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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추격자들 4화

김민식 프로필 사진 김민식 2015년 01월 12일

MBC 드라마국 PD / SF 덕후 겸 번역가 / 시트콤 애호가 겸 연출가 / 드라마 매니아 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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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비리의 수수께끼’


“그렇다면 방산 비리는 UFO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무열이는 이 대목에서 잠시 카페를 둘러보았다. 혹시 그들의 얘기를 엿듣는 사람은 없을까? 앞에 앉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는 많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천기누설이라도 하듯 진지한 표정의 무열이가 앞에 앉은 여자 쪽으로 살짝 몸을 숙였다. 미소녀 엘프 요정의 컴퓨터 그래픽 같은 얼굴이 불과 30cm 거리다. 카페 안의 남자들의 눈빛이 순간 질투로 불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무열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입니까?”


의외의 질문에 허를 찔린 듯 그녀는 잠깐 움찔했다.


“네?”


영문을 알 수 없어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도완이를 향해 도움을 청하듯 고개를 돌리자, 도완이는 숨이 막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왜 눈만 마주쳐도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히지?


“부....... 북한 얘기 하는 거야?”


고개를 푹 숙인 도완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설마 외계인은 아니겠지? 그러나 무열이는 앞에 앉은 여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는 답을 알고 있지 않냐는 듯이.


“만약 우리의 적이 북한이라면.”


무열이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방위 산업 비리는 엄청난 수수께끼를 안겨주게 됩니다. 국방 예산을 낭비해서 엉터리 무기를 조달하는 행위는 단순한 비리 범죄가 아니라 이적행위가 되니까요. 4대강이나 자원외교보다 더 심각한 범죄가 되는 건데, 아직 비리의 몸통을 규명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조사조차 못하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이번에는 을기가 끼어들었다.


“방위 산업이란 게 국가 기밀이나 안보에 관련된 정보를 다루고 있어 조사 자체가 어려운 거 아냐?”


침묵을 지키던 을기가 말문을 열자, 여자가 고개를 돌려 을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을기는 마치 슈퍼맨의 눈에서 나온 레이저라도 맞은 양 얼굴이 온통 빨개졌다. 이번에는 을기가 고개를 푹 숙일 차례였다. 무열이 녀석. 어떻게 이런 초절정 미녀와 눈길을 마주칠 수 있는 거지? 새삼 무열이가 존경스러웠다. 분명 뭔가 비결이 있을 거야. 무열이가 말을 이었다.


“방위산업 비리 못지않게 궁금한 건 북한 군사력의 실체죠. 전 세계를 타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 발사체계가 있다고 하고. 전자 제품과 자동차를 수출하는 남한의 기술로도 중어뢰는 못 만드는데, 천안함을 폭침시킨 게 북한의 중어뢰라고도 하고. 워낙 신출귀몰해서 미국의 FBI 조차 범인을 찾을 수 없는 모든 미제 사건은 다 북한이 저지른 거랍니다. 밥도 굶는다는 나라가 국방과 과학 기술은 지구 최고 수준, 이게 말이 됩니까?”


여자가 빙긋이 웃었다. 알 듯 모를 듯 그 신비한 미소 앞에 온 우주가 녹아버릴 기세였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UFO 북한 추락설을 얘기하는 건가요?”


무열이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이 여자, 대단한 UFO 덕후다! UFO 마니아들이 가끔 사석에서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의 소행으로 알려진 일들이 현재 지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어쩌면 북한에 UFO가 추락했고, 그 외계인을 잡아다 기술 개발을 하는 게 아닐까? 무열이가 침착하게 말을 받았다.


“만약 북한이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을 이용해 군사력 개발을 하고 있다면, 외계인의 도움 없이는 우리가 북한을 당해낼 수가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이명박 정부의 최고 업적은 외계문명과의 외교 관계 수립입니다. 4대강을 UFO의 수중통로로 만들어 그들에게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주고, 자원외교를 통해 화석 문명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UFO의 메시지를 지구인들에게 전해주고, 이 모든 게 외교 문명과의 관계 우호를 위한 노력이었던 것입니다.”


을기는 어이가 없었다.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야. 이런 얘기를 누가 믿는다고. 그러나 앞에 앉은 여자는 무열이의 얘기에 홀딱 빠져있었다. 도대체 이런 미소녀가 왜 UFO 얘기에 관심을 보이는지 그것부터가 미스터리였다. 이 여자의 정체는 뭘까? 빤히 쳐다보는 을기의 시선을 의식조차 못한 채, 그녀는 감탄한 표정으로 무열이를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방산 비리도 외계인의 지시인가요? 남한의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게 외계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거죠?”


무열이가 빙긋이 웃었다. 어떤 사람의 본색을 알려면 그가 내놓는 답보다 질문에 귀를 기울여한다. 거짓으로 답할 수는 있지만, 질문을 할 때 사람은 자신의 호기심과 기호, 즉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노출하게 된다. 질문에 대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궁금하신가요?”


“네.”


무열이가 갑자기 앞에 앉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럼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


도완이는 경악한 표정으로 무열이를 바라봤다. 으악,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작이야! 을기는 슬그머니 무열이 옆에서 물러났다. 여자가 무열이에게 물을 끼얹을 때, 귀찮게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뺨을 치세요. 그게 정리하기 덜 번거로우니. 그러나 그녀는 손을 붙잡힌 채 부끄러운 듯 볼을 살짝 붉혔다.


“갑자기 데이트는 왜요?”


부여잡은 손을 꼭 잡으며 무열이가 말했다.


“어려서부터 꿈이었어요. 이렇게 예쁜 여자랑 놀이 공원에 가서 데이트 하는 게.”


도완이는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으악! 제발, 무열아. 그만 해. 이건 ‘미연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야. 그런 멘트를 날린다고 엘프 소녀가 방긋 웃으며 ‘좋아요,’ 란 대사로 화답하는 컴퓨터 속 세상이 아니라고!


그때 앞에 앉은 엘프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아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경악한 도완이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그녀의 정체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무열이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 주 토요일에 우리 같이 롯데 월드 가요.”


여자가 가만히 물었다.


“롯데월드에 같이 가면, 방산 비리에 대해 알려주실 건가요?”


“그럼요. 그곳에 가서 직접 보면 훨씬 설명이 쉽거든요.”


“뭘요?”


“방산 비리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바로 제 2 롯데월드니까요.”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