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추격자들 제6화

유에프오 추격대의 세 멤버는 토요일 아침, 격론을 벌였다. 무열이는 서윤 씨와 둘만의 약속이니 혼자 나가겠다고 했고, 을기와 도완이는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는 길에 혼자 보낼 수는 없다고 우겼다. 무열이가 외계인에게 납치되거나 국정원 요원에게 잡혀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몇 년 만의 데이트 신청에서 무열이가 바람맞는 꼴을 봐두려고 따라나선 것이다.

세 남자가 서윤의 정체를 두고 논쟁을 벌일 때, 서윤 역시 자신의 정체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은 외계인이 어울릴까, 공주가 어울릴까? 얼마 전 게임쇼에서 부스 모델을 할 때 입었던 의상을 찾아봤다. 어떻게 입고 가야 무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지구를 지키기 위해선 그 남자가 꼭 필요한데 말이다. 한 눈에 반할 차림으로 입고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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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의 속셈

놀이공원 매표소 앞에 세 남자가 도착했을 때, 서윤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든 한가운데 서윤이 있었으니까. 단체 체험학습 온 중학생들이 떼로 모여서 연예인 만난 양 서윤에게 폰카를 들이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도 있었다.

“언니, 완전 예뻐요! 여기도 한번 봐주세요!”

고양이 머리띠에 메이드 복장을 한 서윤은 포즈를 취하기 위해 손을 살짝 앞으로 모으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순간 짧은 치마 위로 까만 꼬리가 살랑거렸다. 고양이 메이드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난 서윤의 자태에 세 남자는 또다시 넋을 잃고 말았다. 도완이가 중얼거렸다.

“국정원 요원은 아닌가보다. 널 잡아갈 생각이라면 저렇게 눈에 띄는 의상은 입고 오지 않을 테니까.”

서윤을 국정원과 연루시킬 때 무척 불쾌했던 무열인지라, 그냥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당연하지, 저 여자는 외계인이라니까. 무열이와 눈이 마주치자 서윤이 팔짝팔짝 뛰며 반가워 달려왔다. 무열이 팔에 매달리며 서윤이 말했다.

“주인님, 안녕하세야~옹?”

폰카를 들이대던 중학생 남자애들이 콧김을 뿜으며 분노했다. 이것들아, 부러우면 지는 거다. 남자들의 불타는 시선에 무열이는 슬그머니 팔을 뺐다.

“서윤 씨, 이 복장은 뭐에요?”

“너무 튀나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인데. 친구들이랑 가끔 놀이공원 와서 코스프레하고 놀거든요. 오늘은 깜짝 이벤트로 입고 와 봤어요.”

서윤의 미모라면 어떤 옷을 입어도 어차피 튈 텐데, 뭘. 친구들이 입고 오는 코스튬이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는 아니겠지?

“고양이별에서 온 외계인인가요? 딱 제 취향인데요.”

서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우리 가요.”

서윤은 따라온 을기와 도완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자연스럽게 네 사람은 놀이공원 곳곳을 쏘다니며 소풍을 즐겼다. 사진도 찍고 놀이기구도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윤은 놀러온 아이들이 핸드폰을 들이밀 때마다 야옹~ 하면서 포즈를 취해주었고 그때마다 여자애들은 비명을, 남자애들은 한숨을 내뿜었다. 때론 무열이가 카메라를 받아 셔터를 눌러주기도 했다. 덕후 냄새를 물씬 풍기는 볼품없는 남자와 그 남자에 푹 빠진 듯 보이는 절세 미녀의 조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 했다. 저렇게 예쁜 여자 곁에 왜 당신이 서 있어? 라고 힐난하는 듯 하는 눈빛에도 무열이는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지금 UFO의 음모를 파헤치는 중이거든? 둘은 백설 공주의 성을 배경으로 팔짱끼고 사진을 찍었다. 폰카를 찍던 도완이의 표정이 유난히 씁쓸했다. 팔짱을 풀지않고 매달려 걸어가던 서윤이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곳 롯데월드가 방산비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무열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4대강에서 UFO를 본 이후부터 그는 우리 곁에 있는 외계인의 존재를 직감했다. 자원외교의 실패와 방산 비리를 보며 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외계인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권력 상층부까지 침투해있다.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 것인가?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UFO 덕후에 백수인 그의 말을 믿어줄까? 그러다 서윤을 만났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여자. 그녀는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걸까?

