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추격자들 제7화

무열이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서윤을 바라봤다.

“이명박 대통령이랑 UFO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서윤은 무열의 손을 잡았다.

“제2 롯데월드를 지은 것이 외계인의 음모라고 했죠? 난 이 땅에 UFO를 불러들인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더 높은 곳으로 가요.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 제2 롯데월드의 건설을 추진한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더 높은 곳이라면?”

UFO를 타자는 말인가? 무열이가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서윤이 웃었다.

“청계산에 가 본 적 있어요? 저랑 오늘 청계산에 등산 가요, 네?”

무열이가 입을 다시며 말했다.

“설마 지금 그 옷차림으로 등산하자는 건 아니죠?”

서윤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간편한 옷도 챙겨왔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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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이 왜 거기 있는 거냐?’

서윤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세 남자는 혼란에 빠졌다. 짠돌이 도완이는 기껏 자유이용권을 사서 들어왔으니 놀이공원 문 닫을 때까지 놀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등산은 언제라도 공짜이니 다음에 가도 될 것을! 게으름뱅이 을기 역시 고생스럽게 산을 타는 건 반대였다. 산은 보라고 있는 것이지, 오르라고 있는 게 아닌 것을! 서윤이 청계산 산행을 권한 것은 아마 이런 두 친구의 캐릭터를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윤은 무열과 단 둘이 있고 싶은 것이다. 그녀의 속셈은 무얼까? 무열이는 두 친구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까 서윤 씨가 나더러 사귀자고 한 얘기 들었지?”

두 친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까. 어째서 저런 미녀 모델이 무열이 같은 백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두 친구에게서 대답이 없자 무열이 말을 이었다.

“나와 단 둘이 있고 싶어서 산으로 가자는 거야. 너희들, 이게 뜻하는 바가 뭔지 아니?”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거? 을기와 도완이는 배가 아파서 감히 답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열이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얘들아, 어쩜 나 오늘, 평생 처음으로……. 하게 될지 모르겠다.”

우웩! 두 친구는 경악한 표정으로 무열이를 바라봤다. 저런 미녀가 너 따위랑! 그게 말이 돼? 두 친구의 뜨악한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무열이는 볼에 홍조를 띠고 말을 이어갔다.

“난 말이야, 아까 서윤 씨 손을 잡은 순간, 알았어. 이렇게 따스한 온기를 지닌 이가 외계인일 리가 없다고. 그녀는 지구인이 확실해.”

그냥 특이한 취향을 가진 지구인 미녀인거지? 도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을기는 고민에 빠졌다. 역시 그녀는 국정원 요원이었단 말인가? 을기는 무열이에게 국정원 위치가 청계산 뒤라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하필 오늘따라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글이 많이 올라왔나보다. 국정원 요원들이 다들 재택근무하며 댓글 다느라 바빠서 출동하지 못한 게야. 그래서 저 여자가 직접 무열이를 국정원으로 데려가려는 거지. 을기는 불안했지만 애써 내색하지는 않았다. 난생 처음 여자와의 스킨십을 꿈꾸는 친구에게 초를 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무열이는 먼 하늘로 시선을 띄운 채 말을 이었다.

“난 말이지. UFO가 어디에서 올까, 고민해봤어. 적어도 태양계 내에는 지적인 생명체가 없는 것 같아. 태양계 밖으로 나가도 근처에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고등 생물을 찾을 수 없을 거야.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나왔듯이 웜 홀을 통하지 않고서는 항성간 이동이 불가능하고. 행성 하나의 에너지를 총동원해야 간신히 웜 홀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데 그렇게 과학기술이 진보한 문명이라면 빛보다 빠른 우주선도 만들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가 있다면 그건 우주선이라기보다 타임머신 일거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순간 시간이동도 가능할 테니까.”

도완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녀석은 또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무열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본 UFO는 타임머신일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그 기계는 어디에서 날아오는 걸까? 난 미래의 지구에서 온다고 본다. 언젠가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개발한다면, 우리의 후손이 외계문명을 찾아 우주를 헤맬까? 저 광활한 우주에서 소통이 가능한 지적 생명체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거야. 아마도 외계로 나가기보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지구의 과거를 찾아오는 편을 선택할 거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과거의 지구 말이야.”

도완이는 도대체 무열이가 왜 이렇게 비장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식이 우리를 떼놓고 혼자 서윤 씨랑 데이트 가려니까 많이 찔리나 보구나. 을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너 말이야. 예전에 ‘사대강 UFO 수중통로설’을 이야기하면서 그랬지. 언젠가는 사람들이 네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고. 혹시 먼 미래에 네가 아주 유명한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당대에 사자방의 비밀을 최초로 간파한 인물? 그래서 서윤 씨가 너를 찾아온 거라고 생각해?”

무열이는 을기를 보고 빙긋 웃었다.

