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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고 한 달, 곡기 끊는 아버지

이상원 프로필 사진 이상원 2015년 11월 02일

울산저널 기자 뉴스타파 연수중


가족들은 만류를 하지요. 그런데 이게 뭐 돌파구가 있어야 하는데, 돌파구는 없고…죽기를 각오하고 해야지요. 이게 다 우리 가족을 위하는 일인데, 안 그렇겠습니까
이만우 / 고 이정욱 씨 아버지



▲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아들의 영정을 들고 서 있는 이만우씨 ▲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아들의 영정을 들고 서 있는 이만우씨

오전 휴대폰 너머로 담담한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위로의 말도, 용기를 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11월 2일) 저녁부터 이만우 씨(56)는 끼니를 끊기로 했다. 아들 정욱 씨가 현대중공업 선박 건조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지 꼭 두 달 째 되는 날이다.


이 씨는 아들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지난달 5일 이후 매일같이 아들 영정을 들고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섰다. 현대중공업의 공식적인 사과와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남은 유족의 생계 보장 등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사고 이후 수습에는 뒷짐만 진 상태다. 숨진 정욱 씨가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 씨는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노동자였지만, 아들은 수년 동안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그래서 사과도 하청업체 대표가 했다. 현대중공업은 아들의 죽음을 사과하는 대신, 정규직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 관련글 : 다 못한 아버지의 이야기 


이 씨는 더 이상 아들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정욱 씨는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사고로 숨진 세 번째 희생자다. 이 씨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현대중공업에서 일해 온 이 씨는 누구보다 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옛날에는 직영 사람들이 인사이드(건조 선박 안), 아웃사이드를 다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외주 사람들이 인사이드를 하거든요. 인사이드에 작업 강도가 너무 쎄요. 작업 환경이 많이 바뀌긴 바뀌었지만,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안전에 대한 포인트를 너무 사람 관리에만 두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보호장구 착용 안 한 거 적발만 하거든요.
이만우 / 고 이정욱 씨 아버지



한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도 같은 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하창민 노조 지회장은 “정작 책임져야 할 현대중공업 원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절박하기에 곡기를 끊는 투쟁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