무열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서윤은 무열의 손을 맞잡았다. 따스한 그녀의 온기가 전해졌다. 손을 내밀면 그냥 맞잡아주는 여자. 이렇게 좋은 여자가 지구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무열은 맞잡은 손을 꼬옥 쥐고 걸어갔다. 미모의 고양이 메이드와 손잡고 걸어가는 한 남자를 많은 사람들이 부러움과 시샘의 눈길로 바라봤지만, 그는 하늘만 바라보며 걸었다. 자이로드롭에 올라탄 사람들이 급강하하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무열이가 문득 손을 들어 그 너머 하늘을 가리켰다. 서윤의 시선이 따라간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저 비행기, 보여요?”

서윤이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 비행기를 봤다.

“네, 보여요.”

“어때요, 저 비행기?”

“네?”

설마 저 비행기가 UFO라는 얘기는 아니겠지? 서윤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비행기보다 좀 작네요?”

“그렇죠? 저건 일반 여객기가 아니라 군용기니까요. 이곳 롯데월드 상공은 성남 공군 비행장 활주로의 파이널이에요. 비행기가 이착륙을 시도할 때 진입하는 상공이죠.”

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알아요, 그래서 공군 참모총장들이 이곳에 제2롯데월드를 짓는 걸 반대했죠. 활주로 파이널에 123층짜리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군용기의 안전이 위협받을 테니까.”

ufo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는데도,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와 제2롯데월드의 꼭대기는 가깝게 보였다. 무열은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성남 공군 비행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알아요?”

서윤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더니 또박또박 답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공군 비행장이죠. 만약 북한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서울공항은 전투기 이착륙과 군수물자 수송에 큰 역할을 맡게 되죠.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대응 타격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군 전투비행단입니다.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기에 북한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피격된 전투기가 긴급 착륙을 하는 곳이 서울공항이죠. 그런데 위급 상황에서 불시착을 시도하는 전투기 앞에 초고층 빌딩이 버티고 서 있다면?”

서윤의 대답을 들으며 무열은 말문이 막혔다. 이 여자는 어떻게 이런 것 까지 다 알지? 미모의 밀리터리 덕후였단 말인가? 아니면 외계인의 정보력? 할 말을 잃은 무열을 앞에 두고 서윤은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그뿐이 아니에요. 전방에는 느린 비행기, 후방에는 빠른 비행기를 배치하는 게 공군의 원칙이랍니다. 그래서 전시에는 성남 비행장에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저속통제기가 뜰 거예요. 많은 비행기가 동시에 이착륙을 해야 하기에 저속 통제기가 이륙 즉시 항로를 비켜줘야 하는 데, 이때 초고층 빌딩이 항로에 있다면 충돌의 위험이 따르게 되죠. 이런 문제점을 안겨주는 게 바로 제2롯데월드랍니다. 그래서 역대 공군 참모 총장들은 모두 경질을 무릅쓰고 그 건설을 반대한 거고. 하지만 그걸 끝내 승인으로 밀어붙인 게 이명박 대통령이지요.”

잠시 말을 끊은 서윤이 무열의 표정을 살폈다. 무열이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서윤씨 말대로, 대한민국 공군의 전쟁 수행 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결정을 국가 원수가 강요한 겁니다.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성남 공군 비행장의 이전을 강제한 셈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서윤은 무열을 도발적으로 바라봤다.

“그러게요? 무열 씨가 말하듯 UFO 때문이었을까요?”

서윤의 꼿꼿한 눈매에 무열은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 그중 수도 서울의 영공을 방위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공군 기지, 그 존재가 한강을 무대로 암약하는 UFO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겁니다. 그래서 성남 비행장의 후방 이전을 강제하기 위해 제2롯데월드를 지은 거죠. 안보와 국방력 강화를 내세우는 정권이 실제로는 UFO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그게 바로 제2롯데월드입니다.”

서윤은 무열의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떨궜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품고 나왔지만, 역시 이 남자도 사건의 진실을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구나. 무열이가 인터넷에 올린 사대강 UFO 목격담을 읽고, 그녀는 자신의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자원외교와 방산비리가 UFO의 음모라는 무열의 말 역시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열이 내린 결론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 이제 그녀가 생각하는 결론을 말할 때가 왔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확인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남자는 그녀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할 것인지. 그걸 알아보기 위해 이번엔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무열씨,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하셨죠?”

무열이 비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네, 반드시!”

이번엔 서윤이 손을 내밀 차례였다.

“그렇다면 저와 사귀어주실래요? 저와 함께, 지구를 지켜요.”

무열은 서윤이 내민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건가요?”

“그야 물론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즉 ‘사자방’의 배후 세력이지요. 그 중심에는 얼마 전 자서전을 낸 전직 대통령이 있고요.”

(7화에 계속됩니다.)

  • 친일파척결

    잘봤습니다. 국가안보 보단 자신의 이익을 위해저런짓을 하는놈들이 매국노라 생각됩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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