“사후에 평가받는 남자라, 캬아. 솔깃하긴 하지만,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망상 따위는 하지 않아.”

지금 네가 하는 소리도 허무맹랑하거든? 도완이는 마음속으로 외칠 뿐이었다. 무열이 지그시 친구들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희들이 보기에 내가 남은 평생, 연애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

갑자기 웬 생뚱맞은 질문이람? 셋 다 연애해본지 오래되어 인간 여자를 만나본 것도 가물가물한데 말이야.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여럿 있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멸종 위기 종은 바로 우리 같은 백수 남자들이지.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육아도 포기하고 사니까. 이대로라면 100년 내 백수의 유전자는 사라진다고 본다. 진화에 있어 생물종의 경쟁력은 다양성에서 나오지. 다양한 유전 조합이 가능해야 급격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거든. 그녀는 유전 정보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에서 나를 찾아온 거야. 어쩌면 먼 미래에 멸종해버린 지구인 백수 덕후의 유전자를 발굴하려는 외계인일 수도 있고. 날더러 사귀자는 건, 나의 유전 정보가 필요하다는 간절한 요청인거지. 어쨌든 나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다. 먼 미래에, 혹은 먼 우주에서 나의 유전자를 복원시키는 게 대의명분이라면.”

두 친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녀석, 진심이다. 여자와 사귀는 것도 서툰 녀석이 지금 서윤 씨랑 자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는 거야. 저런 미모의 모델이랑 자는 데 그렇게 거창한 이유 따위는 필요 없잖아! 무열은 뜨악한 친구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녀와 함께 청계산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라. 난 지구의 미래를 위해 가는 거야. 백수 덕후들을 대표하여, 지구 생명의 유전 정보를 미래에, 혹은 외계에 전달하기 위해서.”

을기와 도완이가 미처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은 서윤이 나타났다. 스무 살 나이에는 청바지에 면 티만 입어도 예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스키니 진에 하얀 티 한 장 걸쳤는데도 그녀의 미모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저런 여자가 사귀자는데, 어디든 못 가랴. 서윤이 손을 내밀자 무열은 그 손을 맞잡았다. 살짝 비장한 표정으로 무열은 두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남은 두 친구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저 녀석, 진심으로 한번 할 생각이구나.

무열은 서윤과 청계산을 오르면서 날렵한 그녀의 발걸음에 감탄했다. 탄력 있는 몸매란 건 알았지만 날랜 사슴처럼 산을 오르는 서윤의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참 싱그러웠다. 산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 그녀에게 눈길을 던졌다. 연예인인가? 어디서 봤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줌마들도 있었다. 남자들이 안 보는 척 흘깃거리는 동안, 여자들은 대놓고 미모의 서윤을 감상하는 눈치였다. 무열은 그녀와 함께 산을 탄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시 우수 조망 장소라는 매봉 바위에 올라 둘은 숨을 고르며 주위 경관을 둘러보았다. 강남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제2 롯데월드가 보였다. 날이 좋아 오늘따라 더 또렷이 보였다. 서윤이 제2 롯데월드를 가리키더니, 가리킨 손을 일직선으로 움직여 성남비행장을 가리켰다. 마천루가 그 높이로 눈길을 끌었다면, 비행장은 그 평평함으로 눈길을 잡았다. 과연 여기서 보니 공군 참모총장들이 제2 롯데월드의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활주로 정면 끝머리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었다. 제2 롯데월드를 시작으로 고도 제한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성남 비행장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미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서윤이 무열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때요? 여기서 보니까?”

“이렇게 보니까, 정말 롯데월드 타워가 다 지어지면 성남 비행장의 이전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요?”

“그렇죠. 아마 안전상의 문제로 공군 비행장을 옮겨야 할 거예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윤은 잠시 뜸을 들였다.

“성남비행장 부지는 서울 강남 이남에서 최고의 신도시 단지가 되겠죠. 고도제한도 풀리면서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서는 수도권 최후의 노른자위 땅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그 최대 수혜자는 아마 저기 사는 사람일 거예요.”

서윤은 제2 롯데월드와 공군 비행장의 가운데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가 어딘지 알아요?”

“글쎄요?”

“저기가 바로 내곡동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지요.”

엥? UFO의 비밀을 쫓아 이곳까지 왔는데, 거기 왜 내곡동이 있는 거냐?

“성남비행장 이전 후 신도시가 들어선다면, 내곡동은 신도시 외곽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고급 주택 단지가 조성될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무열이는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띵해졌다.

“그렇다면……. 잠실의 싱크홀도, 제2 롯데월드의 건립도, 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때문에 생긴 거란 말인가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서윤이 숨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천기누설의 시간이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이명박의 최종목표는 지구 정복이니까요.”

“예????!!!”

(마지막 회로 이어집니다.)

본 글은 뉴스타파 블로그를 통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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