡된 내용을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기업에서 그대로 인용해 노조를 탄압, 파괴하는 논리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5일 유성기업 영동공장 최 모 이사는 사내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문서에서 문화일보 기사 ‘강경 상급단체, 폐업 뒤 책임 안 져 …근로자만 실직 ‘희생양’’이라는 기사를 언급하며 노조활동을 비난했다. 또 노사공멸의 대표사례로 콜트,콜텍 노조를 들며 “콜트콜텍 노조의 강경한 투쟁이 세계적인 기타 기업을 망하게 한 것”이라며 “노조투쟁이 승리하더라도 승리한 투쟁의 결과는 조합원들의 실직뿐”이고 말했다.

유성기업 영동공장 공장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문서에는 정정보도 이전의 문화일보 기사와 콜트콜텍 투쟁 사례가 언급돼 있다.
▲ 유성기업 영동공장 공장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문서에는 정정보도 이전의 문화일보 기사와 콜트콜텍 투쟁 사례가 언급돼 있다.

문화일보의 왜곡보도와 콜트콜텍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자사 노조활동 탄압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과를 받은 콜트악기 방종운 지회장도 “왜곡된 자본가의 논리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다른 사업장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논리에 이용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본가 논리 그대로 쓰는 언론, 언론 이용하는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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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농성장을 접지 않는다.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 46명이 일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개악을 철회하는 그 날까지 농성을 이어간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 어떤 기업에서 또 콜트콜텍 노조를 노사공멸의 사례로 소개할지 모르기 때문에. 2007년 해고된 이후부터 3,495일째,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만 327일째 투쟁 중이다.

콜트콜텍 노조는 기록적인 올여름 폭염을 한증막 같은 농성장에서 버텼듯, 어쩌면 올해 겨울도 그곳에서 보낼지 모른다. 이들은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 단순히 법원의 명령때문에 사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런 노조 측에 김 전 대표가 자신의 사과가 진심이었을 보여주는 방법은 하나다. 자신이 공개사과문에서 밝힌 약속을 지키면 된다.

“새누리당과 국회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당해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그 말을 지키는 것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부당해고된 노동자’라고 본인이 표현했으니, 그 부당함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언론보도만 보고 발언한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았으니, 이를 악용하는 기업에도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올해 겨울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000일째 농성 중’ 팻말이 붙은 콜트콜텍 농성장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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